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참으로 중요합니다. 말에는 일종의 큰힘이 있어서 사람을 기쁘게도 하고 슬프게도 합니다.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사람을 죽이기도 하고 살리기도 합니다. 성서에도 그런 말이 있습니다. 『매에 맞으면 맷자국이 날 뿐이지만, 혀에 맞으면 뼈가 부서진다』고. 그리고 이런 말도 있습니다. 『칼에 맞아 죽은 사람이 많지만 혀에 맞아 죽는 사람은 더 많다』(집회 28,17~18).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기 위해서는 먼저 그 사람의 말을 들어보면 압니다. 고생한 사람은 역시 하는 말과 행동에 예의가 있고 단정하며 품위가 있습니다. 그러나 성품이 천한 사람은 역시 하는 말과 행동이 그저 천박할 수 밖에 없습니다. 들어 있는 것이 고작 그것밖에 안되기 때문입니다. 말은 이처럼 사람의 됨됨이를 거짓없이 드러내줍니다.
성서는 말에 대한 여러가지 교훈을 들려주고 있습니다. 말은 곧 인격 그 자체이기 때문에 신중해야 하며 말이 아닌 것은 하질 말아야 합니다. 그리고 하느님의 아들을 일컬어 「말씀」이라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좀 비약적이긴 하지만 사람은 곧 말이요 말은 곧 사람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말의 가치는 그만큼 큽니다.
제가 자주 다니는 목욕탕에서는 말많은 어떤 형제를 늘 만나게 됩니다. 저는 그가 누군지도 모릅니다. 무슨 일을 하고 어디에 사는지도 모릅니다. 다만 좋은 차를 타고 다니고 매일 목욕탕에서 구두를 닦아 신고 다니는 사람입니다. 이 사람은 건듯하면 욕이요 상소리를 합니다. 듣기가 너무 거북합니다. 그래도 그는 부끄러운줄 모릅니다.
한번은 탕에서 일하는 젊은이가 그 형제에게 물을 좀 아껴쓰라는 말을 했습니다. 샤워기의 물을 틀어놓은 채 그는 탕안에 앉아 있기가 일쑤였기 때문입니다. 이때 그 형제가 젊은이의 따귀를 때리면서 욕지거리를 하는데 그 욕이 입에 담지도 못할 내용이었습니다. 그러자 그 젊은이도 같이 욕지거리를 하면서 그 형제에게 대들었습니다. 그날 그 형제는 망신을 당했습니다.
우리는 말을 골라서 써야 합니다. 남에게 상처를 주면 자기도 상처를 받습니다. 좀 품위 있고 고상한 말을 써야 하지만 말이 아닌 것은 처음부터 하지 말아야 합니다. 특히 입이 가벼운 자들은 입 조심을 해야 합니다. 아무 말이나 다 천하고 헤프게 지껄여서는 안됩니다. 남의 대죄를 말하면 그는 대죄를 짓는 것이고 남의 소죄를 말하면 소죄를 짓는 것입니다.
우리 속담에는 『뭣 묻은 개가 겨 묻는 개를 나무란다』는 말이 있습니다. 오늘 성서에도 나왔습니다. 『그 형제의 눈 속에 든 티는 보면서도 제 눈 속에 들어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한다』 는 것입니다. 세상에 흠없는 사람 없고 티 없는 사람 없습니다. 우리는 그래서 남을 판단하는 일을 주의해야 합니다. 그것이 내 사적인 감정이나 단순한 느낌에 의해서 나와서는 안됩니다.
저도 말과 판단에 많은 실수가 있었습니다. 저놈은 공부가 틀린 놈이라고 했는데 그 애가 어느날 의과대학에 들어가는 것을 보았으며 절대로 안된다고 했는데 그가 신학교에 들어가 신부되는 것도 보았습니다. 우리는 정말 말과 판단을 함부로 해서는 안됩니다. 어려운 일이지만 하느님의 눈으로 보고 하느님의 입으로 말하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우리가 사람을 판단하면 그 자체로 하느님을 판단하는 것입니다. 내 눈에는 그가 부족하게 보이나 하느님 앞에는 내가 더 부족한 것이며 또 그가 설혹 부족하다 해도 하느님께선 그 자체를 사랑해 주십니다. 판단은 실로 하느님의 몫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내게 주어진 하느님의 몫이라면 또 아무리 어려운 말로 용기있게 외쳐야 합니다.
지난 유신시대에 우리는 용기있는 분들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목에 칼이 들어와도 의롭다고 여겼던 것을 굽히지 않고 외쳤던 그 예언자들을 우리는 자랑스럽게 여깁니다. 말에는 인내가 있어야 하지만 또 용기도 있어야 합니다. 해서는 안되는 말을 해서는 안되지만 해야 할 말을 안하는 것도 큰 잘못입니다. 세례자 요한과 예수님은 그런 면에서 아주 용기 있는 분들이셨습니다.
가끔 사기꾼의 말이 솔깃하게 들릴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자들일수록 더 예의를 지키고 공손하며 고상한 체 할 수 있습니다. 뿐만아니라 간신들의 말은 항상 편하게 들리며 충신의 말은 가시같아서 입에 쓰고 거북할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말은 사람을 속이기도 하며 멍청하게도 만듭니다. 말은 정말 큰 힘이 있어서 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항상 주의해야 합니다.
좌우간, 말 가지고 말많은 세상입니다. 따라서 말이 아닌 것은 절제하고 말이 되는 것만을 골라 이롭게 쓰도록 합시다. 말은 인격입니다. 내 인격을 말로써 다듬어야 하지만 남의 인격도 말로써 도와줘야 합니다. 말이 곧 「말씀」에 속해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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