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50주년이자 분단 50주년이 되는 해인 올해 한국교회안에서는 통일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때 보다 높아지고 있다. 그리스도교의 전통에 따라 광복 50주년의 시점을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향한 교회의 소명을 새롭게 확인하는 특별인터뷰를 마련했다. 이번 특별인터뷰는 지난 십수년간 북한선교를 준비하는 중추적 기구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온 주교회의 북한선교위원회 위원장 이동호 아빠스, 그리고 민족의 화해를 우선적 목표로 설정, 새롭게 출범한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위원장 최창무 주교를 함께 초대, 공동 대담 형식으로 진행됐다. 이번 공동대담은 두분 위원장께 똑같은 질문을 드리고 그 답을 구하는 형식으로 마련했다.
질문
1, 올해 우리나라는 광복 50주년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두분께서도 아시다시피 우리의 광복은 반쪽짜리로 50년의 세월을 지내야 했습니다. 따라서 광복 50주년은 우리 모두에게 온전한 의미의 광복으로 승화시켜야 하는 중대한 사명과 의무를 지워주고 있습니다. 지구상의 유일한 분단국으로 남아있는 우리 나라가, 우리 민족이 하나가 되기위해 가정 필요한것은 무엇입니까. 통일을 위해 우리 국가와 국민들이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이 있다면 무엇이 있겠습니까.
2, 주교회의 북한선교위원회는 지난 십수년간 북한선교와 관련 교회의 공식적인 창구로 중요한 몫을 담당해왔습니다. 또 최근에는 서울대교구 차원의 민족화해위원회가 출범했습니다. 한국주교회의 공식통로로써 대북, 대공산권 선교를 위한 준비를 담당해온 북한선교위원회가 하는 일을 위원장님께 듣고 싶습니다. 아울러 교구차원의 통일의지를 북돋아 나가기위해 새롭게 출범한 민족화해위원회 활동 역시 위원장 주교님께 듣고자 합니다.
3, 최근 본보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현재 한국교회 신자들은 북한선교나 민족화해 민족일치운동 등 통일과 관련해 교회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인지도가 매우 낮은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 예로 우리 신자들은 통일과 관련, 교회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르는 것으로 드러나 있습니다. 물론 기초자료이기는 하지만 이같은 결과는 우리 교회의 통일문제 의식에 대한 열악한 현실을 그대로 반영해줍니다. 두분께서는 이같은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신자들의 관심과 참여를 촉발시키기 위해 어떤 대처가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4, 통일에 앞서 우리에겐 지난 50년간 증폭시켜 온 이질감 적대감 그리고 상처들을 희석시키는 노력이 필요하고들 합니다. 교회는 이같은 일들을 수행하기 위해 가장 적절한 집단이라고도 얘기합니다. 어떻게 하면 지난 50년간 쌓아온 불신과 미움, 적대감들을 녹여 없앨수가 있겠는지요. 우리신자들이 민족화해 일치, 통일을 위해 어떻게 자신을 봉헌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5, 다시한번 강조되는 말씀이지만 올해는 분단 50년을 극복하기 위해 우리의 국력과 국민들의 의지를 집약시키는 원년이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우리교회는 방관자로서가 아니라 그 중심에서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매개자로 자신을 내어주어야만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북한선교위원회는 올해 무슨 활동을 기획하고 계십니까. 또 민족화해위원회는 어떤 일들을 추진할 계획이신지요.
◆최창무 주교 <서울민족화해위원회 위원장>
“민족통일은 우리의 책임”
“기도와 희생없이 화해 불가능”
1, 무엇보다 먼저 모든 은혜의 원천이신 하느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는 일입니다. 광복의 이 큰 은혜에 대하여, 아울러 광복이 있기까지 많은 노력과 희생을 아끼지 않고 나라와 국민을 위해서 자신을 바치신 애국서열들을 기억하고 그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일입니다.
그리고 분단 50년에 대한 잘못을 고백하며 속죄하고 분단의 잘못과 아픔을 극복하기 위하여 용서와 화해의 길을 열심히 걷는 일입니다. 국민 모두가 분단을 극복하지 못한 무능과 무감각에 대하여 깊이 반성하며 참된 통일의 의미를 깨닫고 분열을 일으키는 죄악을 경계하며 화합을 위하여 노력해야 합니다. 위성자들과 경제인들은 거시적 안목과 인내와 관용으로 민족의 통일과 발전을 위하여 일하며 헌신적 노력도 각오하여야 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하루 빨리 「유일한 분단국」의 죄에서 벗어나야 하겠습니다.
2, 분단의 과오와 아픔에 대하여 교회 안팎으로 많이 무감각해져 있음을 직시하고 분단의 죄상을 깨달아 뉘우치고 회해와 일치를 이루며 사는 것이 가장 인간답고 행복한 길임을 깨닫고 선포하는 것입니다. 서울대교구는 이 시점에서 그리스도인들이 무엇을 할 수 있고 또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알아보며 민족의 한 구성원으로서 이웃과 연대하며 현실적이고 실제적 화해와 일치의 길을 걷고자 교구장님 직속의 이 위원회를 출발시켰습니다.
그리하여 민족의 평화적 통일과 화합과 발전을 위한 실제적 노력과 정신적 교육을 위한 행사나 사업을 해 나갈 것입니다. 남에게 요구하고 가르치기 보다 먼저 스스로 실천하고 같은 뜻을 가진 사람들을 초대하며 같은 목적을 위해 노력하는 운동기구와 협력해 나아가는 방법을 선택하고 세상에 천명합니다.
3, 그것은 민족통일을 사회적이고 정치적이며 경제적 차원의 것으로만 좁혀서 알아들어 통일 비용 이야기를 앞세운다든지 타산적이거나 개인적 이기심이 잠재해 있는데 기인한다고 보겠습니다.
또한 사회생활 참여의식의 부족에서 오기도 합니다. 통일을 국가나 정부 차원의 전유물이나 고유권한으로만 여기거나 신앙생활과 직결시키지 못하는 처지에서 생겨나기도 하겠습니다. 그리고 교회공동체가 책임 의식이 부족했던 점도 있고, 노력하는일 조차 적극적으로 홍보하지 않은 점입니다.
그러므로 신자들이나 교회공동체나 참된 통일은 민족의 화해와 일치의 기초위에 가능하다는 점과 인간의 화해와 일치는 그 원리와 기초가 그리스도임을 믿고 고백하는 것입니다. 우리의 평화이신 그리스도께 귀의하고 그의 전령이 되고 또한 증인이 되는 길입니다. (2 고린 5, 11~6, 2)
4, 지난 1백년간 우리 역사는 많은 아픔과 희생을 지니고 있으며 그로인하여 많은 사람들의 몸과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겨 놓았습니다. 여기서 적대감, 증오심, 이질감 등이 인간관계를 지배하게 되고 사회에 파급되었습니다. 그러므로 무엇보다 먼저 치유의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 역사적 상처는 상호간의 이해와 용서, 희생을 포함하는 화해가 없이는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화해와 일치의 사명은 기도와 희생과 봉헌적 삶의 동참없이 이루어지지 않으며, 참된 통일은 사람들이 반통일적 행위를 버리고 진정한 회개와 화해로 이루어 집니다. 그러나 분열되고 상처입은 인간과 인간사회들 「하나의 새 민족으로 만들어 평화를 이룩하시는 분은」(에페 2, 15) 예수 그리스도입니다. 모두 그분을 본받아야 하겠습니다.
그의 용서와 화해와 사랑의 길을 따라 삶으로.
5, 대중운동이 효과적으로 전개되기 위하여는 바르고 참된 홍보도 필요합니다. 계몽운동으로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강연회도 열고 한국 교회의 자랑이며 민중 개화의 효시였던 우리 신앙 선조들의 얼을 기리고 본받기 위하여 성지순례와 기도회 등도 개최할 계획이며 이런것들이 일시적 행사로 끝나지 않기 위하여 금년부터 모두가 자기처지에서 기도화 희생적 노력을 하도록 권장하며 2천년대가 시작될 때까지 매주 화요일 오후 7시에 주교좌 성당에서 민족화해를 위한 기원미사를 봉헌하기로 했습니다. 이 미사에는 기도화 절식이나 단식 등의 정성을 봉헌하고 민족화해화 일치를 위한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헌금도 합니다. 그리고 민족화해학교를 개설하여 위의 취지들을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일을 꾸준히 해 나갈 것입니다.
독자 여러분을 진심으로 초대합니다.
◆이동호 아빠스 <북한선교위원회 위원장>
“복음적 삶을 살때 동질성 회복”
“교구차원의 지원 아쉬워”
1, 우선 가톡릭신문이 광복 50주년, 분단 50년과 가톨릭신문 창간 68주년을 맞이하여 통일대담에 초대해 주신점 감사드리며 가톨릭신문 창간 68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무궁한 발전을 빕니다.
남북관계는 작년 7월에 북의 김일성 주석의 사망으로 남북 정상회담이 무산되자 다시금 냉각상태로 되돌아갔다고, 갈수록 감정적 대립과 불신이 두텁게 쌓여만 가고 있습니다. 여기에 미국과 북한이 남한을 통해 핵문제를 타결지음으로써 남북관계는 더욱 꼬여가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장애가 아무리 크더라도 우리나라 우리 민족이 하나됨을 결코 포기할 수 없고 어떻게든 풀어야만 합니다. 무리 국가와 국민을 정치 경제문화 체육 종교등 어느것 부터라도 대화하고 교류하며 서로 신뢰를 쌓아 하나를 이루는 일을 시작해야 합니다.
2, 1985년이후 지난 10년간 북한선교위원회는 기도운동과 계몽운동에 온 힘을 쏟아왔습니다. 매월 월례미사를 봉헌하고 때로는 철야기도회를 통해서 기도운동을 전개해 왔으며, 1992년부터는 「침묵의 교회를 위한 기도의 날」을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로 명칭을 변경, 지내오는 매년 미사를 봉헌해 왔습니다. 이와함께 1988년 5월에 「통일사목연구소」를 설립하여 통일교회가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연구와 발표를 계속해 왔습니다. 92년 4월 자문회의를 구성하여 각계 각층에서 활동하고 계신 평신도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고 있으며 94년에 중국 동북 삼성을 위한 북방 선교협회를 출범시켰습니다. 대북 선교를 놓고 보면 아직도 직접적인 선교나 도움을 말할 수 있는 단계가 못되고, 중국 동북 삼성, 즉 주로 중국연변교회를 1980년대 중반부터 돕기 시작했습니다.
3, 북한선교위원회에 맡겨진 업무는 기도운동, 계몽운동, 대북운동, 원조등입니다. 기도운동과 계몽운동은 각 본당에 다니면서 하는것이 가장 효과적이지만 이것도 사정상 제가 직접 뛰어야 하므로 일년에 많이 다녀야 24개 본당에 지나지 않습니다. 통일문제와 북한선교에 인지도가 낮은 이유로 첫째는 북한선교위원회의 열악한 여건 때문이라고 봅니다. 10년동안 계속 느끼고 있는것은 통일문제와 북한선교문제, 즉 기도운동과 계몽운동을 놓고 볼때 교계제도상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교구 차원의 지원이 아쉽다는 점입니다. 각교구는 교구대로 일이 많고 어려움도 많은것을 잘 이해는 하지만 지금 몇몇 교구 이외에는 너무 뒷받침이 미약한 실정입니다.
4, 우리 국민이나 우리 자신들이 북한 당국자나 북한 동포들에게 대한 이질감 적대감 증오심을 희석시키는 일은 하느님을 믿고 주님의 복음을 살고 증거하는 삶을 살때 가능합니다. 하느님의 전능하심에 굳게 의지하고 뜨겁게 기도하고 회개하며 희생하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우리 모두가 북한 동포들과 사랑으로 가진바를 나누는 삶을 확고하게 산다면 남한의 국민들에게나 북한의 동포들에게 적대감과 증오심을 없애는 빛과 소금, 누룩의 역할을 하고 또 봉일을 가져오게 한다고 믿습니다. 저는 기도를 제일 강조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특별히 한국교회의 주보이신 성모님께 전구하는 뜨거운 기도를 부탁합니다.
5, 북한 선교에 대해서나 통일문제에 대해서나 알게 모르게 도와주신 고마우신 회원들과 은인들이 많이 계십니다. 그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주님의 축복을 빕니다. 그동안 도와주신 각 교구 주교님들, 본당 신부님들 남녀수도자들 모두 신자들 그리고 북한선교의 모든 임원들과 봉사자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재북 교구 교구장이나 신자들에게만 맡기지 마시고 온 교회가 하나의 교회, 한 핏줄 한겨레로서 도와주실 것을 감히 청합니다.
분단 50년 국민들의 의지를 집약하는 원년이 되기 위해서 주교회의 상임위원회를 통해서 주교님들의 동의를 받는 방법으로 통일에 관한 한국 주교단 성명서 발표가 나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아울러 가장 힘이 있고 확실한 기도운동이 더 확산되도록 전국 액션단체들에게 특별히 부탁드리고자 합니다. 그리고 가능한한 재정상의 어려움이 있어도 홍보 계몽운동을 확산할 것입니다. 그리고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들을 위해 통일을 대비한 교육강좌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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