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계
「한국교회」「민족」주제 출판물 늘듯
교의관련 문서 사전 출간 활발
숨어있는 국내작가 발굴 필요
세계 가정의 해인 94년에는 가정 관련 출판물이 많은 관심을 끌어 교황회칙「인간생명」과 요한 바오로 2세의 권고「가정공동체」는 지난해 낙태반대운동과 함께 급격한 판매증가를 보인 이후 지금까지 꾸준하게 읽혀지고 있다.
다소 딱딱한 교황문헌에 비해 지난 10월 20여개국에서 동시발간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희망의 문턱을 넘어서」나 5월에 발간된 김수환 추기경이「참으로 인간답게 살기 위하여」는 신자들뿐 아니라 대형서점 베스트셀러 목록 수위에 오를 정도로 비신자들에게도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지난해 출판계의 가장 큰특징 중 하나는 교의에 대한 공식문서나 통계, 사전류가 활발하게 출간됐다는 점이다. 특히 교회사연구소가 92년말부터 5개년 계획으로 총8권의 편찬작업에 돌입, 8월 31일자로 제1권을 선보인「가톨릭대사전」은 2천년대 복음화를 앞두고 얻은 학문적 노력의 큰 성과로 평가된다.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는「가톨릭교회교리서」제1편「신앙고백」, 사회교리에 관한 교회문헌을 모아 엮은 「교회와 사회」, 한국교회에 대한 자료를 총정리한「한국천주교연감」을 발간했다.
교회사연구소는 지난해 제1권을 출간한 가톨릭 대사전 2권과 3권을 올해 안으로 펴낼 계획이며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는「가톨릭교회 교리서」를 제4편까지 완간할 예정이다.
94년 문학분야에서는 신자 문인들이 교회 안팎에서 활발한 저작활동을 벌이는 한편 가톨릭문우회는 이미 여러차례 논의된 가톨릭문학상 제정을 위한 구체적인 작업에 들어갔다.
이에따라 올해에는 본격적으로 문학상 제정을 추진할 계획에 있다.
25년에 걸친 역작인 박경리씨의 대하소설「토지」완간은 94년도 한국문단의 가장 큰 성과로 손꼽히고 원로시인과 소설가들이 속속 책을 펴냈다. 가톨릭문우회의 공동수필집「가장 아름다운꽃」김홍신, 박완서, 노준자, 최인호, 이규희씨 등 신자 5인의 중편선「산문(山門)」등 공동저작물이 활발하게 선번보이기도 했다.
전여옥씨의「일본은 없다」나 최영미(비비안나)씨의「서른 찬치는 끝났다」는 발간과 함께 서점가에 거센 바람을 몰고오며 대형서점이 집계한 94년 베스트셀러목록 5위안에 집계됐다.
잡지계의 94년도 주목할만한데 성바오로딸수도회는 성서잡지「야곱의 우물」우리신학연구소는 격월지「공동선」을 창간했고「성서와 함께」는 혁신창간 10주년, 철학서적을 주로 출판하는 서광사는 창립 20주년을 기록했다. 한편 현재 서울 상계동본당 보좌 주평국 신부가 속속 펴낸 한국교회 성지안대지도는 철저한 현장답사를 통해 작성, 성지순례를 원하는 신자들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
95년은 유엔이 정한「관용의 해」이자 75년「세계여성의 해」이후 매10년마다 세계 여성대회가 열리는 해이며 특히 광복50주년을 맞는 해로 출판계 역시 올해의 이런 큰 흐름을 타고 전체적인 방향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여성문제에 대한 관심과 함께 광복50주년을 기념하는 각종 기념행사들이 연이어 개최될 것으로 보이는데 교회 출판계 역시 교회사적인 관점에서 한국교회와 민족을 주제로 하는 많은 행사와 기념출판물들을 기획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비교적 번역물이 많았던 교회 출판계는 지난해부터 국내 작가 발굴에 적극 나서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 올해에는 더욱 활발하게 숨어있는 작가들의 발굴에 나설 것으로 기대된다.
◆문화계
한국 가톨릭문화창달 노력 절실
“미술 비해 음악 저조” 아쉬워
여성문화인들 힘찬 활동 기대
『아직도 가톨릭 문화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봐야 합니다. 그러나 신자문화인들이 토착적인 가톨릭 문화 발전을 위해 힘을 모을 때가 바로 지금인 것 같습니다」올 한해 문화담당 기자로서 취재를 다닐때마다 신자 문화인들에게 자주, 또는 격앙된 어조로 듣곤 했던 말이다. 「가톨릭 문화」라고 내세울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그들의 한결같은 지적은 지금 여기서 한국천주교문화 창달을 위해 노력해야한다는 바람을 담고 있다.
이같은 많은 이들의 바람과 질책속에서 음악 미술 연극 영화 가요 등 각 분야에서 신자 문화인들은 발굴의 실력을 발휘해가며 나름대로의 사도직을 수행해오고 있다.
그러나 가톨릭교회 전체 즉 교회가 주도적으로 한국가톨릭 문화창달을 해왔느냐는 물음에 긍정적으로 대답을 할 사람들은 극히 드물다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문화계에 많은 인적 자원을 갖고 있는 가톨릭 교회가 문화에 대한 인식부족으로 내세울 만한 천주교 문화가 없다는 것은 2000년대 민족복음화라는 대전제 아래 스스로 반성해 봐야할 중요한 현안이라는게 교회내 문화관련 인사들의 말이다.
이같은 열악한 환경속에서도 한국가톨릭 문화의 발전들 위해 각분야에서 많은 노력이 없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가톨릭 내에서 그래도 가장 활발하며, 뜻있는 활동을 전개해 나가고 있는 분야는 미술이다. 90년대 들어서면서 서울가톨릭미술가협회(회장=최종태 교수)를 중심으로 교회내 미술발전을 위해 포문을 열기 시작한 미술분야는 지난해 미술가협회가「한국교회미술의 오늘과 내일」이란 주제의 세미나를 개최, 대형화 고급화 되어가는 교회건축을 지적하고 교회건축의 토착화를 주장해 눈길을 끈데 이어 95년도 2월에「교회건축물내부」에 대한 신학적 예술적 접근을 위한 세미나를 마련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가톨릭 미술계는 한국천주교미술의 토착화를 위해 앞으로도 지속적인 활동을 펼쳐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미술계의 이같은 노력과는 대조적으로 가톨릭의 음악분야는 많은 인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활동과 성과면에서는 부족하다는게 일반적인 견해다.
지난해「우리소리관현악단」(단장=김종국 신부) 등 국악의 해를 맞추어 탄생된 국악에 대한 많은 관심과 또 교회의 여러 종교음악관련단체들이 많은 공연을 했으나 음악인들의 개성(?) 때문에 보편교회의 특징을 살리지 못하고 개별적인 몸짓으로 끝났다는 평가가 만만치 않다. 이같은 문제는 어제 오늘이 일이 아니라 가톨릭 종교음악계의 묵은 숙제이기도 하다. 가톨릭 종교음악계는 개별적이 활동을 하나로 묶어줄 구심점이 절실히 필요하다. 95년도 종교음악관계자들은 『「한국가톨릭종교음악」이 과연 있는가?』라고 자조적인 자세를 갖고 있기보다 민족의 복음화를 위한 시대적 요청에 부응하기 위해 역량을 모을 때다.
미술과 음악분야가 가톨릭문화의 전체는 아니지만 2천년대 민족복음화의 기치를 들고 여러분야에서 매진하고 있는 한국천주교회는 문화의 소중함을 새롭게 인식, 한국가톨릭 문화창달을 위해 구체적인 노력을 기울일 때다. 95년 새해에는 특히 여성문화인들의 당찬 활동을 기대해 본다.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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