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의 아들의 날
이제 얼마 안 있어 끔찍한 일들이 자기들 주변에 일어날 것이라는 예수님의 예언 말씀을 듣고 제자들은 몹시 불안스러웠다. 그래서 우선 알고 싶은 것은 그런 일들이 어디서 일어날 것이며 특히 언제 일어날 것인가에 대하여 초조해 했다.
예수의 대답은 상징적이었다. 그것은 그 무서운 일들을 예언하시면서 위협을 주려는 것이 아니고 산고후의 산모의 기쁨처럼 그 고통후에 하느님 나라가 동녘에 떠오르는 햇님처럼 나타나는 기쁨의 시기가 도래한다는 희망을 알리는 것이었다.
무화과나무가 파릇파릇 연한 입새를 내 보이면 여름이 가까와짐을 알 수 있는 자연이치와 같다.
지금 예수께서 말씀하시는 때는 온갖 초목이 푸르러 물이 올라오는 봄이었고 아마도 예수님은 제자들과 함께 올리브산에서 무화과나무를 눈앞에 보고 계셨을 것이다.
그와 같이 그 끔찍한 일들이 일어나는 것을 보게되면 사람의 아들이 또다시 오실 때가 되었음을 알리는 징조로 보면 된다.
사람의 아들이 오시는 것은 두번 있을 것이다. 한번은 예루살렘 멸망후에 새 예루살렘, 즉 교회라는 형식으로 온 세상에 임할 것이고, 두번째는 세상 마칠 때에 하늘에서 구름을 타고 천사들과 함께 위풍당당하게 영광스러운 모습으로 오실 것이다. 그러니 첫번째 오심은 제자들에게 발등의 불처럼 긴박함이 있다.
지금 사람의 아들, 즉 구원자는 문앞에 다가와 있는 셈이다.
그 날은 옛 시대가 지나가고 새 시대가 오는 날이다. 그리고 이 모든 일은 이 세대가 지나가기 전에 일러난다는 것을 예수께서 다짐하셨다.
그 다짐은 너무나도 확실하기 때문에 예수께서는 제자들에게 확신을 심어주셨다.
「천지가 변하는 한이 있어도 내 말은 변하지 않는다.
이렇듯 굳게 다짐하시는「사람의 아들의 오심」은 하느님 나라의 임하심을 뜻하였다. 그 나라는 예수의 전교생활의 중심을 이루는 대목으로서, 전교시초에 『하느님 나라가 다가왔다』(마르1. 15)로 시작하여 제자들에게 하느님나라가 임하시기를 기구하라 하셨고(마태6, 10: 루가11, 2), 예수를 믿는 사람들에게 그 나라가 너희에게 와 있다고 하셨다.(마태 12, 28:11, 20).
또 너희 안에 있다고 하셨고(루가 17, 21), 그들이 죽기 전에 하느님나라를 보게 될 것이라고 하셨고(마태 16, 28: 마르 9, 1: 루가 9, 27), 하느님나라가 성장하는 모습을 여러가지 비유로 설명하셨고(마태 13장, 마르4장, 루가13, 18~21), 이번에는 그 나라가 곧 가시적으로 서게 됨을 역설하신 것이다.
그런데 제자들은 예루살렘 멸망과 함께 올 사람의 아들의 오심과 세상 종말과 함께 오실 주님의 날을 구분하지 못했을 것이다. 사도 바오로도 복음전파에 따르는 온갖 고통을「그 날에 주님께서 오셔서 당신 성도들에게 영광을 받으시고 모든 믿는 사람들에게 경탄의 대상이 되실 것」(테살후 1, 10:디모후 1, 12. 18:4, 8)이라고 서로 위로한 것을 보면 주님의 오심에 대한 믿음은 확고하였지만 그 날이 곧 올 것이라고 기대했던 것 같다.
그러나 주님의 말씀은 확실하다.
「그 날과 그 시간은 아무도 모른다. 하늘의 천사들도 모르고 아들도 모른다」(대목 240~241참조).
여기서 아들도 모른다는 것은 예수께서 사람의 아들 자격뿐 아니라 하느님의 아들자격으로도 모른다는 뜻인데 하느님 아버지에 속하는 비밀은 성자(聖子)로서도 누설할 수 없다는 뜻이다.
하느님 아버지의 구세사적 비밀은 창조사업, 세상종말에 관한 일, 그리고 하늘나라에서의 자리매김이다.
그래서「누가 내 오른편에 앉고 왼편에 자리를 할지는 내가 하는 일이 아니고 오직 나의 아버지께서 하시는 일이다」(마태 20, 23)라고 말씀하셨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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