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를 탈출한 이스라엘에 광야는 시험의 장소인 동시에 준비의 공간이었다. 그들의 사십 년 광야 생활은 시련인 동시에 약속의 땅을 위한 준비를 의미했다. 신약성경의 복음서에서 예수님은 갈릴래아에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시기 전에 광야에서 사십 일 동안 사탄의 유혹을 받으셨다(마르 1,12-13).
이와 같이 이스라엘 백성에게 광야가 시험과 준비의 장소이었듯이, 예수님에게도 광야는 시험과 준비의 의미가 있다.
예수님의 세 가지 유혹 이야기는 마태복음 4장 1-11절과 루카복음 4장 1-13절에 상세히 서술된다. 이 유혹 이야기는 우리가 예수님을 이해하는 데 있어 매우 의미심장하다. 악마는 ‘배고픔’, ‘신체적 위험’, ‘우상숭배’를 통해 예수님을 유혹한다. 이 유혹들을 통해 악마는 하느님에 대한 예수님의 충실성에 도전하고, 창조 세계를 위한 하느님의 뜻과 관련하여 예수님을 시험한다.
우리는 이 유혹 이야기를 당시의 사회적이고 경제적인, 그리고 생태적인 맥락에서 읽을 수 있다.
광야에서 사십 일 동안 단식한 예수님에게 유혹자가 “당신이 하느님의 아들이라면 이 돌들에게 빵이 되라고 해 보시오.”(마태 4,3)라고 말한다. 첫 번째 유혹은 인간의 안녕(well-being)을 위해 기본적인 것인 음식과 관련된다.
예수님은 과거의 이스라엘이 광야에서 경험했던 것처럼(탈출 16장) 음식과 관련하여 하느님을 신뢰하는 문제에 직면하신다.
악마의 유혹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예수님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행동함으로써 하느님을 포기하도록 유혹받으신다. 배고픔, 즉 음식에 대한 기본적인 결핍을 만족시키려 오히려 음식의 원천이신 하느님을 거스르도록 시험 받으신다. 이 유혹에 넘어간다는 것은 땅을 위해 무엇이 최선인지, 다른 사람들의 결핍은 무엇인지를 무시하면서 오직 자신의 필요를 만족시키기 위해 창조물을 이용하는 것이고 하느님의 우주적 정의에 불순종하는 것이다.
이 첫 번째 유혹에 대해 예수님은 “사람은 빵만으로 살지 않고 하느님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산다.”(마태 4,4)고 대답하신다.
이것은 신명기 8장 3절의 인용인데, 이스라엘의 광야 생활과 관계된다. 광야에서 굶주린 이스라엘에게 하느님은 음식을 제공하셨다. 따라서 예수님의 대답은 본질적으로 하느님에 대한 신뢰를 표현한다. 예수님의 말씀은 창조에 대한 생각에 뿌리를 둔다. 하느님의 모든 창조물은 좋은 것이고 그분의 것이다. 그래서 인간은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하느님이 주신다는 것을 신뢰해야 한다(마태 6,25-33). 이와 같이 예수님은 돌들을 빵이 되게 한다거나 자신의 이익을 위해 다른 사람이나 사물을 이용하는 것을 거부하고 하느님과 그분의 약속에 대한 충실성을 신뢰하신다.
예수님에 대한 악마의 첫 번째 유혹이 음식과 관련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음식은 인간에게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식량의 생산, 배분, 소비는 인간의 삶에 있어 중요하다. 음식, 식량에 대한 우리의 태도는 베푸시는 하느님에 대하여 어느 정도까지 신뢰하는지 혹은 불신하는지를 여실히 드러낸다.
따라서 악마의 유혹은 하느님에 대한 우리의 신뢰를 문제 삼으며,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베풀어 주시는 하느님을 포기하고 필요한 것을 얻기 위해 오히려 지구의 자원을 이용하도록 부추긴다.
이것은 인간의 기본적인 필요인 먹고 마시는 것을 안전하게 하기 위해 서로 나누고 신뢰하기보다는 물리적 폭력이나 경제적 권력을 사용하도록 유혹한다.
예수님이 사셨던 당시의 사회는 많은 사람들이 식량 부족으로 고통받았다. 이 고통은 당시의 지배층에 의해 식량 자원의 공급과 가격이 통제되었기 때문이다. 예수님의 광야에서의 첫 번째 유혹 이야기는 식량 위기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회적이고 경제적인, 그리고 생태적인 의미를 가진 유혹에 대한 예수님의 태도는 우리의 삶의 자세를 되돌아보게 한다.
송창현 신부는 1991년 사제수품 후 로마 성서 대학원에서 성서학 석사학위(S.S.L.)를, 예루살렘 성서·고고학 연구소에서 성서학 박사학위(S.S.D.)를 취득했다. 현재 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과 성서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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