얇은 붓을 들어 예수의 옷자락을 정성스럽게 칠한다. 붓이 스치는 만큼 이콘 안 예수의 모습도 따뜻하고 평화로워진다. 벌써 이콘 작업을 시작한지 3시간째, 구슬땀을 흘리며 이렇게 오랫동안 예수의 얼굴을 들여다본 적도 없다.
13~18일 이뤄진 수원교구 안양대리구 범계본당(주임 이형동 신부)의 이콘 제작 체험과정, 교회의 전통 안에서 특별히 신학적, 전례적 관점으로 그려졌던 이콘을 좀 더 알고자 희망하는 신자들을 위해 이뤄진 과정이다. 윤인복 교수(인천가톨릭대학교 그리스도교 미술학과)와 연구원들이 직접 자신들의 재능을 나눈다. 이콘을 만들기 전, 이콘에 얽혀있는 영성과 상징적 의미, 비잔틴 미술의 역사 등을 설명하고, 이 과정을 통해 모은 교육비는 교회미술 발전을 위해 쓸 예정이다.
“전문적인 이콘화가를 양성한다기보다 이콘을 접해본다는 의미가 중요하죠. 이콘을 사서 집에 놓을 수도 있지만 직접 붓을 쥐고 하나하나 붓 칠해 만든 이콘은 더 특별한 의미를 가지는 것 같아요.”
이콘 제작 체험과정에는 범계본당 신자뿐 아니라 대아미, 평촌 등 인근 여러 본당 신자들이 모였다. 작품을 만들기 전부터 이들은 기도와 묵상을 계속하며 예수의 얼굴을 표현한다. 심윤숙(안젤라·55·범계본당 교육분과장)씨가 말했다.
“이콘의 신비함을 알고 싶었는데 쉽게 접근할 기회가 없었어요. 색을 섞고 칠하는 것도 모두 어려워보였는데 이렇게 직접 해보니 너무 좋네요. 엄마가 만든 이콘을 아이들에게도 물려주고 싶어요.”
이콘판을 사포질하고, 이미지를 스케치하고, 금박을 입히고, 색을 칠하며 신자들은 자신이 만든 이콘이 범계본당 주일 교중미사 제대 앞에 놓일 순간을 기대한다. 구슬땀을 흘리면서도 신자들의 입가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예수 그리스도와 닮은 인자한 미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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