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문단의 원로 소설가 고(故) 향정(香庭) 한무숙(글라라)씨의 작품과 문학세계를 조명하고 그 문학적 성과를 재평가하는 세미나가 2월 17일 오후 3시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재단법인 한무숙재단(이사장=이진흥)이 마련한 이번 세미나는 지난 93년 타계한 한무숙씨의 2주기를 기념해 열린 것으로 고인이 한국 문학에 남긴 업적을 본격적으로 평가하는 첫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세미나에는 홍기삼 교수(동국대 국문과), 김미란 교수(수원대 국문과) 와 구중서 교수(수원대 국문과)가 주제발표자로 나섰다.
홍기삼 교수는「균형과 조화의 원리」가 한무숙소설을 일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한다. 홍교수는「전통적 규범과 새로운 규범」, 「동양적인 가치와 서양적인 가치」, 그리고「유산자 계급과 무산자 계급」등 빈번한 갈등의 요소들을 「균형과 조화의 시각으로 조정한 것이 한무숙소설의 세계」인 것으로 평가했다.
문학평론가 구중서 교수는「한무숙소설과 구원의 문제」라는 제목의 발표를 통해 한무숙소설은『인간 구원의 문제와 그 도정에 관해 탁월하게 중요한 내용을 우리에게 남겨주었다』고 평가했다. 구교수는 인간이 자기 한계의 인식과「의문」, 「의미의 추구」, 그리고「영원에 대한 전망」에 이르는 과정을 통해 구원된다고 전제하고 한무숙소설은 이 먼 도정의 필연성과 그 고된 과정에 관해 우리에게 알려준다고 설명했다.
구교수는 「월운(月雲)」(55년), 「감정이 있는 심연」(57년), 「유수암(流水庵」(63년), 「어둠에 갇힌 불꽃들」(78년), 「생인손」(81년)과「만남」에 이르기까지 한무숙소설과 그 주인공들은 어떤「의미」를 간직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그리고 그들은 생명에 경건함에 대한 수긍, 영원에의 이끌림, 영원에 열려있는 구체적인 일상, 순교와 배교를 오가는 인간적 갈등 등의 모습으로 구원에 접근하려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전통적 삶과 언어의 보고(寶庫)」를 제목으로 발표에 나선 김미란 교수는 단편소설「이사종의 아내」에서 드러나는 전통적 사고방식과 삶의「정통성」을 논의했다. 김교수는 이 작품이 『진부하고 낡은 듯이 보이는 전통적인 여성상을 통해 한 가문의 정통성을 보여주고 나아가서는 역사의 정통성에 대해서도 깊은 시사』를 하는 것으로 평가했다.
한편 지난해 한무숙 타계1주기를 기해 「한무숙 문학전집」(전10권)과 추도문집을 발행한 바 있는 재단법인 한무숙재단은 이번 2주기 기념세미나에 이어 내년에는 본격적인 문학 평론집을 발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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