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이 열린 그해에는 교구 사제단과 함께 북한 평양 장충성당에서 남북통일기원미사를 봉헌하는 뜻깊은 시간도 가졌습니다. 당시 ‘수원교구 화해와 평화를 이루는 월드컵 운동본부’ 주관으로 전국 각 교구 신자들이 십시일반 성금을 모아 마련해주신 축구공 2002개를 북한 민족화해협의회에 전달했는데요. 이 축구공들은 화해와 평화의 메시지를 북한 어린이들에게 전하는 하나의 도구였습니다. 축구공이 북한에 전해진 것도 당시 한국교회 차원에서는 처음 있는 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방문의 가장 큰 의미는 만남 그 자체였습니다. 북한 동포들과 직접 만나 손을 잡고 대화할 수 있었던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지요.
우리 교구는 해외선교 특히 북상선교 활동을 탄탄히 하기 위해 이미 중국에서 활동할 사제를 파견했고, 새로운 사제 및 평신도 선교사 양성에도 꾸준히 박차를 가하고 있었습니다. 인도적인 차원에서 북한과 북한교회를 지원하는 노력도 아끼지 않았지요. 그해, 평양에 있는 장충성당 시설 지원을 비롯해 산림 황폐화와 생태계 파괴를 방지하기 위한 나무심기 운동 등은 북한 동포들을 위해 매우 절실한 과제였습니다.
하지만 북한과 한 형제로서 일치를 이루기 위해서는 물질적인 지원 자체보다 지속적인 만남을 통한 교류가 가장 중요합니다. 당시 방북은 북한과 친교와 신뢰를 쌓아나갈 수 있는 물꼬를 트는 기회와도 같았습니다. 교회가 먼저 각종 어려움에 처한 북한 동포들을 돕는 것은 시대의 징표를 실현하는 노력의 하나이기도 합니다.
저는 당시 만남을 통해 북한 사람들도 남북이 하루빨리 통일되길 원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는데요. 이러한 만남은 지속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게다가 성당에는 사제는 물론 신학생조차 없는 것이 너무나 안타까웠는데요. 통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남북이 함께 풀어 나가야할 문제들이 너무도 많지만, 하느님의 도우심 아래 인내심을 가지고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노력에 모든 신자들의 동참과 관심이 이어질 때 결실을 맺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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