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빈센트의원. 이 의원은 조금 특별하다. 주말과 주일에도 진료한다는 것도 진료과목이 많다는 것도 별나겠지만 정말로 특별한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가난한 이들을 위한 무료복지의원이기 때문이다.
반월·시화산업단지가 있는 안산지역에는 하루 벌어 먹고살기에도 빠듯한 어려운 사람들이 많다. 특히 이곳은 돈이 없거나 불법체류 등의 이유로 의료보험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병을 치료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은 지역이기도 하다. 이에 성 빈센트 드 뽈 자비의수녀회는 2004년 안산 빈센트의원(원장 마리엣다 수녀)을 개원, 병들고 의지할 곳 없는 가난한 환자들에게 하느님의 사랑을 전하고 있다.
빈센트의원의 진료대상은 건강보험카드가 없는 영세민과 극빈자, 노숙자, 주민등록 말소자, 가난한 외국인 근로자 등이다. 하나같이 일반 병원에서는 진료받을 수 없는 가난한 이들이다. 대부분 노동자로 평일에 시간을 내기 어려운 것을 고려해 주말과 주일에도 진료한다. 그렇게 다녀가는 환자 수가 지난 1~6월에 4000명이 넘었다.
그중에도 많은 수를 차지하는 환자가 이주민들. 돈을 벌기 위해 바다를 건너온 그들은 우리말이 능숙하지 않다. 또 우리말을 하더라도 병명이나 아픈 부위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비교적 전문적인 단어가 필요하지만 모르는 경우가 많다. 빈센트의원은 이를 위한 통역봉사자를 미리 섭외, 준비하거나 통역서비스 등을 활용하고 있다. 이런 정성스러운 도움에 필리핀 대사와 나이지리아 공동체로부터 감사패를 받기도 했다.
작은 규모의 의원이지만 진료과목은 여느 종합병원 수준이다. 내과, 외과, 치과, 안과, 이비인후과, 산부인과…. 빈센트의원이 다루는 진료과목만 18개다. 복잡한 수술이나 입원은 어렵지만, 수준급 전문의들이 각 진료과목을 담당하고 있어 전문적인 치료가 가능하다. 또 일반 병원과 연계, 할인된 진료비에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연결해주고 있다.
몸의 치료뿐이 아니다. 의원에 찾아오는 이는 빠짐없이 의원담당 수녀와 면담 및 상담을 하고 있다. 병의 진정한 원인을 찾기 위해서다. 가난이나 환경, 정신적인 어려움으로 병에 걸리는 이들이 다시 같은 상황에 빠져 아픔을 겪지 않도록 하나하나 이야기를 듣고 도움을 주고 있다.
이렇게 가난한 이들을 치유하는 빈센트의원을 움직이는 것은 바로 봉사와 후원의 힘이다. 의원에 진료봉사로 찾아오는 이들은 의사만 해도 50여 명에 간호사, 약사, 방사선사, 치위생사, 놀이치료사 등을 합치면 130여 명이다. 그뿐만 아니다. 주방봉사, 환경미화, 진료보조 등을 위한 일반봉사자도 꾸준히 찾아오고 있다. 후원도 든든한 지원군이다. 이 후원은 운영비, 의약품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식료품, 의류 등도 있어 의원을 찾아오는 어려운 이들에게 전달되고 있다.
의원을 찾는 이들은 기쁘기만 하다. 러시아에서 온 박순자(62) 씨는 “빈센트의원에 오기 전까지는 당뇨가 있었는데 원인도 모르고 치료비도 없어 아프기만 했다”며 “빈센트의원이 없었으면 죽었을지도 모른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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