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당에서 봉사직을 맡기 전 저에게 사제란 그저 ‘미사를 집전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친절하고 강론 잘 하는 분이 좋은 신부님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봉사직을 맡은 후, 본당 일에 조금씩 관심을 갖고 신부님을 좀 더 가까이에서 대면하면서 사제에 대한 생각이 많이 변하게 됐습니다.
사제는 미사집전뿐 아니라 본당 사목자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됐습니다. 본당 신부님은 미사에 열심히 참례하는 신자들뿐 아니라 쉬는 교우, 예비신자 등 눈에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어린 양들을 살펴야 했고, 본당의 낙후된 시설 설비에도 관심을 두셨습니다. 한 예로 교리실 냉난방 시설 교체, 2층 교육관 및 사목회의실 보수공사 등 지난해부터 저희 성당에는 크고 작은 공사가 많았습니다.
단연 기획과 실행의 주체는 신부님이었습니다. 신부님은 미사 집전 후, 작업복 차림으로 봉사자들과 함께 일하셨습니다. 그런 모습은 참으로 생소하기도 했고, 저를 포함한 모든 봉사자들에게 큰 격려가 됐습니다. 동시에 ‘일을 진행하기 위해 많은 절차와 복잡한 인간관계를 경험해야하는 구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어려움도 많았습니다. 사목자로서 사제는 해야 할 일도 많고 드러나지 않는 고충도 많아 보였습니다.
한 번은 저녁에 사제관을 방문하게 됐습니다. 문이 열려 ‘신부님’하고 부르며 사제관에 들어섰는데 순간, 그 고요함과 적막함에 발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우리 신부님은 십수 년을 이렇게 아무도 없는 어두컴컴한 집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셨구나’ 하면서 말입니다. 신부님은 그 외로운 공간에서 홀로 기도하고, 묵상하고, 강론을 준비하고, 본당사목에 대해 고민했을 것입니다.
자연스럽게 평신도인 ‘나’는 어떤 역할을 해야할 것인가를 생각하게 됐습니다. 신자로서 항상 기도하고, 예수님의 삶을 따라 살도록 매순간 노력해야할 것입니다. 더불어 교회공동체의 일원으로서 공동체의 존속과 발전을 위해 순종하고, 온 마음을 다해 맡은 봉사직에 임해야할 것이라는 다짐을 한 번 더 해보게 됩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