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12일 열린 제12기 ‘기도생활체험학교’는 청소년들에게 3박 4일 간의 공동체 생활을 통해 기도와 말씀, 찬양에 맛들이고, 순교자 영성을 닮은 작은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기 위한 체득의 과정을 보여주며 큰 호응을 얻었다.
청소년의, 청소년에 의한, 청소년을 위한 기도생활 맞춤 배움터로 눈길을 모으고 있는 ‘기도생활체험학교’의 일정을 따라가 보자.
■ 일하고, 기도하라
점심 식사를 마친 나른한 오후 시간, 참가 청소년들은 조별로 둘러앉아 도자기 만들기에 열중해 있다. 흙을 다루는 참가자들의 손 안에서 개성 넘치는 도자기 십자가가 빚어져 나온다. 참가자들은 자신만의 도자기 십자가에 주님의 수난과 부활을 기록했다. 도자기 만들기는 직접 보고, 듣고, 느끼고 만져보는 등 오감 체험을 통해 기도의 의미를 일깨워주는 프로그램이다.
꿀맛 같은 잠깐의 쉬는 시간이 지나고, 참가자들이 성지 내 잔디밭 주위로 몰려들었다. 참가자들은 삼삼오오 모여 앉아 잡초 뽑기에 돌입했다. 뜨거운 햇빛에 숨이 막히고, 땀이 비 오듯 흐르지만 모두들 맡은 바 책임을 끝까지 해낸다.
‘기도생활체험학교’에는 ‘일하고, 기도하라’는 수도생활의 전통이 그대로 녹아있다. 참가자들은 잡초 뽑기, 벽돌 나르기와 같은 봉사활동은 물론 식사 준비, 청소 등 생활에 필요한 모든 일을 스스로 한다. 반복되는 삶의 자리에서 노동의 가치를 찾아가는 한편, 기본적인 기도생활과 기도방법을 터득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것. 참가자들에게는 15~20시간의 봉사활동 확인서도 발급된다.
▲ 청소년을 위한 ‘기도생활체험학교’가 9~12일 수원교구 내 청소년 성지인 어농성지에서 열렸다.
▲ 참가자들은 주님의 수난과 부활을 기록하며 자신만의 도자기 십자가를 만들었다.
▲ 성지 내 잔디밭에서 잡초를 뽑고 있는 참가자들.
■ 나만의 기도를 찾아라
친구들과의 시끌벅적한 물놀이도, 입맛을 돋우는 저녁 식사도 모두 마무리되면, 특별한 기도 시간이 펼쳐진다.
기자가 방문한 11일에는 주님을 향한 찬양의 기도를 봉헌했다. 참가자들은 봉사자들의 연주에 맞춰 한목소리로 주님을 만나는 기쁨을 노래했다.
이 밖에도 ‘기도생활체험학교’는 캠프 기간 동안 성호경, 식사 전·후 기도, 아침·저녁 기도, 삼종기도, 평일미사 참례 등 가장 기본적인 기도생활과 함께 묵주기도, 떼제기도, 성체조배, 이냐시오 묵상 등 다양한 기도 방법을 나눔으로써 참가자 스스로에게 맞는 기도 방법을 찾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참가자 김윤수(프란치스코·신둔본당)군은 “집에서는 생각 없이 기도를 봉헌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곳에서는 더욱 정성을 쏟게 된다”며 “집에서도 이곳에서 배운 기도 방법들을 바탕으로 정성을 담아 기도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 참가자들은 봉사자들의 연주에 맞춰 한목소리로 주님을 향한 찬양의 기도를 봉헌했다.
■ 꿈을 꾸어라
‘기도생활체험학교’의 주인공은 언제나 청소년 자신이다. 이때문에 참가자들이 모든 일을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고, 또 기다려 준다. 프로그램의 원칙인 자율을 지키면서도 악기를 연주하고, 성가책을 나눠주며, 방석을 정리하는 등의 세세한 부분까지 책임을 맡김으로써 자신의 역할과 정체성 등을 인식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매 기수마다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참가자들마다 꿈을 실현하는 자신감을 심어주는데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기도생활체험학교’ 책임 봉사자 김영민(안나·죽전본당)씨는 “아이들이 꿈을 이루는데 필요한 마음가짐은 ‘무엇이 되느냐’가 아닌 ‘어떻게 사느냐’는 것”이라며 “‘기도생활체험학교’는 이러한 마음가짐을 키울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설명했다.
청소년 사목의 숙련된 봉사자들이 나서 참가자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상담활동을 벌이는 것 역시 ‘기도생활체험학교’가 가진 장점이다.
이러한 노력은 참가자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됐다. ‘기도생활체험학교’의 프로그램에 공감하는 청소년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것. 제대로 갖춰진 숙소와 편의시설이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여러 번 ‘기도생활체험학교’에 참가하거나, 대학 입학 후 봉사자로서 다시 찾아오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봉사자 김재선(스테파노·죽전본당)씨는 “참가자로 왔던 ‘기도생활체험학교’에서 느꼈던 점들이 다시 봉사자로 참가하도록 이끌었다”며 “참가자들의 모습에서 예전 내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고 밝혔다.
※ 문의 및 성지 후원 031-636-40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