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의 생에 대한 진지한 탐구의 시세계를 보여주는 중견 작가 강계순(크리스티나ㆍ58)씨가 7번째 시집 「짧은 광채」(문학아카데미 발행)를 펴냈다.
『삶의 본질은 허무요 슬픔이라고 봅니다. 허무한 존재의 현실을 철저하게 인식하고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데서 우리는 그것을 다시금 극복할 단초를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짧은 광채」라는 시집의 제목은 바로 이런 「허무한 순간성만으로 존재하는 존재의 무상성, 존재의 비존재성」을 상징한다. 슬픔, 고통, 모순은 존재의 숙명이요 받아들여야만 하는 현실이 라는 것이 저자의 인식이다.
한가지 주제에 매달리는 시인의 진지함은 이번 시집에서도 두드러진다. 「짧은 광채」에는 그간의 시집들에서와 마찬가지로 연작시가 많아 「슬픔에게」 30편, 「짧은 광채」10편, 그리고「모스크바」등이 연작시로 구성돼 있다.
『하나의 시적 대상이 되는 사물이나 현상을 깊이 천착하기 위한 방편으로 연작시를 이용한다』는 저자는 그래서 요즘 젊은 작가들에게서 보이는 삶에 대한 가벼운 인식이 조금은 못마땅하다.
『모두가 아닐지라도 신진작가들의 경우 시작(詩作)에 있어 「정공법」을 무시하고 센세이셔 널리즘에 치우치는 경향도 보입니다. 천재적인 시인도 삶의 경륜과 깊이가 필요합이다. 시는 삶의 이야기라는 점을 생각할 때 인간 삶을 진실하게 들여다보는 자세가 필요하지요』.
생에 대한 저자의 진지한 자세는 신앙인으로서의 삶에서도 드러난다. 그의 영세는 10대 후반 라틴어 미사와 그레고리안 성가의 신비로운 분위기에 이끌려 이루어졌다. 하지만 무한히 선하신 신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그런 신과는 무관한듯한 현실세계는 불합리해보였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이에 대한 불만으로 20대 초반에서 40대 중반까지의 긴 세월을 「부끄러운」 냉담생활에 있었다고 「변명」한다.
삶이 주는 진실의 맛을 느낄 수 있는 나이에 이르러 그는 이제 「섭리」를 조금은 알 것 같다고 말한다. 그리고 끊임없는 하느님의 부르심을 따라 기꺼운 마음으로 자신을 열어두고 있다.
『「신앙시집」을 꼭 한권 갖고 싶습니다. 시상이 떠오를때마다 조금씩 준비하고 있지만 신앙의 소중함이 워낙 크게 느껴지는 때문인지 쉽지는 않네요』
59년 사상계로 등단한 강계순씨는 74년 첫시집을 펴낸후 「천상의 활」, 「익명의 편지」등 6권의 시집과 다수의 산문집과 수필집, 저서가 있다. 86년 제1회 동서문학상, 91년 제25회 월탄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는 강씨는 현재 한국문인협회 이사, 시인협회상임위원. 여류문학인회 이사, 국제 펜 한국본부 회원이자 한국 공연윤리위원회 심의위원으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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