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사북지역 탄좌 광부들이 자신들의 생존권을 위해 막장에서 농성을 했을 때 태백ㆍ삼척탄좌 관계자들이 외부로 부터 막장으로 통하는 전기를 끊었다고 주민들은 전한다. 전기는 이들에게 산소공급을 해주는 생명줄이다. 생존권을 지키려하다 생명줄을 잃어버릴뻔 했던 광부들. 희망이 없이 살아가는 그들에게 정부와 업자들이 생명을 빼앗아 버린다면 이는 인권적으로 용납이 안될 일이다. 이들의 처와 자녀들 역시 막장에서 마지막 투쟁을 펼친 아버지를 기다리며 아우성을 쳐야했다. 가톨릭신문은 곧 사라질지도 모를 탄광촌 사람들의 아픔과 함께 하기위해 그 현장을 가 보았다.
강원도 태백지구의 경제동맥이라 할 수 있는 채광산업이 정부의 주도 아래 지난 80년대말부터 조직적으로 진행된 「석탄합리화정책」으로 말미암아 광산촌 일대 도시 전지역이 급속도로 공동화 현상을 보이고 있어 행정 당국의 정책 재고가 요청되고 있다.
폐허로 변해버린 마을을 놀이터 삼아 뛰노는 철없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평생을 생업으로 여겨왔던 채탄곡괭이를 이제 내려놔야만 되는 막막함으로 생담배만 연신 태우고 있는 한 광부의 모습이 지친 이들의 초상처럼 비춰진다.
연차적으로 채산량을 감산해 경제적 수익을 맞추겠다는 단순논리에서 마련된 정부의 석탄 합리화 정책이 다시 사회 문제로 불거진 것은 연초 강원도 도의원인 성희직의원과 고한 지역 주민 1명이 정부의 석탄감산정책에 반발, 고한성당(주임=위종우 신부)에서 1주일간 삭발 단식 농성을 벌이면서 부터다.
지난해 연말 삼척탄좌에서 근로자들이 갱내에서 석탄감산정책 철회를 요구하며 집단 농성을 벌인바도 있지만 이들 지역주민들이 받는 생존의 위협은 일반인들이 보도를 통해 접하고 있는 소식보다 훨씬 심각하다.
특히 강원도 사북과 고한등지의 광산촌 일대 지역의 주민들이 정부가 아무런 대책도 마련하지 않고 석탄감산정책을 무리하게 감행하고 있어 탄전지역을 의도적으로 말살시키려 하고 있다는 강한 불신감을 품고 있어 민심수습 차원에서도 석탄합리화정책의 전면적인 수정이 요청된다.
일례로 우리나라 대표적탄좌라 할 수 있는 사북(주)동원탄좌의 경우 한창 경기가 좋았던 80년도에는 근로자들이 4천여명이 넘었으나 현재는 하청업체 종사자들 합쳐도 1천3백여명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경제 개발 붐이 일때 산업역군으로 떠높임을 받았던 광부들은 이제 수지계산을 맞추려는 경영자들의 손놀림에 언제 쫓겨나야될지 모르는 골치덩이가 된지도 오래다. 그래서인지 이들 광산 근로자들의 사기는 형편없이 떨어져 있다.
회사측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석탄 소비량이 연간 40%씩 떨어지는 요즘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맞지 않으니 무리하게 덤핑 판매를 할 수 밖에 없다.
회사측은 연탄 제조공장에서 자신들의 채탄을 사가도록 현등급보다 2등급 이하의 가격으로 석탄을 넘기는가 하면, 12개월 어음도 마다않고 받는 실정이다.
(주)동원탄좌 기술부장 한유섭씨는 『정부가 예상했던 석탄소비 감소율보다 현 소비 감소 추세가 급격히 빨라 채탄 공급량 자체를 조정할 수 밖에 없다』고 토로하고 『최근 5~6년동안 동원탄좌에만 석탄 채산량이 4백50만톤이나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한부장은 또 『작년에 1백8만7천톤을 채탄했는데 올해 채탄목표량은 1백만톤에 지나지 않는다』면서『1월 채산량의 반도 안되는 양이 팔려나간 추세로 볼때 이 목표량마저도 축소시켜야 할 형편』이라고 막막해 했다.
광산의 불경기는 탄좌측이나 근로자에게만 피해가 있는 것은 아니다. 먹이사슬처럼 연결돼 있는 광산촌일대의 상권이 모두 흔들리고 있다. 또 폐광으로 인한 이주민이 늘면서 아이들의 교육문제 또한 심각하다.
사북 고한 주민들은 또 광산이 한번 문을 닫으면 지압(地壓)으로 인해 곧 갱이 무너져 복구를 하려면 엄청난 설비 투자가 요구되기에 폐광은 곧 도시 전체의 파멸이라는 두려움속에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고 한다.
탄좌 근로자와 경영진은 물론 사북 고한 주민들 모두는 석탄의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정부가 에너지자원 보호관리차원에서 탄을 사들여 저장해줄 것을 강력히 희망하고 있다.
사북본당 이병돈 신부는 『현재 정부가 값싼 수입탄을 마구 들여와 광산지역의 피폐화를 부채질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정부가 우리 광산을 보호 육성하지 않을 경우 멀지않아 석탄을 수입해오는 북한, 중국, 호주 등으로부터 엄청난 불이익을 당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동원탄좌 개발계장 조영일씨도 『현시점에서 광업이 회생할 길은 정부의 매탄(買炭)밖에 없다』고 강조하고 『정부가 에너지 비축뿐 아니라 정책적 차원에서 탄을 수매해 줄 것』을 바랬다.
『지방 자치 시대를 맞아 기간산업 육성과 지역의 복지차원에서도 광산촌은 보호돼야 한다』고 주장한 고한본당 위종우신부는『근로자들이 떠난 동원탄좌 산하 8백여 사목이 모두 폐허가 돼 버린 것이 사북 고한의 멀지않은 장래를 보는 것 같아 사목자로서 큰 아픔을 느낀다』고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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