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가 문화와 소통을 시작했다. (재)대한불교진흥원은 지난해 문화공간 ‘숨도’를, 서울국제기독영화제는 올 5월 기독교영화상설전용관 ‘필름포럼’을 열었다. 가톨릭은 이에 앞선 2010년 북카페 ‘산다미아노’와 청년문화공간 가톨릭청년회관 ‘다리’ 등을 마련, 대중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올해 개관 30주년을 맞은 부산의 ‘가톨릭센터’도 지역의 대표적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해 오고 있다.
이들 문화공간의 공통점은 ‘소통’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이다. 작은형제회가 운영하는 산다미아노는 격자 모양 조형물과 통유리, 벽돌 바닥 등 공간 곳곳에서 소통의 의미를 찾아 볼 수 있게 구성돼 있다. 카페에 진열돼 있는 책들도 외부에서 기증 받은 것으로, ‘소통’의 산물이라고 볼 수 있다. 서울대교구 가톨릭청년회관 ‘다리’도 목적에 맞게 청년들과 함께하기 위해 젊은이들의 거리 홍대에 자리를 잡았다. 청년문화공간이라는 특색에 맞게 회관에는 극장, 카페, 작업 공간 등이 마련돼 있어 특히 젊은 예술가들에게 인기가 많다.
산다미아노 관장 신성길 신부는 “문화공간을 통해 신자와 비신자들이 가지고 있던 수도회에 대한 벽을 허물 수 있었다”면서 “이 공간 안에서 문화적 교류와 소통이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두 시설 모두 개관 2년이 넘은 현재, 대중들에게 각광받는 공간으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단지 현대적이고 세련된 시설만으로 이들이 주목받을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이들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문화 콘텐츠가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가톨릭청년회관 다리는 문화의 거리에 위치한 만큼 예술가들을 발굴, 육성, 지원하는 아트인큐베이팅 프로젝트를 비롯 작업 공간이 필요한 젊은 예술가들에게 공간을 제공하는 등 다양한 콘텐츠를 운영하고 있으며, 예술가와의 협업을 통해 지속적인 콘텐츠 개발에 관심을 쏟고 있다.
산다미아노도 설계 단계부터 공간기획자, 설계 디자이너, 문화기획자 등 전문가들의 조언을 십분 받아들여 완성된 문화소통공간이다.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심도 있는 연구와 기획이 이뤄져 계획적으로 만들어졌다. 처음부터 ‘문화’와 ‘소통’을 위한 공간으로 설계됐기 때문에 현재 정기 음악회와 NGO 단체와 함께하는 단편영화상영회 등 다채로운 문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활동 저변에는 ‘가톨릭 정신’이 깔려 있다. 덕분에 신자는 물론 비신자들도 가톨릭에 대해 자연스럽게 알고, 다가갈 수 있게 인도하는 공간으로서 제 역할을 하고 있다. 실제로 산다미아노와 가톨릭청년회관 다리를 찾는 이들 중에 가톨릭에 관심을 갖고 세례를 받겠다고 문의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가톨릭청년회관 관장 유환민 신부는 “가톨릭문화공간은 가톨릭을 보다 가깝게 느끼고 호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공간”이라며 “이곳에서 많은 이들이 공존하면서 가톨릭의 사랑을 느끼게 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21세기는 문화의 시대다. 문화와의 소통에서 뒤떨어진다는 것은 곧 세상과의 소통도 단절된다는 의미와 마찬가지다. 산다미아노와 가톨릭청년회관의 사례를 바탕으로 문화공간에 대한 교회의 적극적인 관심과 투자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와 함께 교회 안에서 조직적으로 문화 콘텐츠를 개발하고, 전문가를 양성해야 문화선교를 선도해 나갈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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