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늘 갈 수 있는 곳, 우리가 없으면 우리를 그리워하는 곳, 우리가 죽으면 슬퍼해주는 곳, 바로 우리의 가정입니다.
시(媤)어머니란 남편의 어머니를 일컫는 말로 결혼하면 남편의 부모를 시부모(媤父母)님이라고 부른다. 여기서 시(媤)자는 순수한 한국식 한자로서 생각이 많은 여자, 혹은 수염이 생긴 여자라는 말에서 유래되었다고 보는데, 결국 시(媤)자가 붙으면 생각을 많이 해야 하고 수염이 있는 어른이니 조심하라는 뜻이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시댁(媤宅)에 비해 시집간 아내의 부모님이 계신 곳을 친정(親庭)이라고 부르며 더 가깝게 지칭하고 있다. 결혼을 하려고 장가(丈家)를 들러 가는 곳도 장인의 집이며 아내의 부모님을 장인(丈人), 장모(丈母)라고 존중하여 부른다.
한자에서 나타나는 관계성을 살펴보면 시댁이라는 곳은 조심스럽게 생각하여 행동해야 하는 곳으로 여겨지며 이에 반해 친정은 더없이 가깝고 편한 곳으로 사위에게 장인, 장모는 존경받는 인물로 드러난다. 물론 옛날부터 사위도 백년손님이라 하여 예의를 갖추고 대접해야 할 사람으로 친정부모에게 썩 편한 관계는 아니다.
친정아버지에게는 금지옥엽처럼 곱게 기른 딸을 데려가는 사위가 늘 부족하고 못마땅하게 여겨지듯이, 시어머니에게 아들이란 남편 다음으로 믿고 의지해야 할 대상이었는데 며느리가 들어와 아들을 빼앗아 갔으니 며느리는 원수같은 존재로서 늘 견원지간처럼 생각한다. 그래서 ‘며느리 사랑은 시아버지요, 사위 사랑은 장모’라고 한 것은 서로의 입장을 반대로 헤아려 줄 수 있기 때문인 것이다.
딸은 출가(出家)하여 친정을 떠나지만 아들을 둔 시댁에서는 새로운 식구로서 며느리를 맞이하는 것이니 여간 까다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한 집안의 살림을 맡아온 시어머니에게 다른 환경과 문화 속에서 성장한 며느리를 새 식구로 맞이한다는 것은 참으로 힘든 일이며 불편한 일이다.
그래서 시집을 갈 때 예단은 며느리로서 예쁘게 봐 달라고 시어머니께 드리는 선물인 것이다.
예로부터 우리나라에서는 고부간(姑婦間)의 문제는 가정생활에서 드러나는 가장 큰 사건으로 어떻게 시집살이를 잘 견디며 적응하느냐가 며느리에게 가장 큰 숙제거리요, 어려운 과정인 것이다. 물론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잘 적응해 가는 과정도 중요하지만 그 어머니와 아내의 틈바구니 속에서 눈치를 보며 살아가야 하는 남편도 참으로 불쌍하다. 어머니편을 들면 아내와의 골이 깊어지고 아내의 편을 들면 집안에서 왕따를 당하고 마는 어려운 가정사 속에서 이리저리 눈치를 살피며 순탄한 항해를 해내야 하는 남자들도 죽을 노릇이다. 가끔 고부사이에 힘들어 하는 남자들의 모습을 보면 장가 안가기를 정말 잘했다고 가슴을 쓸어 내린다.
이러한 고부갈등은 참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난제임에는 틀림이 없으나 먼저 인간의 문화적 관계성에 대한 심리적 접근이 필요하다. 아들을 빼앗겼다고 여기는 시어머니와 아들의 아내가 된 며느리와의 갈등을 완화시키려면 먼저 부부간의 긴밀한 공조관계가 필요하다. 어머니 앞에서 아내를 칭찬하거나 두둔하지 말고 또한 남편의 단점이나 허물을 함부로 입 밖에 내지 않도록 부부가 먼저 친밀한 작전을 세우고 어머니를 서운하게 하는 일이 없도록 조심하고 남편이 못났어도 어머니 앞에 가장으로서 남편의 기(氣)를 확실히 살려주어 제대로 키운 아들임이 드러나게 해 주어야 한다.
갈등을 해결하겠다고 잘못 뛰어들어 어머니와 아내를 더 힘들게 만드는 철없는 남편들이여! 제발 가만히 좀 계시라…. 그리고 옛말에 여우같은 며느리하고는 살지만 곰같은 며느리하고는 못산다는 말이 있듯이 말도 없고 퉁명스러운 무뚝뚝한 며느리가 되지 말고 어머니가 원하시는 것은 무엇인지 잘 관찰하고 애교있는 살가운 며느리가 되어야 한다. 나도 여우같은 보좌신부와 살기가 편하지 곰같은 보좌신부와는 정말 살기가 어렵다.
“며느리들이여! 제발 여우같이 사시라.”
가정/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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