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시간에 화마가 집을 앗아갔다. 목조건물이었던 집이 한줌의 재로 변하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가족들은 시커먼 불구덩이 속에서 겨우 몸만 빠져나왔다. 망연자실한 가족에게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지난 2월, 이규철(요셉·63·대전교구 기지시본당)씨 가족은 큰 불로 집을 잃었다. 잿더미로 변해버린 집은 을씨년스럽기만 했다.
가족들은 발만 동동 구를 수밖에 없었다. 희귀병으로 한쪽 다리가 붓는 큰아들을 비롯해 지적장애, 언어장애로 간단한 대화조차 어려운 이씨의 아내와 며느리까지 5명의 가족들 중 대부분이 장애를 갖고 있는 상황에도 꿋꿋하게 살아온 이들에게 닥친 시련은 너무도 가혹했다.
마을 주민들의 배려로 잠시 마을회관에서 생활하기도 했지만, 공공의 공간이기에 오랫동안 신세를 질 수는 없었다.
결국 잿더미 집터 옆에 비닐하우스를 세우고, 기거하기로 했다. 비닐하우스 안이라고 해봤자 바닥에 깔아놓은 넓고 긴 판자를 둘로 나눠 이씨 부부와 큰아들 부부 침실을 만든 것이 고작이었다. 무엇보다 찌는 것 같은 여름 날씨에 비닐하우스 안의 생활은 고역이었다. 게다가 곧 닥쳐올 장마철도 걱정이었다.
이씨의 가족이 속한 대전교구 기지시본당(주임 김기범 신부)의 사회복지분과가 나서 가족들을 돌봤지만 온갖 어려움이 뒤따랐다. 재정 문제가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일단 사회복지분과장 이의형(알프레도)씨가 발품을 팔아가며 가족들이 살 집을 새로 짓긴 했지만, 외상으로 처리했던 공사비용이 다시 눈앞을 가로 막았다. 이 분과장이 지인들을 동원해 성금을 모으고는 있지만 역부족이다. 아직 수천만 원의 공사대금이 남아있다. 이 분과장 역시 한쪽 다리에 의족을 차고 있는 장애의 몸으로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그 많은 돈을 구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가족들은 생활비만이라도 해결하고자 뿔뿔이 흩어져 일자리를 찾아 나섰다. 하지만 집 떠나면 길을 잃는 아내와 의사소통이 어려운 며느리, 군 복무 중인 둘째 아들을 빼면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은 고령의 이씨와 다리가 아픈 큰아들뿐이었다. 요즘 이씨와 큰아들은 남의 집 밭일을 도우며, 근근이 버텨나가는 중이다. 더욱이 두 사람은 일을 나가면서도 아내와 며느리가 사고를 당하지나 않을까 노심초사다. 설상가상으로 최근에는 이씨마저 정신장애 증상을 보이고 있다.
대화가 어려운 이씨 가족을 대신해 가족의 상황을 전해준 이 분과장은 “하루하루 힘겨운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이씨 가족을 볼 때면 한숨부터 나온다”며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어버리고 방황하고 있는 이씨 가정에 화재가 아닌 희망의 불씨가 타오르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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