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목요일) 저녁이 되었다. 이날 밤은 예수께서 극도로 심고를 겪는 밤이었다. 다음 날엔 본격적으로 수난을 당할 날이었고 제자들과는 마지막 식사모임을 가지는 저녁이었기 때문이다. 또 구세주로서는 민족의 해방절 명절인 과월절을 지내는 이날 인류 전체의 해방절을 시작하는 뜻깊은 날이기도 하였다.
저녁때가 가까와지자 아침 나절에 준비시켰던 과월절 만찬장으로 향하였다. 만찬장은 건물 이층에 마련하고 가장을 중심으로 열명이상으로 모인다. 여기서는 예수를 중심으로 12사도들이 만찬석상에 자리를 함께 하였다. 이들은 관습대로 손과 발, 그리고 머리까지도 씻는다. 밖에서 더러워진 먼지를 씻어내기 위함이다. 그리고 왼팔에 머리를 기대어 옆으로 누워 식상자리를 잡는다.
식탁자리는 어른순위를 따리 자리를 잡는데 식탁은 ㄷ자형으로 상이 셋이 놓이고 가운데 상이 상석상이며 왼쪽부터 1, 2, 3의 순으로 눕는다. 그 오른쪽 상이 차석상으로 역시 왼쪽으로 부터 1~5의 순으로 누우며 상석상 왼쪽상은 말석상으로 이 또한 왼쪽으로부터 순위를 잡는다.
그러므로 예수께서는 가운데상 첫자리에 누웠고 그 바로 앞에 요한(요한 13, 23), 그 앞에 안드레아가 자리 잡고 차석상 첫자리에는 베드로가, 말석상 맨 끝자리에는 유다스가 자리잡았다. 그러므로 베드로는 스승 예수와 요한을 마주 보는 자리에 있었고 유다스는 예수의 등뒤를 보며 자리하고 있었다. 이 설명을 기초로 요한 복음서를 읽어 보면 현장감을 알 수 있다.
『그 때 제자 한 사람이 바로 예수의 품앞에 누워있었는데 그는 예수의 사랑을 받았던 제자였다. 그래서 시몬 베드로가 그에게 눈짓하며 누구를 두고 하시는 말씀인지 여쭈어 보라고 하였다… 예수께서는「내가 빵을 적셔서 줄 사람이 바로 그 사람이다」하셨고… 가리옷 사람 시몬의 아들 유다스에게 주었다』(요한13, 23~26)
과월절식사가 민족적인 큰 명절행사인 만큼 다른 제자들과 평소 따라 다니던 부인들, 특히 성모 마리아도 이 자리에 있었겠지만 부인들은 식사시중을 들었을 것이고 다른 제자들은 상 주위에 자리했을것이다. 이들에 대한 언급이 없는 것은 새 제도를 이끌어 갈 12제자를 돋보이게 하려는 의도였을 것이다.
과월절 식사에서는 앞서 말한대로 희생양 누룩없는 빵, 쓴 나물을 먹는데(출애 12, 26: 13, 8ㆍ14) 먼저 맨 젊은이가「이 모든 것은 무슨 뜻입니까?」라고 질문한다. 그러면 주인은 이집트 탈출시의 민족이 해방되던 때의 하느님의 은혜를 설명한다.
식사는 주인이 포도주를 축복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 다음 소스를 곁들인 야채가 나온다. 유다인들은 야채를 손으로 집어 소스에 적셔서 먹는다. 이렇게 전식(前食)절차가 끝나는데 예수께서「이 과월절 음식을 너희와 함께 먹기를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른다… 하느님 나라에서 성취될 때까지 이 과월절 음식을 다시는 먹지 않겠다… 」라고 말씀하신 것은 이 전식절차를 하기 직전에 하셨을 것이다.
그리고는 첫 잔을 들어 감사의 기도를 올리시고, 『자 이 잔을 받아 나누어 마셔라』고 하셨다. 전식이 끝나면 본식으로 들어가는데 희생양 고기가 나온다. 이때 가장은 과월절 양의 성서적인 뜻을 설명하고 다 같이 할레루야로 시작되는 시편(이것을 소할렐이라 부른다) 113장 114장 전반을 부르며 포도주의 둘째 잔을 든다. 그리고 쓴 나물과 함께 양고기를 먹는다.
그 다음 무교빵과 과즙에 적신 야채를 먹는데 빵은 손으로 떼어 소스에 적셔서 먹는다. 소스는 각자 식단에 놓지 않고 찬 그릇에 공동으로 사용한다. 예수께서 빵을 적셔서 유다에게 주셨다(요한 13, 26)고 한 기사도 이와 같은 상황에서 생각할 수 있다.
그리고 세번째 잔을 마시고 소 할렐의 후반(시편115~118)을 부르며 네번째 잔을 마신다. 식사는 대 할렐이라 부르는 시편 135장을 부르며 끝난다. 예수께서도 이 절차에 따라 과월절 만찬을 드셨고 그 만찬은 최후의 만찬이었다.
『이제부터 하느님 나라가 올때까지는 포도로 빚은 것을 마시지 않겠다』고 하실 때 옛 제도의 과월절은 끝나고 새로운 식탁을 차리고 성찬을 하게 될 것이라는 말씀을 하신 것이다. 그래서 복음기사들도 과월절 식사를 이야기하면서 빵과 포도주를 먹고 마신것만 기사로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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