1980년대 후반부터 서울에서 살던 신자들이 분당과 산본, 평촌 등 신도시 건설과 함께 우리 교구로 이주하게 되는데 신자가 늘어나니까 좋기도 했지만, 꼭 좋은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워낙 가난했기 때문에 신자들을 들볶다시피 하면서 우리 힘으로 성당을 짓고 분당도 해왔는데 이 모습을 보고 서울에서 이사를 온 신자들이 만만치 않게 반발했습니다. 그 신자들은 주일에 적당히 헌금하고 교무금은 그저 이름만 걸고 바치던 신자들이었습니다. 어느 본당에선 우리 교구 관할 본당에 이사 왔는데도 서울 아무개 본당 교우 문패를 버젓이 달고 그곳 본당으로 미사를 다니거나 교우들 모임에 가곤 했습니다. 그리고 시골 교구에 내려왔더니 성당에만 가면 돈 얘기만 지겹도록 한다고 푸념을 하던 신자들을 자주 만나곤 했습니다. 그리고 우리 교구에서 큰 행사를 할라치면 신도시의 신자들은 우리의 행사에 미온적이었습니다. 당시 행사를 주관하던 저로서는 정말 속상하다 못해 자존심까지 상하기도 했었습니다.
비록 가난했어도 우리는 함께 뭉쳤고 열심히 봉헌했고 전교도 열성적으로 해서 타 교구 어느 본당에도 절대 뒤지지 않는 큰 교구로 발전하게 됐습니다.
혹자는 말합니다. 서울의 인구가 수원교구 쪽으로 내려왔기 때문에 어부지리로 신자가 늘고 교구가 발전됐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물론 신자 수의 증가는 그런 영향이 크다고 하지만 당시 우리교구 각 본당이 신자 수를 늘린 것은 서울대교구의 어떤 본당도 우리를 따라올 수 없었습니다. 작년 2011년 전국 교회 통계를 예로 본다면, 140만 신자의 서울대교구는 2만 8천 명의 영세자를 냈는가 하면 78만 신자의 우리 교구는 1만 8천 명의 영세자를 냈습니다. 이것은 얼마나 우리 수원교구가 어떤 교구도 따라올 수 없는 발전을 하고 있는가를 단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내년 우리 교구의 50주년 희년은 어떤 행사보다도 더 큰 뜻이 있습니다.
내년 10월 3일, 우리는 수원 월드컵 경기장에서 전 교구민이 함께 모여 하느님께 감사의 미사를 봉헌한다고 합니다. 저는 마땅하고 당연하다고 힘차게 말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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