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이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
수많은 노인들이 종종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각 지역 사회마다 노인 인구가 크게 늘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아직도 노년기의 올바른 의미와 가치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노인들의 원숙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장도 찾아보기 어렵다. 이러한 사정은 교회 안에서도 별반 차이가 없다.
이러한 가운데, 돌봄이 필요한 노인들을 찾아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소명을 적극 실현하는 노인들이 있어 관심을 모은다. 대전교구 서천본당 ‘인자하신 동정녀’ 쁘레시디움(단장 안경표) 단원들로 구성된 목욕봉사단이 그 주인공이다.
매주 수요일, 대전교구가 위탁 운영 중인 서천어메니티복지마을 내 서천군노인요양시설(원장 장영선 수녀)에서 생활하는 남성 노인들은 ‘서천본당 레지오 목욕봉사단’의 인사로 아침을 맞이한다. 늘 침대에 누워서 혹은 휠체어에 의지해서 생활하지만, 이날만큼은 개운하게 목욕을 한 후 미사까지 봉헌한다. 단원들은 목욕을 끝내면 노인들과 함께 거동할 수 없는 환우들의 병실을 방문하며 기도를 하고, 미사 때에 전례봉사자로도 나선다.
‘서천본당 레지오마리애 목욕봉사단’ 단원들은 지난 2008년 요양시설이 개원하면서부터 활동에 나섰다. 현재 국내 노인요양사 대부분이 여성들로 구성, 남성 노인들의 목욕을 돕기가 쉽잖은 상황을 감안해 단원들 만장일치로 봉사를 시작했다.
모든 일이 처음부터 쉽지는 않았다. 단원들의 평균 나이는 60대 후반. 평범한 시선으로 볼라치면 이들 또한 돌봄을 받아야 할 ‘어르신들’이다. 나이가 들어 새삼 봉사에 나서려니 몸도 마음도 선뜻 움직이기 어려웠다. 환자들의 몸에서 나는 냄새와 대소변 뒤처리를 감당하려니 얼굴이 찌푸려지기도 했다. 하지만 단원들은 모두 첫 단추를 꿰는 것만 힘들었다고 입을 모은다. 수년간 단원들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농번기에도 매주 빠짐없이 목욕봉사를 이어왔다. 올해부터는 월 1회 길산 사랑의 집 노인병원도 찾고 있다.
노년기 봉사활동은 단원들 개개인의 삶도 긍정적으로 변화시켰다. 우선 쁘레시디움 공동체의 친교가 더욱 돈독해졌다. 봉사활동을 시작하면서 신앙인으로서의 자세도 다잡고 신앙을 심화하는 데에도 적극 관심을 갖게 됐다. 특히 요양시설에 있는 노인들의 모습이 미래의 자화상일 수 있다고 생각하며, 노년기 삶과 신앙에 대해 더욱 깊이 묵상하는 기회도 갖게 됐다고.
“하느님의 뜻에 따라 즐겁게, 또 여럿이 함께하는 봉사활동은 더욱 젊게 사는 비결입니다. 이제 봉사활동은 ‘하기 어려운 일’이 아니라 ‘빠지기 싫은 일’이 됐습니다.”
땀을 뻘뻘 흘리며 목욕탕을 나서지만, 마음만큼은 어느 때보다 개운한 봉사의 날을 보낸 단원들이 이구동성 말한다.
가정/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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