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께서 이 세상을 떠나 죽기 전 마지막 순간에 제자들에게 빵과 포도주의 형상으로 당신의 몸과 피를 내 주는 성체성사의 설정은 제자들과 성사를 통하여 늘 같이 계신다는 사랑의 성약이었다. 이것은 당신의 떠남은 육신의 작별일 뿐 하느님의 영광이 드러나는 때이며 하느님의 사랑이 널리 퍼지는 세상을 맞게 된다는 것을 가르치려고 하신다.
이 말씀은 세상을 떠나기 전 주님의 마지막 고별의 말씀이 될 것이며 이 고별의 말씀은 요한 복음서에서 13장 31절부터 시작하여 17장 26절까지 계속된다. 오늘의 대목은 이 고별 말씀의 서론으로 영광, 작별, 사랑의 계명을 내용으로 한다. 배반자 유다스가 공동 식사 자리를 떠나 밖으로 나감으로써 분위기는 이상하게 잠기게 되었다. 이것은 예수의 수난이 이미 시작되었음을 예수께서는 실감하게 되었고 제자들은 일이 어떻게 돌아 갈지 불안스러웠다. 이미 세 번에 걸쳐 예언하셨듯이 예수께서는 죽음을 이기시고 부활하여 하느님께로 올라 가는 개선의 영광으로 받을 것이지만 그 보다 먼저 인간들에 의하여 고난을 받아야 한다고 말씀하셨다(대목 128,135,265 참조).
그러니 유다스가 제 할 일을 감행하려고 나간 사실은 예수께서 영광을 입을 때가 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다스가 밤 어두움 속을 향하여 나아간 때는 예수께서 죽음으로 들어가시는 때이다. 그러나 어두움 속을 향하여 나아갔던 유다스는 죽음 속으로 들어 갈 것이고 죽음 속을 향하여 들어 가신 예수께서는 생명의 영광으로 나올 것이다.
이때는 괴로운 때이지만 예수께서 며칠 전에 이방인들이 찾아왔을 때에 「이제 나의 영광의 때가 왔다」라고 말씀하신 그 때이다(요한 12,23: 대목 282 참조).
「이제 사람의 아들이 영광을 받게 되었고 또 사람의 아들 안에서 하느님께서도 영광을 받으실 것이다」.
그러나 이 영광은 예수의 수난과 밀접히 맞물려 있다. 즉 예수께서 벌써 여러 번 예언하셨듯이 먼저 수난을 당하고 그 결과로 영광이 따른다는 것이다.
그 수난은 유다스가 떠나면서 이미 시작되었고 이제 몇 시간 남지 않은 혹독한 십자가의 죽음을 눈앞에 두고 예수께서는 제자들과 세상 이별을 해야 하는 이 순간에 제자들이 각별히 사랑스러웠다. 제자들은 이 심정을 아직 감지하지 못하고 있다. 「사랑하는 내 아이들아」라고 부르셨다. 이 말은 원문에서 아버지가 아들을 정겹게 부르는 말「얘야」또는 「아가」(마태 21,28 루가 2,48:15,31:16,25) 라는 말의 지소형(指少型)으로 몹시 정겨운 아들을 부르는 말이고 복음서에서는 여기서 밖에는 쓰여지지 않았다.
「내가 너희와 같이 있는 것도 이제 잠시뿐이다……너희는 나를 찾아 다닐 것이다……그러나 너희는 내가 있는 곳에 오지 못할 것이다.」이 말씀은 이미 6개 월전에 예수를 감시하는 유다인들에게 하신 말씀으로 시간이 없으니 믿음과 불신의 양자간 빨리 선택해야 할 때라는 것을 경고하기 위한 것이었다(요한 7,33 대목 151 참조: 8,21 대목 156참조).
오늘 수난을 몇 시간 앞둔 지금 이 말씀은 제자들에게 급박한 찰나였다.
제자들은 예수의 수난 때에 어찌할 바를 몰라 하다가 약속대로 성령을 받고 예수를 되찾았고 그 분을 따라 그분의 뜻하는 곳에 자리를 잡았다.
제자들은 주님과 작별하고 나면 당장은 주님을 따라 갈수 없게 될 것이다.
그래서 예수께서는 그들이 당신이 없는 동안이라도(여기서는 재림까지의 기간) 주님과 함께 사는 방도를 명령으로 주신다. 그것은 서로 사랑하라는 것이다.
이 사랑은 성부와 성자간의 참 사랑을 닮은 사랑이다. 하느님이 시나이산에서 모세에게 십계명을 주시며 그것을 지키는 자들을 당신의 백성으로 삼겠다는 성약을 하신 것처럼 예수께서는 새 계약을 맺는 표로 당신의 몸과 피를 영적 음식으로 주시며 새 계명을 내리신 것이 바로 「서로 사랑하라」는 명령이다. 사랑은 제자들이 하느님의 간택을 받은 표가 될 것이다.
서로 사랑하라. 이 말씀은 요한복음서 15장 12.17절에 또 언급되고 요한 1서 2,7~9:3, 23:4, 21:5,2~3: 요한 2서 5절에 다시 강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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