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하루를 묵상으로 보낸 예수와 그 일행은 다음날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하게 된다. 성 목요일이다. 이 날은 유다인들이 바쁘게 움직이는 날이다. 그들이 빠스카라고 일컫는 과월절을 준비해야 하고 앞으로 7일동안 먹을 누룩없는 빵을 굽는 날, 즉 무교절이 시작되는 날이다.
이 두 명절은 이스라엘 사람들이 그 옛날 이집트유폐생활에서 탈출한 일을 기념하여 민족적으로 또 종교적으로 지내온 대축제로서(출애12장~13장) 처음에는 따로 따로 지냈다가 신명기 개혁시대(기원전 621)부터 같은 축제 일에 지내게 되었다.
과월절은 이집트의 폭군 파라오를 징계하는 표로 하느님이 보낸 죽음의 천사가 이집트의 모든 집의 맏이를 사람이거나 동물할 것없이 모두 죽일 때 하느님의 백성 이스라엘 사람들에게는 양을 잡아 그 피를 문설주에 발라 두면 그것을 표로 알고 죽음의 천사가 그 집을 아끼고 지나쳐 갔다는 출애굽기 기사(12장 : 13, 23)에서 비롯된다.
그후 이스라엘 사람들은 이집트를 탈출해 나오는데 다급한 탈출생활을 하다 보니 빵을 효소로 부풀려 만들 틈이 없어 그저 구워 먹게 되었다. 이스라엘 민족은 이 사실을 기억하면서 과월절(過越節)을 민족해방절로 지냈고 이날은 일년된 양이나 염소를 잡아 우선 성전에서 피를 뿌리고 희생제물로 바친 다음 집으로 가지고 가 축제음식으로 먹었다. 이때 누룩없는 빵과 쓴 나물을 함께 먹었다.
이제 예수께서는 이 명절을 계기로 당신 자신을 희생양으로 바쳐 피를 흘림으로써 죄의 멍에에 사로 잡혀 신음하는 모든 사람을 사탄의 폭정에서 해방시키려고 하신다. 성 목요일 저녁이 되면 벌써 안식일 전날, 축제를 준비하는 날이 시작된다. 이 시간부터 무교절 첫 날이 시작되고 사람들은 양 한 마리를 성전에 가지고 가서 잡아 축제를 준비하고 집에서는 부인들이 누룩없는 빵을 굽는다.
이렇게 세상에서는 분주하게 일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예수께서 이 세상의 삶이 마지막으로 가까와지고 있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이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제자들은 예수께 축제준비를 할 방도를 물었다. 『스승께서 드실 과월절 음식을 어디에다 차려야 하겠습니까』일정한 집이 없던 예수의 일행은 한 가족으로 과월절 식사를 해야 했고 따라서 예루살렘에서 함께 식사할 곳을 찾아야 했다.
이 일을 맡아 처리해야 했을 사람은 의당 유다스였다. 그는 일행의 재정과 살림을 맡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지금 정신이 딴데가 있었고 예수의 일을 방해하고 있었다. 예수께서는 베드로와 요한을 지명하여 이 일을 치르도록 하셨다. 『성안에 들어가면 물동이에 물을 길어 가는 사람을 만날 터이니 그를 따라 가서 그집주인에게 스승이 과월절음식을 나눌 방을 부탁하라. 그는 이미 모든 것을 준비한 이층방을 내 보일 것이다. 거기에 만찬 준비를 하라』
예루살렘 시민은 보통 실로암 샘에서 물을 길어가며 부인들이 물을 길어 머리에 이고 간다. 여기서는 한 남자가 물을 긷는 것으로 보아 제자들에게 쉬운 표적이 되었을 것이다. 그 집은 그날 부인들이 집안일에 분주했을 수도 있다. 그 집 주인은 시내에서 제 집을 가지고 있는 유복한 시민이었음에 틀림없다.
유다인들의 율법은 예루살렘 주민은 과월절에 순례자들에게 방을 무료로 빌려 주도록 되어 있었고 과월절 식사는 10명정도가 모이도록 규정되어 있었다. 그러니 그 방은 꽤난 커야만 했다. 예수께서 이 집 사람과 미리 예약을 해 놓았는지 알 수 없으나 과월절 준비는 적절한 방을 마련하는 일, 양을 잡는 일, 누룩없는 빵을 만드는 일, 식탁을 준비하고 필요한 물건들을 준비하는 일 등 몹시 바쁘게 돌아가야 했다.
이 중 빵준비와 식탁준비는 부녀자들이 한다. 그러니 늘 예수를 따라 다니던 부녀자들이 예수의 어머니 마리아를 중심으로 이 일을 맡아 시중들었으리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아마도 이 집주인은 평소 예수를 따르던 사람이었고 부녀자들이 미리부터 이 집주인과 뜻을 맞추어 이날 식사 준비를 했음직 하다.
제자들은 스승의 분부대로 성안에 들어 가 그대로 했고 그 집에 들어가 과월절 음식준비를 했다. 규정대로 양을 성전에 끌고 가 희생제물로 바치고 집으로 가지고 와 요리하는 일을 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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