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 지배세력인 투치족과 다수인 후투족간의 종족분쟁으로 세계 최악의 참상을 빚고 있는 르완다. 지난해 4월부터 발발한 내전으로 이미 1백여만명이 학살됐고 약 2백50여만명의 주민들이 무차별 살상을 피해 르완다를 떠났다. 지금도 보복에 의한 살상은 끊임없이 되풀이 되고 있다. 지난 8월부터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와 공동으로「르완다 난민돕기 특별 모금운동」을 전개했던 가톨릭신문사는 모아진 성금을 전달하기에 앞서 현지 사정을 살펴보고 보다 효과적으로 성금이 쓰여질 수 있도록 하기위해 우재철 기자<사진>가 르완다 현지를 방문했다. 2월 9일부터 2주간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 주선으로 이뤄진 이번 난민촌 취재에는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총무 최기식 신부와 최재선 사무국장 등이 함께 했으며 국제미아로 전락한 르완다 난민들의 상활과 제2의 르완다 사태로 불리는 부룬디 상황을 몇차례에 걸쳐 나누어 싣는다.
지구상의 최오지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응가라지방에 위치한 르완다 난민촌은 허탈한 기운만이 감도는 낙망의 도시였다.
일행이 방문할 수 있었던 카발리사 캠프와 베나코 캠프. 1년전부터 형성된 난민촌은 이미 어느정도 질서가 잡혀 있긴 하지만 언제 조국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기약할 수 없는 허탈감에 모두가 지쳐 있는 듯 했다.
학살의 와중에 가족을 잃은 슬픔과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잔인하게 자행된 학살의 장면을 목격한 이들 난민들은 앞으로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무엇을 해야할지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는 망각의 허상만을 간직하고 있을 뿐이었다.
『학살의 와중에서 모든 르완다 국민들은 일종의 집단히스테리에 걸려 있었고 옳고 그름을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이성을 잃어버린 상태입니다. 이제는 먹고사는 문제를 넘어 이들을 정신적으로 어떻게 치유하느냐가 더 중요한 일입니다』
망각의 허상만 간직
끝없이 반복돼온 종족간의 반목과 살상을 지난 25년간 지켜 보았던 국제 까리따스르완다 담당신부인 이본 포메레우 신부는 르완다 사태는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종족간의 분쟁과 갈등을 오히려 조장하며 자신들의 정치적 요망을 채워온 정치지도자들에 의해 자행된 르완다 사태는 7백만명의 전체인구중 1백여만명이 학살됐으며 죽음을 피해 인근국가로 피신한 난민의 숫자만 2백50여만명에 달하고 있다.
부룬디와 우간다 탄자니아 등 인근 국가로 탈출한 이들 난민들은 유엔 난민위원회 고등판무관실(UNHCR)의 지원과 국제 까리따스등 원조 기관의 도움으로 근근이 끼니를 때우고 있지만 살상의 와중에서 황폐화된 정신을 치유하는데는 수십년의 세월이 걸릴지 모를 일이다.
난민수 2백50만명
정신적 치유가 이뤄져야만 종족간의 화해와 평화가 정착될 수 있고 그 끝없는 내전의 종말을 맞이할 수 있기에 르완다사태를 이해하는 모든 사람들은 르완다에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종족간의 화해와 함께 이를 위한 국제 사회의 일정한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물론 무턱댄 국제사회의 개입은 르완다 사태를 효과적으로 제어하지 못하고 오히려 르완다 장래를 어둡게 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지금도 쉬지 않고 자행되고 있는 르완다 내부에서의 학살만은 막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고 있다.
전 인구의 절반이 이미 학살됐거나 난민신세를 지고 있음에도 인구의 15%에 불과한 소수 투치족이 이끄는 집권세력들은 직간접으로 85%에 달하는 후투족을 국외로 내몰거나 무차별살상을 지금도 계속하고 있다.
종족간 무차별 학살
예전에는 투치족이 후투족의 만행을 피해 인근 국가로 떠도는 난민생활을 해야했지만 지금은 정세가 반전돼 투치족 애국전선이 새 집권세력으로 부상하자 그동안 학살의 주범인 후투족에 대한 무차별 종족살해가 자행되고 다수의 후투족은 참상을 피해 인근 국가로 끝없는 탈출을 시작해야만 했다. 참상을 피해 난민 신세가 됐던 투치족은 본국으로 귀환하게 된 반면 후투족의 탈출이 새롭게 시작된 것이다.
특히 르완다 난민들은 르완다 현지에서 목격했던 끔찍한 살상 장면을 잊지 못하고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일행이 서울을 출발해 처음으로 르완다 난민들을 만날수 있었던 곳은 탄자니아교회의 루렝게교구가 운영하는 가리구에지역의 카발리사캠프.
이 캠프에는 2월 14일 현재 6만5천3백71명의 난민들을 수용하고 있는데 이곳에서 만난 무헨보이 (45세) 씨는『부인이 투치족의 무차별 학살로 희생됐지만 다른 가족들을 살리기 위해 이곳으로 탈출해 왔다』고 말했다.
정치인 화해가 첩경
또 이즈마활씨는 참상을 모면하기 위해 탈출하다 군인들을 피해 관목숲이 우거진 밀림속에서 맹수에게 5세된 아들을 잃었다며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이렇듯 난민촌의 르완다 사람들은 직접적으로 엄청난 피해를 입었거나 참상을 목격한 상처 투성이었다.
물론 현재 난민촌에서 살고 있는 르완다 난민들은 모두 후투족이지만 얼마전까지만 해도 투치족이 많았다. 후투족의 무차별 살해를 피해 왔다가 투치족이 집권세력으로 부상해 그들은 돌아가고 살상을 자행한 후투족들이 이젠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는 셈이다.
이 어처구니 없는 살상은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서로 죽고 죽이는 끊이지 않는 살상의 반복으로 끝내 르완다 국민들은 모두 죽고 말것인가. 국제사회는 더 이상의 살상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뭔가 기여를 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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