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박완서(엘리사벳ㆍ63)씨가 첫 장편동화「부숭이의 땅힘」(한양출판 발행)을 발간해 눈길을 끌고 있다.
한국 문단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면서 지난해에는 「한말씀만 하소서」를 발간, 눈물의 일기장을 세상에 내보였던 저자는「달걀은 달걀로 갚으렴」이라는 동화를 펴낸바 있으나 본격 장편창작동화로는 이번 작품이 처음이다.
이 작품은 전형적인 서울내기 누리와 시골에 사는 동갑내기 육촌형제 부숭이라는 열두살짜리 소년을 주인공으로 한다. 어머니를 병으로 여읜 부숭이가 여름방학중에 누리에게는 고모할머니가 되는 외할머니를 따라 서울 누리의 집을 찾아오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부숭이의 「괴팍한」 성미로 싸움을 하고 결국 지고만 누리는 부숭이의 「땅힘」이 무엇인지를 찾아 시골로 내려간다. 그리고 시골에서 누리는 땅을 기름지에 하는 거름냄새의 소중함, 싱싱한 야채의 영양가. 생명력있는 땅의 모든 것을 배운다.
박완서씨는 전직 고등학교 농업선생으로 유기농업을 하고 있는 부숭이 아버지의 입을 빌어 『사람이 사람답게 살려면 닭은 닭답게 살고, 돼지는 돼지답게 살고, 오리는 오리답게 살고, 참새는 참새답게 살고 이 세상의 생명있는 것들이 다 건강한 생명의 기쁨을 마음껏 누려야 한다』고 말한다.
작가는 이 두 소년의 이야기를 통해 화려하지만 뿌리없고 허약한 도시적인 요소와 농촌이 갖는 끈끈하고 근원적인 생명력을 대비시켜 이를 인간과 자연, 모든 생명있는 것들에 대한 사랑의 힘으로 하나로 묶어 세워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손자들이 읽으면서 기쁨을 느끼고 살아가는 동안 힘이 되고, 어른이 된 뒤에도 마음이 지치거나 쓸쓸할 때 어린날 사랑받은 기억처럼 아련히 떠올라 위안과 용기를 줄 수 있는 동화』가 오랜 꿈이었다는 박씨는 이 작품으로 그 꿈이 실현되지 않았는가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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