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 있으라-열동정녀의 비유
마지막 주님의 날은 언제일런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은 하느님의 극비에 속한 하느님의 구세사적 마감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하느님의 나라를 맡아 다스리는 제자들중에는 멍청하게 그 일을 당하지 않도록 늘 정신을 차리고 깨어 있어야 한다. 예수께서는 이미 이 깨어 기다림의 교훈을 여러가지 비유를 들어 말씀하신 바 있다(대목 201, 202, 241, 243참조).
기다리는 자세는 주인이 집을 떠나면서 하인들에게 또는 문지기에게 각각 할 일을 맡기고 떠난후 주인이 돌아 올 때를 기다리는 것과 같다. 제자들은 하느님 나라 살림을 맡고 주인이 다시 돌아 올 때를 기다리며 자기 할 일에 차질이 없도록 늘 마음을 쓰고 있어야 한다.
『늘 깨어 있으라. 집주인이 언제 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한 밤중에 올 수도 있고 새벽닭이 울때 올수도 있다.』 그러니 설마 오늘 밤에야 안오시겠지 하고 안이한 생각을 하고 있는 동안 주인은 갑자기 들이닥칠 것이다.
예수께서는 제자들에게 깨어 있으라는 분부를 네번씩이나 거듭하셨다. 그리고 기다림의 기간은 세상종말에 있을 사람의 아들이 다시 오심의 기다림인 만큼 깨어 있으라는 분부는 교회의 살림을 책임맡은 모든 사람에게 그대로 적용된다.
그 때에는 맡은 일에 대한 엄중한 셈을 바쳐야 하기 때문에 깨어 기다리는 자세는 더욱 심각하다. 「너희는 그날 사람의 아들 앞에 설 수 있도록 늘 깨어 기도하여라.」
하느님 나라를 마무리 할 때의 사정은 열 동정녀의 비유 이야기와 같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하느님 나라를 설명하실 때에 흔히 혼인잔치에 비겨 말씀하셨다.
팔레스티나에서의 혼인잔치는 야단스러울 만치 온 동네가 기쁨의 잔치를 벌인다. 벌써 혼인 며칠전부터 밤에 횃불을 밝히고 춤과 노래로 밤을 지새운다.
결혼 당일날 신랑을 맞아들이는 것으로 절정을 이루는데 신부될 사람은 이제나 저제나 하며 기다린다. 신랑은 신랑대로 자기집에서 친구들과 잔치를 벌이고 혼인날 저녁에 신부집에 장가를 든다. 이때 두 집측의 들러리꾼들이 서로 마주칠 때는 기쁨의 절정을 이룬다.
신부측 들러리들은 신랑측의 행렬을 맞이 하기 위하여 각자 횃불을 손에 들고 나아간다. 막대기끝에 올리브 기름에 적신 헝겊을 둘둘 감은 횃불인데 처녀들은 신랑이 올 때 춤을 추며 마중나간다. 그 횃불은 약15분가량 하면 꺼진다. 그러므로 신랑이 올 때를 잘 맞추든가 여유의 기름을 준비해야 된다.
오늘의 비유에서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신랑이 제때에 오지 못하고 꽤나 늦어졌다. 기다리다 지친 처녀들은 그만 잠이 들고 말았다. 신랑은 한밤중에 온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어서 마중나가라는 소리가 들렸을때 처녀들은 잠이 깨었다. 처녀들이 부산하게 마중나갈 준비를 하는 광경을 상상할수 있다.
그런데 정작 횃불을 켜는 순간 다섯처녀는 기름을 준비하지 않았음을 그제서야 깨달았다. 나머지 다섯처녀들은 기름을 충분히 준비하고 있었다. 복음서에서 저자를 미련한 처녀라고 했고 후자를 슬기로운 처녀라고 했지만 똑똑하고 우둔한 성격을 말하는 것이 아니고 할일에 늘 대비하는 성실형과 그저 그때를 안이하게 넘기는 멍청이형을 말한다.
결국 늦게 신랑은 도착하였고 기름을 사러갔던 처녀들은 잔치집이 문을 닫은 후에 도착하였으나 주님을 아무리 불러도 신랑은 모르는체 문을 열어주지 않아 들어가지 못한다. 역시 그날과 그시간은 아무도 모른다는 교훈으로 비유가 끝난다(마태 24, 42ㆍ44ㆍ46ㆍ50 : 마르 13, 32~33).
이 비유는 예수의 영광스러운 귀환을 열렬히 기다리던 초대교회의 교훈이며 그후 세기를 통하여 천국을 갈망하는 모든 신자들에게 주는 예수의 교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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