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습니다’(인샬레이츠)를 말하기 시작한 것이 가장 큰 변화였다. 지구 건너편 아프리카 수단 사람들은 감사와 미안함을 서로에게 표현하기 시작했다. 4년 3개월간 수단에서 해외선교를 마치고 한국으로 정식 복귀한 첫 번째 수원교구 사제, 한만삼 신부의 노력 때문이다.
“얼마 전 한국에 들어와서 지금 정신이 별로 없네요. 한국으로 돌아온 것은 기쁜데 수단에 남아있는 후배 신부님들과 수단 사람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기도 하고요. 그래도 한국에서 제가 할 일이 있겠지요.”
한 신부는 과거 수단에서 쌓았던 추억보다는 앞으로 한국에서 이뤄나갈 이야기들에 집중하고 있었다. 피데이도눔(Fidei Donum, 신앙의 선물, 교구 사제가 부족한 지역에 사제 파견을 요청하는 교황 비오 12세 회칙). 교구가 나서는 해외선교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면, 이제는 성공적으로 정착해 한국에서 충실하게 살아가는 모습이 귀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가는 길뿐 아니라 돌아오는 길까지 잘 내야지요. 처음 수단에 갔을 때 새로운 문화에 대한 충격을 이미 겪었지만 이제는 한국에 돌아와 겪는 역 문화충격을 잘 버텨야할 것 같아요.”
수단 선교는 그에게 타임머신을 타고 시대를 거슬러간 것 같았다. 처음 건네준 사탕을 껍질도 벗기지 않은 채 그대로 입에 집어넣은 수단의 한 아이. 현대화된 개념이 존재하지 않고, 오랜 내전으로 감사와 미안함도 잃어버리고 살아갔던 이들이었다.
그는 수단 사람들에게 우선 감사의 의미를 가르쳐주고자 했다. 수단 여성의 식사 준비과정에 대한 노고를 이야기하며 ‘감사’라는 개념을 설명한 첫 강론이 끝났다. 고된 노동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던 수단 여성들이 가장 먼저 박수를 쳤다. 이제 그들이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모습은 어색하지 않다.
많은 것을 가르쳐주고 온 것 같은 한 신부는 수단 사람들에게 오히려 더 많은 것을 배웠다고 했다. 구원이 모든 이에게 열려있고, 복음이 선포되는 그 자리에는 언제나 그리스도가 함께 한다는 ‘보편교회의 아름다움’을 말이다. 선교사만이 가질 수 있는 경험이자, 그가 돌아온 한국교회에 자양분이 될 수 있는 값진 체험이다.
“돌아온 그 다음이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제 ‘제가 배운 것들을 어떻게 되돌려줄 것인가’하는 고민 말이죠. 보편 형제교회 안에서 하느님의 구원사업이 한 나라와 민족에만 국한되지 않도록 가난하고 소외된 교회와 함께할 수 있는 시선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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