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매일 아침 잠자리에서 눈을 뜨면 하루의 빗장을 열고 고요한 침묵과 마주하게 됩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새롭게 주신 하루 안으로 또다시 스며들 수 있음에 감사드리며 각자 영성의 그물을 손질합니다.
우리는 침묵의 무게와 중요성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말을 하지 않고는 살 수 없기 때문에 사람과 사람 사이에 아름다운 언어의 꽃으로 다리를 놓기도 하고, 불필요한 언어의 흉기를 만들어 상대를 찌르고 자신의 영성을 빈곤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때때로 직장이나 모임에서 말을 많이 하고나면 마음을 뽑아낸 것처럼 공허한 울림만 여울져 허전한 느낌을 받곤 합니다. 이것은 필요 이상으로 말을 많이 하는 동안 주님을 향했던 내면의 불꽃이 약해지고 심하게 흔들렸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루의 일과 중 얼마나 많은 침묵의 시간을 주님의 성심 앞에 드리고 내면을 들여다보았나’ 묻게 되는 질문에 고개가 숙여집니다.
헨리 나웬은 ‘침묵은 내면의 불꽃을 지켜준다’고 말했습니다. 침묵은 우리에게 주님의 음성을 듣는 귀를 갖게 하고 힘 있는 말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그리스도인들이 침묵의 삶으로 내면의 불꽃이 흔들리지 않도록 돌보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그리스도의 향기가 묻어있는 말로 상대방을 위로하고 격려하여 평온한 마음을 심어줍니다. 이런 분들도 침묵의 삶을 산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침묵하며 산다는 것은 울림이 있는 그분의 음성을 듣기 위해 매일 영성의 우물을 깊이 파내려가는 것입니다. 세상에 대해 귀를 막을 수는 없지만 좋은 것만 여과시켜 들을 수 있다면 그것 또한 은총일 것입니다. 그래서 가장 좋은 기도는 미사여구로 보기 좋게 포장된 기도가 아니라 침묵에 기대어 주님의 음성을 듣는 기도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하느님은 우리 존재의 근거이므로 침묵과 함께 매일 자신을 봉헌한다면 우리는 그분 안에 뿌리를 깊게 내릴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침묵하는 순간부터 마음이 하늘의 언어를 빚기 시작한다면 얼마나 행복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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