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이제 종이 아니라 자녀입지다』
오늘 제2도서(갈라 4.4~7)에 나오는 사도 바오로의 말씀을 가지고 새해 쳣날의 은혜를 나누겠습니다.
하느님께선 우리가 행복하게 살기를 원하십니다. 모든 사람이 주어진 처지에서 가장 기쁘게 살기를 원하십니다. 물론 세상이 불공평하게 보일때도 있습니다. 누구는 부자로 태어나고 누구는 가난하게 태어납니다. 누구는 죄없이 병으로 고생하며 누구는 또 애매한 십자가를 평생 짊어지고 갑니다. 그래도, 어떤 처지에서고 하느님께선 우리가 행복하게 살기를 원하십니다.
교통사고로 다리를 절단한 고등학생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학생은 공부도 잘하고 기타를 잘 쳤으며 또 명랑했습니다. 한번은 제가 묻기를 혹시 다리 때문에 불편한 적이 없느냐고 했더니 그는 자기 다리가 안 보인다고 했습니다. 왜 안 보이느냐고 하자 그 햑생이 대답하기를, 세상엔 봐야할 더 좋은 것들이 많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농담섞인 말이었지만 그 말은 보석처럼 제 가슴에 새겨졌습니다. 그렇습니다. 못난 사람은 평생 못난 것만 붙들고 징징거리며 고달프게 걸어갑니다. 그러나 지혜로운 사람은 고달픈 것을 결코 바라보지 않습니다. 그보다 더 가치있는 것을 바라봅니다. 그러니까 인생 자체가 다릅니다. 세상은 우리가 살기에는 너무나 아름답고 소중한 곳입니다. 정말 잘살아야 합니다.
우리는 종이 아닙니다. 종이라면 미래도 없고 자유도 없습니다. 그저 끌려다니고 이용당하는 노예에 지나지 안습니다. 우리는 자녀이고 자유인입니다. 위대하신 하느님의 아들이고 딸이며 그리고 그분 나라의 상속을 우리가 이미 보장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보다 떳떳하고 당당해야 합니다. 긍지를 가지고 힘차게 살아야 합니다.
제가 누군가를 한동안 미워한 적이 있었습니다. 저는 저의 그 미움을 아주 당연하고 정당한 것으로 받아 들였습니다. 왜냐하면 예수님께서도 율법학자나 바리사이파 사람들을 철저하게 저주하고 배척 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제가 신앙 안에서 마저 누군가를 계속 미워하자 내 자신이 바로 그 사람의 종이 되어 끌려다니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참으로 비참한 일이었습니다.
기도를 해도 그 사람 미운 생각이 제 머리를 덮고 있었으며 말을 할 때도 기회만 닿으면 그놈 밉다는 말이 계속 튀어나왔습니다. 잠을 잘때도 어떻게 복수를 할까 궁리를 했으며 그 사람이 뭔가 잘 안되기를 속으로 바라고 또 바라곤 했습니다. 저는 저도 모르게 그 사람에게 끌려다니면서 꼭 쓰레기 같은 삶을 살아야 했습니다.
언젠가 그가 다시 미운 짓거리를 했을 때 저는 정말 그를 사랑할 수 있었습니다. 그를 위해 진정한 애정으로 기도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자 제가 비로소 자유인이 되었고 종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가 있었습니다. 원수는 참으로 우리가 갚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사실 갚을 자격도 없습니다. 또 그렇게 해서 복이 오는 것도 아닙니다. 절대로 아닙니다.
우리는 새해를 맞이할 때마다『새해 복많이 받으세요』라는 인사를 합니다. 참으로 좋은 인사입니다. 오늘 1독서(민수6, 22~27)에서도 그런 내용이 나옵니다. 먼저 하느님의 이름으로 복을 빌어주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것이 바로 복받는 길입니다. 우리가 참으로 복을 받으려면 먼저 남의 복을 빌어줘야 합니다. 아무리 미워도 복을 빌어줘야 합니다.
말이 좀 어폐가 있는듯 하지만 후손이 편안하려면 먼저 돌아가신 조상들을 편하게 해드려야 합니다. 그분들이 구원받아 천국에서 평화의 안식을 누려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그분들을 위해서 우리가 기도를 해드리고 할 수 있으면 미사도 봉헌해드려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평화를 얻으려면 우리가 먼저 이웃의 평화를 빌어줘야 합니다.
오늘은 특히 「천주의 모친 성마리아 대축일」입니다. 새해를 주님의 이름으로 열면서 또한 그의 모친 마리아를 특별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 오늘은 「평화의 날」입니다 세계 평화를 위해서 기도하는 날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새해를 주님의 이름으로 마리아와 함께 평화를 기원하면서 여는 것입니다. 이것이 우리에게는 복 받는 일입니다.
우리가 새해를 또다시 맞이할 수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축복이며 은총입니다. 뿐만 아니라 우리가 남에게 복을 빌어준다는 사실만으로도 축복이며 또한 우리가 부를 수있는 주님이 계시고 찾을 수 있는천상의 어머니가 계시다는 그 자체가 은총입니다. 그리고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올해도 행복하게 살기를 원하십니다. 바로 지금의 처지에서 기쁘게 살기를 원하십니다. 『하느님、 우리를 어여삐 여기소서、 우리에게 복을 내리소서』(시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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