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김지하(프란치스코ㆍ54)씨가 한국 사회의 여러가지 당면문제들에 대해 특유의 생명론을 바탕으로 그 대안을 모색한 산문집「틈」(솔 발행)을 발간했다.
환경 및 생태계, 시장문제, 정보화시대의 논점들, 세계화라는 「범국가적」관심사에 대해 저자는 독특하면서도 대안적인 해결책으로 「틈」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풀어가고 있다.
「틈」은 이미 지난해 펴낸 시집「중심의 괴로움」에서도 수없이 표출된 바 있고 올해 선보일 예정인 잡지 「그물코」의 명칭에서도 엿볼 수 있다. 「틈」은 폐쇄된 공간을 서로 통하게 한다. 편협한 자기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안과 밖이 통하는 원대한 융통성의 체계를 받아들이는 것이 바로 「틈」이 갖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우리 사회와 삶의 영역을 폭넓게 다룬다.
환경문제에 대해서 그는 환경의 개념이 생명개념으로 확장돼야 한다고 역설한다. 인간 중심적 환경개념은 생명을 향유하는 존재로서 만물을 파악하고 생명운동으로 환경운동은 그 의미가 심화돼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의 생명사상은 개인에서 지방, 국가와 세계로 확장된다. 주민자치운동의 시대적 필요성과 당위성을 역설하는 글에서 저자는 「타인과 공동체와 환경을 존중하지 않으면 그 피해가 즉시 자신에게 돌아오는 곳」인 지방인 생명사상과 이를 막는 국가의 충돌 사이에서 생명의 숨쉴 수 있는 유일한 「틈」이고 「여백」이라고 강조한다.
그의 생명사상과 「틈」의 개념은 모든 영역에서 드러난다. 동북아시아의 세계사적 중요성은 단지 경제적 차원에서만이 아니라 그 문명사적, 문화적 의미에서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시장경제론에 있어서는 자본주의적 시장 구조의 비인간성과 빈틈없음에 대항해 치밀한 시장의 내부에 「틈」을 생기게 하는 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말미에서 저자는 생명가치를 실천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향으로서의 실천론적 테제(These:강령, 운동방침)들을 제시하는데 이는 향후 생명운동, 사회운동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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