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온난화를 규제·방지하기 위한 국제환경협약인 ‘기후변화협약’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05년 기준 이산화탄소 배출량 세계 9위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중 온실가스 증가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을 위한 노력이 시급한 상황.
무분별한 에너지 소비와 함께 과도한 이산화탄소 배출에 따른 에너지 위기와 환경오염이 만연한 요즈음, 많은 이들이 우리 땅에서 나는 식자재를 선택함으로써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줄이는 ‘로컬 푸드’(Local Food, 장거리 운송을 거치지 않은 지역 농산물)운동에 주목하고 있다. 우리 농산물을 애용하는 것은 물론, 직접 텃밭 채소들을 길러 먹는다면 우리가 감수해야할 이산화탄소량은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는 것. 이러한 인식의 변화를 바탕으로, 이번 호에서는 우리 가정에서부터 ‘탄소 발자국’(생활 속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줄이기를 실천하는 ‘우리 가족 텃밭 가꾸기’ 방법을 소개한다.
■ 아이들과 함께하는 준비과정
생장의 과정을 경험하는 텃밭 가꾸기는 자연의 소중함을 체험하는 동시에 생명의 존엄성을 일깨우는 장이다. 이 때문에 텃밭은 자녀들을 위한 생생한 생태교육의 현장이 되고 있다. 아이들은 직접 자연을 보고, 만지고, 느낌으로써 스스로를 자연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생명을 존중하는 태도를 갖게 된다.
대방성모유치원의 생태교육과 연계시켜 가정에서 고추, 호박, 부추, 상추, 토마토, 나팔꽃 등 다양한 작물을 키우고 있는 조정한(다니엘ㆍ7)군의 어머니 박옥자(요안나)씨는 “아이들과 함께 텃밭을 가꾸면서 생명에 관한 교육이 저절로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텃밭을 꾸미기 전에 먼저 아이들과 함께 무엇을 기를까부터 고민해봐야 한다. 가족들이 즐겨 먹으면서도 쉽게 기를 수 있는 품종을 찾는 것이 관건이다. 또한 각 채소들의 특성을 염두에 둬야한다. 처음부터 까다롭고, 병과 벌레가 많이 드는 작물을 기른다면 의욕이 떨어지고 텃밭 농사를 망칠 수 있기 때문이다.
대개 잎채소(상추, 시금치, 쑥갓, 배추), 뿌리채소(당근, 무, 토란, 고구마, 감자), 콩류(완두, 강낭콩) 등이 기르기 수월하다. 토마토, 호박, 고추, 가지 등도 어렵지 않다.
품종을 선택했다면 심는 방법을 익혀야 한다. 일반적으로 직접 씨앗을 뿌리는 것과 모종을 사서 심는 방법이 있다. 예를 들자면, 열매채소 모종을 심는 것은 고추, 가지, 토마토, 오이, 호박 등이, 씨앗을 뿌리는 것은 강낭콩, 콩, 옥수수 등이, 묘를 심는 것은 고구마 등이 있다. 아울러 뿌리채소 씨앗으로는 알타리 무, 당근, 토란, 래디시 등을, 잎채소 씨앗으로는 열무, 얼갈이배추, 상추, 쑥갓 등을 들 수 있다.
병과 벌레, 병충해를 막는 방법 또한 미리 숙지하는 것이 좋다. 여름철 채소를 갉아 먹는 진딧물을 농약 없이 퇴치하려면 텃밭 주위와 채소 밭 위에 높이 0.5~1m, 간격 1m 정도로 노란색 비닐 테이프를 감아두면 된다. 또한 스프레이에 요구르트를 넣고 진딧물의 몸이 젖도록 충분히 뿌려주면, 요구르트가 마르면서 진딧물의 숨구멍을 막아 진딧물이 죽게 된다.
곰팡이가 피기 쉬운 장마철에는 비닐로 가려주는(비가림 가꾸기) 한편, 밭이랑을 신문지, 비닐 등으로 덮어주면 땅 속의 수분 증발을 막는 것과 함께, 빗물에 흙이 튀어 올라 병을 옮기는 것을 막아주는 등 효과가 크다.
■ 상추 기르기
딸기 1kg을 담았던 스티로폼 상자를 재활용해 상추 모종을 심어보자. 먼저 스티로폼 상자 바닥에 여러 개 구멍을 뚫고 흙을 덮는다. 보통 상추 모종은 10cm 깊이에도 심을 수 있다. 15cm 간격 내 흙을 살짝 밀어내고 모종을 잘 꽂은 후, 흙을 눌러가며 정리한다.
상추를 키우는 과정 중 주의할 점은 상추가 산성인 흙에서 잘 자라지 못하므로, 석회질 비료를 꼭 줘야한다는 것이다. 석회질 비료는 잘 말린 계란껍질을 빻아 준비한다. 물을 줄 때마다 영양성분이 흙 속으로 스며들어 상추가 건강하게 자라도록 도와주는 것. 원두커피를 내리고 남은 커피 찌꺼기도 질소와 무기질이 풍부한 좋은 비료다.
▲ 【상추 기르기】 스티로폼 상자 활용.
▲ 【석회질 비료】 잘 말린 계란껍질 준비.
▲ 상추 모종 심기.
▲ 잘 말린 계란껍질을 빻아준다.
▲ 상추.
▲ 흙에 섞어 준다.
■ 고추 기르기
고추는 생장기간이 길어 오래 두고 가꿀 수 있다. 고추 모종은 30cm 정도 깊이에서 키워야 하므로 쓰지 않는 난 화분을 이용하는 것도 좋다.
모종을 심기 15일 전에 퇴비, 석회비료 등을 뿌려 흙을 뒤엎어 주고, 일주일 전에 다시 복합비료를 섞어준다. 모종 사이의 간격은 약 40cm 정도로 잡고, 물은 흠뻑 준다.
심은 뒤 보름이 지나 어느 정도 자란 후에는 각 포기마다 지지대를 세워 줄기가 휘어지는 것을 막아준다.
■ 가지 기르기
가지는 가꾸기가 까다롭지 않은 편이라 아이들과도 쉽게 키울 수 있다. 거름만 충분하다면 7~8 포기만 심어도 4~5명 가족의 찬거리로 넉넉할 정도의 양이 생산된다.
흙 전면에 5cm 두께로 퇴비를 펴고, 뒤엎은 뒤 뿌리가 다치지 않게 가지 모종을 심는다. 심은 모종 주변에 다시 퇴비를 깔고 겉흙과 가볍게 섞어 놓으면 된다. 뿌리 내리지 않은 모종이 바람에 쓰러지지 않도록 임시 지주를 대주면 좋다.
곁눈과 곁가지는 일찌감치 따서 줄기를 튼튼하게 하고, 첫 번째 열매는 일찍 따서 포기가 잘 자랄 수 있게 한다. 퇴비를 많이 주고 드물게 심어야 햇볕이 잘 들고 바람이 잘 통해 병충해 피해를 적게 받는다.
도움말: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