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대 영문과 교수로 재직중인 다니엘 키스터 신부가 국제펜클럽 한국본부에서 제정한 제29회 펜 번역문학상을 수상했다.
예수회 소속의 키스터 신부는 한국 산수시의 독특한 시세계를 구축한 정지용 시인의 주옥같은 시편 1백15편을 영문으로 번역, 미국의 아시아 전문 서적출판사인 캘리포니아「아시안휴머니티 프레스」에서 지난해 9월「먼 계곡」(Distant Valleys)이라는 제목으로 펴냈다.
『정지용 시인은 20세기 세계문학을 대표하는 예이츠, 엘리어트, 릴케, 발레리 못지않은 빼어난 시인입니다. 상을 받았다는 것도 기쁜 일이지만 그 이전에 정지용 시인의 아름다운 시 세계를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에 더 큰 기쁨이 있었습니다』
원래는 김소월을 좋아했으나 우연히 영역적 정지용 시인의 시 몇 편을 접하고 그의 시세계에 흠뻑 빠지게 됐다는 키스터 신부는 정지용 시인이『소월과 같이 독특한 맛을 지니면서 부편적인 감정과 체험을 언어화함으로써 서구인들에게도 쉽게 공감을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먼 계곡」이라는 시집의 제목은 정지용 시인의 시 한편에 나온 어구이기도 하지만 그의 시세계 자체가 안고 있는 이미지를 그대로 드러낸다고 한다. 즉 정지용의 시안에서 자주 등장하는 시골, 자연, 고독, 향수, 산과 그 너머의 바다를「계곡」이라는 말에서 느낄 수 있고 「먼」이라는 말은「가고 싶지만 아직 가보지 못한 동경의 공간에 대한 열망」의 이미지를 갖는다.
한국시가 갖는「독특한 운율이나 리듬, 맛」이 표현되지 못한 것을 아쉬워한다는 키스터 신부는 그러나『시인이 보여주는 이미지에 집중해서 그것을 영어로 살릴 수 있도록 번역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74년부터 한국에서 생활해온 키스터 신부는 신학외에 대학에서 비교문학과희곡을 전공했고 한국 무속에도 깊은 관심을 갖고 있으며 한국의 언어와 문화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있는 학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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