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다스의 음모
예수께서 죽음을 앞두고 마지막 며칠간은 낮에는 성전에서 가르치시고 밤이 되면 올리브산으로 물러나서 제자들과 함께 노숙을 하시며 고요속에 기도하셨다. 그리고 아침이 되면 또 성전으로 가셨는데 백성들은 예수의 말씀을 들으려고 이른 아침부터 몰려드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일도 이제는 끝이 났다. 성주간 화요일이다. 이 날 예수께서는 하실 말씀을 다 마치시고 성전을 둘러싼 성벽밑 키드론 계곡을 건너 올리브산으로 올라가 제자들과 함께 요 며칠동안 머물던 울타리로 둘러싸인 동산에 들어가셨다. 이 곳은 마르꼬와 마태오에 따르면 겟세마니 동산이다(마르14, 32:마태26, 36). 이곳은 북적대는 예루살렘 성전 주변에 비하면 한적한 곳이어서 사람들의 눈길을 피하기 쉬운 피난처이기도 하다.
여기서 제자들은 스승과 함께 옷 입은채로 돌을 벼개삼아 밤을 지냈다. 이 장소는 12제자 중 한 사람으로 주님을 배반한 유다스 이스카리옷도 함께 있었던 곳으로 그 자가 병사들을 데리고 와서 예수를 넘겨준 장소이다.
한데서 한 밤을 또 지내고 이튿날 아침 과월절과 무교절을 이틀 남겨 놓은 수요일이었다. 예수께서는 마지막 남은 이틀 동안 예루살렘시내에도 성전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이 한적한 곳에서 제자들과 죽음을 맞이 할 준비를 하시려는 것이었다.
우선 제자들에게 곧 닥칠 마지막 일에 대하여 미리 일러 두는 것이었다.
『이제 이틀있으면 과월절이다. 이번 과월절은 사람의 아들이 잡혀가 십자가에 못박혀 죽는 날이 될 것이다.』
제자들은 망치로 머리통을 얻어 맞은듯,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은듯 정신을 잃었다. 이날 제자들 중 몇몇은 시장에 들어가 무슨 소문이라도 탐지하려고 왔다갔다 했을 것이다. 그들중 한 사람인 유다스는 사도단의 끼니와 일상용품 등을 마련하는 직무를 맡아 온 만큼(요한13, 28∼29) 이날 시장에 나갔을 것이다. 12제자들 대부분이 갈릴래아 출신이었는데 유독 유다스만이 가리옷이라는 유다 남쪽지방 출신이다. 갈릴래아 사람과 유다본토인과는 옛날부터 정치종교적으로 지방색의 갈등을 빚고 있었고 기질도 달랐다.
갈릴래아인들은 활달하여 무슨 일에든 열광적인데 반하여 유다지방 사람들은 좀 이지적이면서 만사를 율법을 잣대로 비판한다. 죠셉 클라우스너라는 사람의 「나자렛의 예수」라는 책에 따르면 유다스는 성격이 냉철하고 지성적이며 문화인의 풍모를 지닌 사람으로 예수의 신임을 얻어 하느님 나라를 전파하는 사명을 띠고 파견을 받기도 한 제자였다고 한다.
이런 사람이 스승이신 예수님을 배반하여 고발하게 된 것은 그가 예수를 따라 다니면서 그 특유의 눈으로 예수를 관찰하면서부터이다. 예수께서 그를 언제 어떻게 제자로 삼았는지 알 수 없지만 유다스는 예수를 훌륭한 율법교사 랍비로 보고 따라 다녔다.
스승의 말씀을 들으면서 그의 눈에는 예수라는 사람이 스스로를 메시아로 자처하고 더 나아가서는 하느님의 아들로 자처하는데 불만을 품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율법학자들을 신랄히 비판하면서 율법의 정신을 개혁하려는 예수는 분명 선동자로 비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사상이 굳어지면서 그는 예수의 제자직에서 예수의 배반자로 변신하기 시작하였다.
오늘 예수께서 민중앞에 나타나지 않는 날 자기는 시장보러 가는 기회를 핑계로 일을 꾸미기로 결심한 것이다. 마침 이 날 대제관 가야파의 궁에서는 제관장들과 원로들이 모여서 골치거리 예수를 어떻게 처치할까를 궁리하고 있었다. 궁리끝에 그를 죽여야 하지만 대축제에는 사람들이 소동을 피울지도 모르니 감쪽같이 없애는 방도를 찾자는 것으로 결론이 내려졌다. 다시 말하면 특별한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때에 예수의 제자이며 가리옷 사람 유다스라는 사람이 그들에게 와서 예수를 잡아 줄 묘안을 제시하였다. 유다스는 그 대가를 요구하였고 그들은 30은전을 약속하였다. 계약이 체결되었다. 유다스는 돌아오는 길에 언제 일을 거행하는 것이 좋을지 방도를 생각하고 있었다. 이렇게 사탄이 그 안에 들어가 일을 꾸미고 있었다.
예수의 공생활 준비로 광야에서 기도하고 계실 때 그 일을 방해하려고 세가지 제안을 하면서 예수를 시험하다가 실패하고 달아나 다음 기회를 노리던 그 사탄이 예수의 마지막 순간에 다시 나타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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