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께서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신 일은 우선 제자들을 놀라게 했다. 예수의 이 느닷없는 행동은 앞으로의 제자들 공동체의 정신과 행동강령을 제시하는 모범이 될 것이다.
예수의 발씻음의 행동은 제자들에 대한 사랑, 친밀성, 그리고 겸손의 표현이었다. 한 공동체안에서 권력통치의 힘을 사랑 통치의 힘으로 바꿔놓은 것이다.
예수를 따르는 사람들은 권력지향적이어서는 안된다. 솔선하여 사랑을 실천하고 자기 자신을 낮 추어야 한다. 이것만이 예수의 사람되는 유일한 길이다. 이것이 발씻음의 첫째 교훈이다.
두번째 교훈은 제자들의 친밀한 동료의식의 신장이다. 예수께서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심으로써 사제간의 간격을 좁히고 친밀감을 주는 동료의식을 심어 주셨다. 제자들은 이 일로 해서 주님께 대한 거리감각을 불식했고 예수를 스승이나 주님으로 받들던 거리를 좁히고 친밀한 동료로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니 제자들 사이의 관계에서는 말할것 없다.
그들은 조금전만 하더라도 하느님 나라에서 누가 높은 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인가에 대한 문제로 토론하였다. 아마도 예수께서는 그 대답으로 말로가 아니라 행동으로 그들의 출세지향적인 태도를 타파하고 동료의식을 심어주었다.
예수의 말씀을 직접 들어보자『내가 왜 지금 너희의 발을 씻어주었는지 알겠느냐? 너희는 나를 스승 또는 주님이라 부르는데 그것은 사실이니 그렇게 부르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스승이며 주님인 내가 너희의 발을 씻어 주지 않았느냐? 그러니 너희도 서로 발을 씻어주어야 한다. 종이 주인보다 더 나을 수 없고 파견된 사람이 파견한 사람보다 더 나을수는 없다. 스승이며 주님인 내가 너희 방을 씻어 준 것은 너희도 그대로 하라고 본을 보여 준 것이다. 이제 너희가 이것을 알았으니 그대로 실천하라. 그러면 너희는 축복을 받을 것이다.』
이 말씀은 제자들 각자의 내적인 정신쇄신을 위한 윤리적 훈시가 아니다. 그 말씀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공동체 즉 교회를 운영할 사명을 맡은 사람들의 통치규범과 교회공동체의 기본구조를 이룰 이념을 제시하신 것이다.
예수께서 제자들이 당신을 스승 또는 주님이라고 부르는 것을 타당하다고 하시며 자기 낮춤의 모범과 사람의 표시를 하신 것을 보면 자기 낮춤과 사랑을 교회생활의 기본틀로 하는 것은 하나의 명령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제자들이 예수를 스승 또는 주님으로 모신다면 그분 말씀에 부응하는 행동을 해야 할 것이고 그 행동은 스승 또는 주님이 보여 주신 본을 따라 교회생활을 운영해야 할 것이다.
제자들은 주님이 십자가상에서 죽기까지 저들을 사랑하신 것을 나중에 깨닫고 그 모범을 따를 것이다. 그후 사도시대부터 남에게 사랑을 베푸는 선행을 독려하면서 사도들은 발을 씻어 주는 일을 선행중에 꼽았다.
디모테오는 교우들에게『자녀를 잘 기르고 나그네를 하나로 후대하고 성도들의 발을 씻어주고 어려 움을 당한 사람들을 도와주고 온갖 선행에 몸바치도록』권고 하였다(디모전5,10). 이 선행은 오늘날까지 이어져서 각 본당에서 연령회원들이 죽은 자의 발을 씻어 주고 수의를 갈아 입혀 염습해주는 미덕은 주님의 오늘의 모범을 따르는 일이다.
결국 교회공동체는 예수를 따르며 사는 것을 기본으로 하며 그 따름은 사랑을 바탕으로 한 삶이다.
그러면 공동체는 사랑안에서 완전한 축복과 행복을 얻게 될 것이다. 예수의 제자된 사람들은「서로를 위한 삶」을 예수의 말씀에서 깨닫는다면 예수가 누구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고 그것은 그들에게 큰 행복이 된다.『너희는 내가 누구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예수를 중심으로 뭉쳐진 제자들은 사랑의 사도로 세상에 파견될 것인데 이들을 받아들이는 사람 은 파견자인 예수를 받아들이는 셈이고 예수를 통하여 하느님 아버지를 받아들이는 사람이다. 초대교회가 예수의 권위에 의한 설정임을 표현한 말씀이다. 그러나 사랑이 베풀어지는 곳에는 늘 배반도 뒤따른다.
예수께서 유다스의 배반을 당하여 원수들의 손에 넘겨질 것을 예견하면서『한 솥밥을 먹던 친구들이 나에게 뒷발질을 하였다』(시편 41,9)라는 시편을 인용한 것은 발씻음의 자기낮춤과 함께 다음날 당하게 될 십자가상의 죽음이라는 최대봉사가 성경말씀대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제자들에게 확신시키는 말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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