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서 올라오면 적당히 숨이 찬 채로 도착하는 우리 성당은 너무 평화롭습니다. 지어진 지 8년째, 모진 풍파들을 이기고, 인간의 작은 욕심과 갈등을 묵묵히 지켜보며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모습이 대견스럽고 마음을 편안하게 하기도 합니다.
지난 2년을 되돌아보며 평소 본당 형제자매들에게 전했던 말을 정리해 봅니다. 첫째, 소통의 문제입니다. 사람들 관계에서 가장 안 좋은 버릇 중 하나가 늘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것입니다. 모든 것을 끊임없이 남과 비교하며 스스로 위축되는 것도, 반대로 우월감을 갖는 것도 좋지 못한 버릇입니다. 각자의 아집과 편견에 사로잡혀 이웃의 형제자매들과, 나아가 주님과 소통하지 않으면 하느님 나라에서는 결코 환영받지 못할 것입니다.
‘빠삐용’을 아시는지요. 모임에서 건배를 제의할 때 주로 사용하는 말입니다. 모임에서 빠지지 말고, 삐지지 말고, 용서하라는 뜻입니다. 이 말은 다른 표현으로 이해하고 용서하라는 것입니다.
둘째, 일치와 결심입니다. 신앙생활의 깊이도 있고 기도와 차원 높은 영성생활을 할지라도 우리 교회의 일치를 저해한다면 그 많은 기도와 영성생활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우리는 더욱 교회의 일치를 위해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각자의 현 위치에서 끊임없는 기도와 묵상을 해야합니다. 소통과 이해와 용서, 일치, 이제 우리는 결심해야합니다. 더 이상 이것은 이래서, 저것은 저래서, 오롯이 개인적 감정으로 머뭇거리지 말고 교회일치를 위해, 주님의 뜻에 합당하게 살기 위해, 영원한 삶을 위해 결심하고 행동해야 합니다.
비록 봉사자가 없어서, 혹은 그만한 사람이 없어서라기보다는 본당의 봉사직을 두루 경험하면서 상대방과 소통하려 애쓰고 이해하려 노력하며, 용서하면서 일치를 이루려는 과정을 우리 모두 경험해보자는 뜻입니다. 우리 공동체에는 봉사자가 많이 부족한 상태입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이제는 더 이상 망설이지 마시고 모든 분들이 일단 본당의 한 단체에 가입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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