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늘 갈 수 있는 곳, 우리가 없으면 우리를 그리워하는 곳, 우리가 죽으면 슬퍼해주는 곳, 바로 우리의 가정입니다.
나는 다른 신부들보다 유난히 목소리가 크다. 조용하게 얘기를 한다고 생각하고 대화를 나누지만 남들이 볼 때는 마치 싸움을 하는 것처럼 억양이 높아 시끄럽다고 한다.
한 번은 새로운 직원에게 몇 가지 지시사항을 전달하는데 그 직원의 눈에 눈물이 가득해서 왜 그러느냐고 물었더니 야단을 맞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서운해서 그런다는 것이었다. 목소리가 커서 대화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이렇게 목소리가 큰 이유를 나름대로 분석해 보면 아마도 시장통에서 성장한 것에 가장 큰 원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5일에 한 번씩 열리는 전통시장인 장호원 장(場)날이 되면 여기저기서 박수를 치며 “골라, 골라”를 외치는 이름 모를 장돌뱅이 아저씨들, 하루종일 왔다갔다 하며 소리치는 좀약장수와 고무줄 파는 아저씨까지 모두가 자기 소리를 들어 보라고 외치는 사람들이다. 이런 시끌벅적한 시장통 한가운데에 있는 그릇가게에서, 어린시절을 장꾼들의 시끄러운 틈바구니 속에 자란 우리 형제들은 자연스럽게 시장 안에서 적응을 하기 위해 목소리를 키우지 않을 수가 없었다. 또한 가게 안을 기웃거리는 사람이 있으면 쫓아나가서 “무엇을 찾으십니까?”하고 먼저 인사를 건네는 적극적인 사고방식도 시장통에 살았기 때문에 생기게 되었던 것 같다.
그래서 신부가 된 지금도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즐거워하고 다른 신부들보다 바쁘게 살고 있으며 그릇가게에서 여러 가지를 파는 것처럼 내가 하는 사목도 이것저것 여러 가지를 담당하고 있다.
내 주변은 항상 왁자지껄 정신이 없으며 나는 늘 새롭게 만드는 것을 좋아하고 어디선가 와서 물건을 팔아 달라고 하면 없어서 못팔 정도로 장사 솜씨가 제법이다.
그런데 얼마 전 나보다 목소리가 더 큰 신부를 만났다. 그래서 그 신부는 도대체 어떤 환경에서 성장했나하고 역학적인 조사를 해보니 당연히 나보다 목소리가 더 클 수밖에 없음을 확인하였다. 그 신부는 다름 아닌 기찻길 옆에서 성장했던 것이다. 시끄러운 기찻길 옆에서 자기도 모르게 삶에 적응되어 나름대로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또 어떤 신부는 한약방집 아들로 태어났는데, 어린시절부터 약재를 분류하는 것을 보아와서인지 자료를 정리하고 분류하는 데에 일가견이 있으며, 또한 약탕관에 약재를 넣고 약을 달여내듯 여기저기에서 많은 내용들을 종합하여 보약을 달여내듯 강론을 준비해 나간다.
이렇듯 사람은 환경의 지배를 받고 살아간다.
‘어떤 곳에서, 어떻게 성장했는가?’가 결국 한 사람의 인생을 좌우한다. 몇 째로 태어났는지, 아버지의 직업이 무엇인지, 그리고 어느 지방에서 살았는지 등에 따라 성격과 기질이 다르고 형성된 가치관과 문화가 다르다. 그래서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라는 말이 있듯이 사람은 환경에 따라 성장과정이 다를 수 있기에 좋은 환경 속에서 잘 자라는 것도 중요하며 형성된 각자의 성격이 어떻게 환경적 영향을 받았는지 이해하는 것도 필요하다.
사람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어떤 가정에서 어떻게 성장했는가와 어떤 환경 속에서 자랐는지를 잘 아는 것이 필요하며 부부로서 서로를 이해하는 데에 있어서도 아주 중요하면서 기초적인 단초(端初)가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가정을 성화(聖化)시키는 데에 있어서 가정환경이란 가장 중요한 핵심요소이기에 부모는 결코 소홀함이 없어야 하며 항상 좋은 가정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가정/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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