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당 사무실 왼편에 폐지, 헌옷, 빈병 등이 가지런히 쌓여 있다. 저쪽 골목에서 한 할머니가 불편한 몸을 이끌고 큰 깡통을 끌고 와서 놓고 가신다. 잠시 뒤에는 한 자매가 손수레로 종이상자를 한가득 가져오더니 창고 구석에 차곡차곡 쌓아놓는다. 광주대교구 대성동본당(주임 남재희 신부)에서 매일같이 볼 수 있는 광경이다.
2001년 본당 성소자들을 지원할 목적으로 시작한 재활용품 수집 활동은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의 세월 속에서도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다. 사순시기 자신들의 노력이 주님께 기쁨이 되길 청하며 바친 시간은 이제 그들의 삶 전체로 번져갔다.
10원, 20원 하는 고철과 폐지를 구하러 비싼 기름 들여서 차를 몰고 다닌다는 비웃음은 10년이 지난 지금 감탄으로 변했다. 이제는 신자들이 먼저 나서 여기 폐지가 있다, 고물이 있다 연락을 주고 있다. 30℃가 넘는 숨 막히는 날씨 속에서도 폐지 가져가라는 연락이 오면 반가워 한다. 오죽하면 본당 수녀가 재활용팀원들이 쓰러질까봐 오후 1~5시까지는 활동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할 정도일까.
힘들게 모은 고물들을 팔아 모은 돈이 200만 원이 되면 상황이 어려운 본당이나 공소로 전달됐다. 옥과공소, 몽탄본당, 석문본당 등 여러 곳에서 대성동본당 재활용팀의 지원을 받았고 감사의 편지를 보내왔다. 지난 7월 20일에는 하의도 웅곡공소와 대리공소에 12인승 승합차를 기증했다. 이날 차량 기증식에는 웅곡공소와 대리공소 신자 10여 명이 참석해 고마움의 표시로 직접 재배한 마늘, 천일염 등의 농산물을 대성동 본당에 전달했다. 재활용팀은 이마저도 본당 빈첸시오회를 통해 어려운 이웃들에게 나눠줄 김장김치를 담는데 쓰고자 결정했다.
본당 주임 남재희 신부는 “칠순이 넘는 나이에도 열심히 활동할 수 있는 것은 주님의 은총 덕분이라 생각한다”며 “봉사의 힘으로 지금까지 건강하게 살아오셨듯 앞으로 늘 건강하고 복된 삶을 사시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카리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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