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에 대한 악마의 두 번째 유혹 이야기는 마태오복음 4장 5-7절에 소개된다. 악마는 예수님을 데리고 거룩한 도성 예루살렘으로 가서 성전 꼭대기에 세운 다음 “당신이 하느님의 아들이라면 밑으로 몸을 던져 보시오”라고 말한다.
광야가 인간 사회의 변두리라면 거룩한 도성은 인간 권력의 중심이다. 악마는 예수님에게 성전 꼭대기에서 뛰어내려 하느님이 주신 초능력을 보이라고 유혹한다. 마치 오늘날 할리우드 영화의 영웅들처럼 행동하도록 유혹한다. 이러한 행동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하고 예수님을 즉시 유명하게 만들 것이다. 그리고 악마는 시편 91장 11-12절을 인용한다. “성경에 이렇게 기록되어 있지 않소? ‘그분께서는 너를 위해 당신 천사들에게 명령하시리라. 행여 네 발이 돌에 차일세라 그들이 손으로 너를 받쳐 주리라’”그러나 예수님은 “성경에 이렇게도 기록되어 있다. ‘주 너의 하느님을 시험하지 마라’”라고 신명기 6장 16절을 인용하신다. 이 대답으로 예수님은 악마의 유혹에 저항하신다. 즉 예수님은 떠들썩하고 ‘신기한 행동’(sensationalism)이라는 쉬운 선택이 아니라 하느님에 대한 신뢰를 선택하신다. 예수님은 하느님에게 그 어떤 과시도 요구하지 않으신다. 사실 사람들은 값싸고 떠들썩한 것, 인기를 얻는 것에 쉽게 기울어진다.
요한 묵시록 13장 13-14절에서 상징적인 언어로 표현된 것처럼, 당시 로마 제국의 지도자들은 이러한 경향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표징을 일으키고 심지어 하늘에서 불이 내려오고 상들이
말하게 함으로써 백성을 속일 수 있었다.
예수님이 두 번째 유혹인 뛰어내리는 것을 거부하신 것은 이러한 신기하고 인기를 얻는 행동으로 사람들을 현혹하는 것을 거절한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맥락에서 마태복음 24장 23-26절의 말씀을 이해할 수 있다. “거짓 그리스도들과 거짓 예언자들이 나타나, 할 수만 있으면 선택된 이들까지 속이려고 큰 표징과 이적들을 일으킬 것이다.”(24절)
이처럼 악마의 유혹에 대한 저항에서 예수님의 길이 분명히 드러난다. 이 두 번째 유혹 이야기는 마태오복음 16장 13-23절의 장면과도 연결된다. 베드로는 예수님을 그리스도라고 고백하지만, 십자가의 길은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베드로는 예수님의 길에서 벗어나서 인간적인 성공을 위해 더 쉽고 관습적인 길을 선택하도록 유혹한다. 그러자 예수님은 “사탄아, 내게서 물러가라.
너는 나에게 걸림돌이다. 너는 하느님의 일은 생각하지 않고 사람의 일만 생각하는구나!”(23절)라고 말씀하신다. 여기서 베드로는 유혹하는 악마의 대변인이 된 셈이다. 베드로가 생각한 인간적인 성공의 길은 예수님의 길이 아니었다.
그리고 두 번째 유혹 이야기는 겟세마니에서 예수님이 체포되시는 장면과도 연결된다. 당신 일행 중 한 사람이 칼로 대사제의 종을 쳐서 그의 귀를 잘라 버리자 예수님은 “너는 내가 내 아버지께 청할 수 없다고 생각하느냐? 청하기만 하면 당장에 열두 군단이 넘는 천사들을 내 곁에 세워 주실 것이다.”(마태 26,53)고 말씀하신다. 예수님의 길은 군사적인 성공이나 강력한 권력을 향한 것이 아니었다. 떠들썩하고 인기를 얻는 방식의 유혹, 성공을 위한 관습의 유혹, 좋은 정치적 목적을 위한 군사적 방식의 유혹에 대하여 예수님은 반대하신다. 오히려 예수님은 회개를 통한 변화로 우리를 초대하신다(마태 4,17).
현실을 바꾸려고 떠들썩하고 ‘신기한’(sensational) 악마적 방식을 선택하는 것은 오히려 어려운 문제에 대한 쉬운 대답의 선택이다. 그러나 그것은 예수님의 길과는 다르다. 생태 위기는 다른 사
람들을 비난하는 방식으로, 떠들썩한 방식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회개에로의 초대는 우리 자신의 삶의 방식을 다시금 되돌아보게 한다. 회개는 우주 만물이 하느님에 의해 창조되었고 우리는 그에
상응하도록 살아야 한다는 것을 재발견하는 것이다. 오늘날의 생태 위기는 하느님의 창조 세계를 존중하고 변혁적인 행동으로 구체화되는 인간의 회개로 해결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하느님의 우주적 정의를 추구하는 예수님의 방식이다.
송창현 신부는 1991년 사제수품 후 로마 성서 대학원에서 성서학 석사학위(S.S.L.)를, 예루살렘 성서·고고학 연구소에서 성서학 박사학위(S.S.D.)를 취득했다. 현재 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과 성서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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