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자도는 그만큼 천혜의 자연경관을 청정하게 보존하고 있는 섬이다. 제주항에서 북쪽으로 약 45km 떨어져 있다. 상·하추자도 두 개의 섬과 부속도서로 구성된 추자도의 넓이는 약 7k㎡로 잠실야구장의 670배 크기다.
행정구역상 제주시에 속해 있지만 제주도와 전라남도 중간에 위치한 고도(孤島)다. 생활권은 제주도보다 전남과 가까워 추자도 주민들은 전라도 사투리를 쓴다. 추자도는 본래 전남에 속해 있다가 1946년 8월 제주도가 군에서 도로 승격될 때, 인구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제주도로 편입됐다고 한다.
평균 14노트 속도로 이동하는 훼리호로 제주항에서 2시간, 완도항에서 3시간이 걸린다. 쾌속선을 타면 목포항에서 2시간 10분, 제주항에서 1시간 10분이면 추자항에 도착한다. 항구를 연결하는 육지 교통은 편리한 편이다. 제주공항에서 제주항까지는 택시로 10분 거리이며 추자항에 내리면 1시간마다 운행하는 공영버스가 대기하고 있다.
다만 추자도에 들어갔다가 당일 나오는 배편은 시간을 맞추기 어려워 추자도를 찾는 관광객이나 낚시꾼들은 추자도에서 숙박을 해야 한다.
천주교 신자라면 신앙 체험과 관광을 겸해 추자공소(제주교구 서문본당 관할)를 한 번쯤 찾아볼 만하다. 추자공소 신자들은 공소라는 표현을 쓰지 않고 ‘추자성당’이라 부른다.
▲ 2003년까지 47년간 신앙 못자리였던 구 추자공소 모습.
도로 옆 야자수의 모습에서 이국의 정취가 물씬 풍기며 옹기종기 모여 있는 주택은 빨강이나 파랑 지붕의 단층으로 도시인이라면 옛 고향의 향수를 느낄 법하다.
버스에서 내려 100m 정도 걸으면 추자공소가 나온다. 공소 옆에 오랜 세월 풍파를 견딘 듯 상처가 여러 군데 난 십자가가 달린 작은 건물이 있어 궁금증을 자아낸다.
9년 전까지 47년간 추자공소 신자들의 신앙 못자리 역할을 하던 ‘구 공소’다. 건물은 관리인력의 부재로 다소 낡아 건물 보존을 위해 세를 줄 계획이다. 현 공소는 2003년 6월 30일 봉헌됐다. 추자공소 신자들은 이날을 잊지 못한다. 대부분 어업에 종사하는 신자들은 건축헌금 마련을 위해 생선과 젓갈, 쑥 등 돈이 되는 것들을 제주도와 육지에 내다 팔아 1억 원 이상을 모았고 지하 1층, 지상 2층의 어엿한 새 공소를 갖게 됐다.
▲ 신자들의 헌신으로 2003년 봉헌된 현 추자공소 전경.
▲ 약 100명 수용 규모의 추자공소 내부 모습.
구 공소에 녹슨 채 방치되던 종의 녹을 벗겨내고 기름칠을 해 현 공소에 설치했고 오전 6시, 낮 12시, 오후 6시 어김없이 삼종을 친다. 강 선교사의 휴대폰은 삼종 시간 10분 전과 1분 전 알람이 맞춰져 있다. 종소리는 추자도 거의 전역에 울려 퍼져 신자들은 일손을 멈추고 기도를 드린다. 비신자들에게는 밀레의 ‘만종’ 역할을 한다. 섬 주민들은 은은한 종소리를 들을 때마다 마음의 평안을 얻고 하루의 시작과 마무리를 생각한다.
추자공소를 찾은 신자들이 꼭 가봐야 할 천주교 중요 유산이 추자도에 있다. 순교자 황사영(알렉시오)과 신앙의 증인 정난주(마리아)의 아들 황경한(1800~?)의 묘다. 공소에서 차로 10분 남짓 걸린다.
▲ 추자공소에서 차로 약 10분 거리에 위치한 황경한의 묘.
황경한 묘역 주변은 제주 올레길 중에서도 가장 절경이라는 올레 18-1 코스가 휘감아 돈다. 또한 황경한 묘역에서 내려다 본 추자도 앞바다는 올망졸망 뒤섞인 무인도와 유인도의 조화에 말을 잊고 만다.
추자도에는 민박과 모텔이 충분해 숙박 걱정은 안 해도 되며 민박을 나올 때 추자항까지 교통 편의를 제공해 주는 곳도 꽤 있다. 추자공소와 황경한 묘, 올레길과 남해바다가 공존하는 추자도. 여름휴가지로 확실히 기억에 남을 명소다.
※ 방문 문의 : 추자공소 064-742-3777, 추자면사무소 064-728-42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