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께서는 지금까지의 파란만장한 선교활동을 마감하면서 최후의 심판에 대한 설교로 하느님 나라에 대한 가르침을 마감한다. 이 설교는 비유도 아니고 위협적인 예언도 아니다. 이 마지막 말씀은 지금까지의 복음적 가르침의 종합으로 심판이란 견지에서 지금까지 하신 말씀을 단축한다.
이것은 모든 그리스도교 신자들이 매일 외는 사도신경을 통한 신앙고백에서 나타나는데 「그리로부터 산이와 죽은 이를 심판하러 오시리라 믿나이다」라는 신앙고백이 예수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의 절정을 이룬다. 여기서 우리의 일상 기도인 사도신경은 예수께서 일생동안 심혈을 기울여 설교하신 신앙교리의 종합임을 알 수가 있다.
천지를 창조하신 하느님 아버지께 대한 신앙, 하느님 아들로서 동정녀 몸에서 태어난 예수 그리스도께 대한 신앙, 그분은 세상을 구원하시려고 고난을 받으시고 십자가에 죽으셨다는 신앙, 그분의 부활에 대한 신앙, 교회를 통하여 세상을 거룩하게 하시는 성령께 대한 신앙, 그리고 그 결과로서 구원된 인간의 운명이 예수께서 가르친대로 영원한 생명의 나라에 들 것이라는 신앙이다.
오늘의 말씀은 바로 이 마지막 신앙조항에 대한 말씀이다. 『사람의 아들 이 영광을 떨치며 모든 천사들을 거느리고 와서 영광스러운 옥좌에 앉게 될 것이며 모든 민족들을 앞에 불러놓고 마치 목자가 양과 염소를 갈라 놓듯이 그들을 갈라 양은 오른 편에 염소는 왼 편에 자리잡게 할 것이다』
모든 천사들을 거느리고 오시는 사람의 아들은 여기서 모든 백성을 심판하는 임금으로 나타나신다. 예수께서는 지금까지 자신을 사람의 아들이라 자칭하셨고 「고통받는 야훼의 종, 메시아」로 나타내셨지만 하느님 나라가 완성되는 마지막 날에는 세상을 심판하는 임금님으로 나타나신다. 모든 천사들을 거느리시고 영광스러운 왕좌에 앉아 계시는 왕이시다. 그앞에는 세상을 살아온 모든 백성이 배알하게 될 것이며 각자 믿음과 그 실천에 관하여 심판받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 임금은 군림하는 왕이 아니고 양떼를 보살피고 보호하는 목자의 상을 가진 왕으로 나타날 것이다. 지금까지 온순한 양들은 뿔로 찌르고 발길로 걷어 차는 포악한 염소들과 함께 고통을 참으며 함께 살아 왔지만 그날에는 목자로서의 왕은 양들을 염소와 갈라 놓은 것이다.
그 분은 「쇠지팡이를 집고 모든 백성을 다스리실 것이다」(묵시12,5). 「네가 유다인들의 왕이냐?」라고 심문한(마태27, 11) 빌라도는 큰 실수를 저질렀다.
십자가에「유다인들의 왕 나자렛의 예수」라는 팻말을 써 붙이고, 예수께 누더기 홍의(紅衣)를 왕의 옷이라 입히고, 손에는 갈대를 쥐게하고, 머리에 왕관대신 가시관을 씌우고 「유다인의 왕께 경배드립니다」라고 절하며 조롱하던 유다인들은 더 큰 실수를 하였었다(마태 27, 27이하).
이 실수는 그들이 하느님을 섬기는 일과 사람을 대하는 일을 따로 따로 생각한데서 비롯된다. 그들은 하느님을 공경한다고 무던히도 법석을 떨었다. 그러나 사람을 대하는데는 소홀히 하였다. 왕에게 충성을 바치려면 자기 할 일에 충실하고 남과 화목하게 지내야지 어떻게 모든 백성이 왕만 따라 다니며 굽신거릴 수 있겠는가.
하느님을 섬기는 일도 마찬가지여서 인간으로서의 도리를 다하고 서로 돕는 일에 충실해야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이 된다. 굶주리는 사람을, 목말라하는 사람을 보고 본체만체하면서 하느님만 찬양하면 하느님이 좋아 하실까.
헐벗은 사람, 병든이와 옥살이 하는 사람, 나그네된 사람 등 우리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우리 주위에 무수히 많다. 이런 이들을 대하는 태도는 곧바로 예수 그리스도를 대하는 태도이며 이런 이들을 사랑으로 보살피는 일이 하느님께 최대의 찬양을 드리는 것이된다.
이제 최후의 심판에서는 이들을 잘 대한 사람과 홀대한 사람을 양과 염소로 구분하여 양들은 당신 오른 편에, 염소는 왼편에 세웠다가 하나는 세상 창조때부터 마련했던 영원한 생명의 나라로, 다른 하나는 악마와 그 졸개들을 가두어 둔 저주받은 나라로 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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