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에 나오는 가나의 혼인 잔치는 그 의미가 대단히 큽니다. 여기서 주인공은 신랑도 아니고 신부도 아닙니다. 엉뚱하게도 예수님이 주인공이십니다. 뿐만 아니라 가나의 혼인은 한 남자와 한 여자의 계약관계만도 아닙니다. 하느님과 이스라엘, 하느님과 교회, 그리고 하느님과 우리와의 관계를 말합니다.
하느님과 이스라엘과의 관계는 백성이 계약을 깨뜨림으로써 그 혼인 관계는 파기되었습니다. 아주 끝장이 나버렸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이 오심으로 인해서 새 계약이 체결되며 새로운 혼인 관계가 성립이 됩니다. 이것이 오늘 성서의 주요 내용입니다.
잔치에서의 술은 생명입니다. 술이 있어야 흥겹고 좋은 술이 있어야 그 잔치가 성대하게 됩니다. 그런데 잔치에 술이 떨어졌다면 그 잔치는 파장입니다. 이제 끝장입니다. 집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그러나 오늘 잔치는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예수님 때문에 더 흥겹게 됩니다. 마리아가 도와주셨기 때문입니다.
오늘 잔치는 많은 손님 탓인지 너무도 일찍 술이 바닥이 났습니다. 그러니까 주인은 큰 낭패였고 속수무책이었습니다. 이때 마리아가 눈치를 채시고 예수님께 도움을 청합니다. 그리고 예수님이 개입하심으로써 다 끝장이 난 잔치를 더 흥겹게 만들어 주셨습니다. 바로 이것이 하느님과 이스라엘, 그리고 하느님과 인류와의 관계입니다.
이스라엘은 오랫동안 하느님의 계명을 저버림으로써 하느님과의 단절된 생활을 해왔습니다. 성서에 보면 하느님은 신랑인 남편이요 이스라엘은 신부인 아내입니다. 여기서 신랑은 계약에 늘 충실하지만 아내인 이스라엘은 항상 바람만 피우고 못된짓만 골라서 합니다. 이제 혼인 관계는 깨졌습니다. 이스라엘은 그 댓가로서 실로 엄청난 고난을 체험하게 됩니다. 노예로 끌려가서 수십년 동안 귀양살이를 했으며 나중에 고국에 돌아왔으나 다 파괴되고 무너진 도시와 성벽 앞에서 그들은 허탈 상태에 빠지게 됩니다. 하느님을 거스렸던 자신들의 죄 앞에서 그들은 회한만이 가득했습니다.
이때 예언자가 나타나서 말합니다. 너희는 이제 더 이상 버림받은 여자가 아니다. 절대로 소박데기가 아니다
하느님은 너희를 사랑받는 귀여운 각시로 다시 맞아주신다는 것입니다. 바로 이 내용이 오늘 1독서(이사62, 1~5)에 나왔습니다.
맞습니다. 우리는 어떤 최악의 경우에라도 희망이 있습니다. 절대로 포기되어지지 않습니다. 바로 예수님 때문입니다. 하느님과 인류와의 다 깨진 혼인 잔치에 예수님이 개입하심으로써 새로운 사랑의 관계가 성립이 될수 있습니다. 어떤 처지에서고 다시 일어설 수 있습니다. 생의 의미를 다시 찾을 수 있습니다.
어떤 형제가 세례받은지 2년만에 냉담을 했습니다. 웬지 신앙이 식어져서 성당에 나오는 것이 귀찮게 되었고 한두번 안 나온 것이 그럭저럭 3년을 주저앉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묘한 것은 그동안에 돈은 제법 잘 벌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물질이 아무리 풍요로와도 마음은 항상 메마르고 허전했습니다. 마치 잔치에 안주는 풍성하지만 술이 없어서 흥이 나지 않는 그런 혼인잔치와도 같았습니다. 잘 먹고 잘 살아도 주님이 거기 계시지 않으니 인생의 잔치는 파장이었습니다. 마음에는 항상 쓰레기만 날리는 황량한 거리 같았습니다.
이 형제가 어느날 은행을 나서다가 발에 밟히는 것이 있어 줏어보니 반지묵주였습니다. 그는 자기가 밟았던 묵주를 보면서 어떤 깊은 느낌을 받게 됩니다 묵주가 버려져 밟혀 있듯이 자기가 신앙을 버리고 하느님을 밟아온 나날을 반성하고 회개하게 된 것입니다.
그는 그 길로 성당으로 찾아가서 기도를 했고 신부님을 뵙고 고해성사를 봄으로써 새 포도주를 만나게 됩니다. 바로 그날부터 그는 생의 참 의미를 찾게 되었으며 돈으로는 결코 얻을 수 없었던 삶의 고귀함을 깨닫게 됩니다. 그는 거기서 깨달았습니다 예수님이 거기 계시지 않으면 세상은 황무지라는 것을.
우리는 신앙의 은혜를 소중하게 간직해야 합니다. 예수님이 거기 계시지 않으면 인생은 술 없는 잔칫상입니다. 아무리 잘 살아도 주인공 없는 혼인 잔치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마리아의 도움을 기억합시다. 오늘 주님은 원치 않으셨으나 그러나 마리아의 청을 거절치 못하셨습니다 바로 여기에 우리의 희망이 있습니다.
올해가 축복으로 열려졌지만 그러나 그 축복의 한 해 속에는 고달프고 힘든일이 숨겨져 있으며 외롭고 슬픈 일들이 우리를 괴롭힐지 모릅니다. 또한 해도 해도 무너지고 실패하는 아픔이 있을지 모릅니다. 그때 예수님을 찾읍시다. 그때 성모님께 달려갑시다. 그러면 주님께서 여러분의 삶을 새롭게 변화시켜 주실 것입니다. 흥겹게 이끌어 주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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