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은 죽는 이뿐만 아니라 살아 있는 사람에게도 엄숙하고 중요한 순간이다. 교회는 죽은 이를 위한 미사를 통해 영생과 육신 부활에 대한 믿음과 희망을 강조하는 동시에 전통상례의 정신은 존중해 유족들의 마음을 위로하며 삶과 죽음의 신비를 깊이 묵상하게 한다. 이 거룩한 순간, 떠나는 이와 보내는 이 모두를 위해 봉사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연령회 봉사자들이다. 교구 연령회연합회 강재오(보니파시오·77·안양대리구 호계동본당) 회장을 만나봤다.
“연령회를 노인들의 집합소라고 오해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사실 그렇지 않습니다. 선종봉사가 시간을 정해두고 하는 게 아니다 보니 직장생활 하시는 분들이 참여하기 어렵긴 하지만 가능하면 젊은이들도 함께했으면 좋겠습니다.”
강 회장이 연령회에 들어간 것은 1987년. 자그마치 26년의 세월동안 연령회 봉사를 해왔다. 본당 연령회 회장만 12년을 역임했다. 지난 2009년에는 교구 연령회연합회 회장을 맡아 연임을 하고 있다. 강 회장은 오래 연령회를 운영해오다 보니 선종봉사만이 아니라 어르신을 위한 활동에도 관심이 많다. 실제로 호계동본당 연령회는 노인성서학교를 4년간 운영하면서 노인대학으로 발전시켜 레크리에이션, 체조, 노래교실 등을 운영하고 있다. 이렇게 활동범위를 넓혀가면서 젊은 봉사자들도 연령회에 많이 참여하게 되는 1석2조의 효과도 봤다.
“선종하신 분들을 제 손으로 염하고 관에 모시다 보면 스스로 인생을 바라보게 됩니다. 26년 동안 수많은 분들의 염을 해왔지만 단 한 분도 같은 모습이 없었어요. 그 수많은 모습을 보면서 다짐을 하게 되죠. 좋은 마음으로 살아야겠다하고….”
오랜 시간 선종봉사를 하다 보니 많은 사람을 만나 왔다. 선종한 이는 물론이고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고 큰 슬픔에 빠진 유가족들을 도왔다. 슬픔과 혼란 속에 무슨 일을 해야 할지 모르는 그들을 찾아가 하나부터 열까지 정성껏 도왔다. 염하는 모습에 감화를 받아 냉담교우가 회두하거나 비신자가 세례를 받는 일도 자주 봐왔고 성당에 나가면 강 회장을 기억하는 유가족들의 감사인사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강 회장은 오히려 그 모든 이에게 감사하는 마음뿐이다.
“냉담에서 회두하거나 세례를 받는 모습, 유족들의 감사를 받으면 굉장히 큰 보람을 느낍니다. 제가 감사하죠. 또 연령회 봉사를 함께 해주시는 임원들과 회원들, 도움 주시는 신부님께도 감사하고 무엇보다도 저를 이 자리에 불러 봉사 할 수 있는 시간을 허락해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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