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간의 르완다 난민촌 취재에서 가장 강하게 받은 기자의 인상은 인류에겐 그 무엇과도 바꿀수 없는 따뜻한 형제애가 숨쉬고 있다는 것이었다.
르완다 난민촌을 취재하기에 앞서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에 도착한 일행은 먼저 르완다 난민들을 돕기위해 활동하고 있는 각 구호단체를 방문한바 있다. 아무런 이해관계가 얽히지 않았음에도 위험을 무릅쓰고 난민들을 돕는 이들 단체를 통해 세상엔 아직 미움보다는 사랑이 더 짙게 채색돼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개인적으로 큰 수확이 아닐 수 없었다. 특히 국제 까리따스와 미국 주교회의 가톨릭구제회, 예수회 난민봉사위원회 등 가톨릭교회가 운영하는 이들 구호단체들의 활동은 가톨릭의 박애정신을 현장에서 표출해내는 끊이지 않는 샘물임이 확인됐다.
유엔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고 난민들을 돌보고 있는 까리따스 활동, 내전과 기아로 하루에도 수천명씩 죽어가는 르완다 난민들에게 전해지는 이들의 사랑은 교회로서의 책임감보다는 사랑을 간직한 교회의 모습을 사는 사랑,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사랑으로 채색된 세상
현재 르완다 난민들을 위한 구호활동에 가장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는 단체로는 단연 국제까리따스가 꼽히고 있다. 로마에 본부를 두고 전세계 교회와 연결돼 있는 까리따스는 도움이 필요한 곳을 찾아내 각국 교회에 알리면 개별 국가마다 조직된 까리따스에서 능력에 따라 도움을 주는 국제 구호단체중 가장 큰 규모이다.
르완다 사태의 참혹한 현실을 국내 교회에 알려 전 교회적인 관심과 지원을 요청한 것도 바로 국제 까리따스이다.
나눔의 교회구현 “활활”
이 국제까리따스는 난민들을 위한 식량이나 의료지원 등 긴급구호활동을 비롯 개발계획 등에도 참여하고 있고 식량생산 지원 등의 중장기 개발계획에도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
국제 까리다스 다음으로 르완다 난민들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 단체는 미국 가톨릭구제회. 르완다와 자이레 접경지역 및 일부 북부지역에서 집중적인 구호사업을 벌이고 있는 가톨릭구제회는 매주 3백톤의 식량과 난민들의 주거용 비닐을 16개 지역에 제공하고 있다. 이같은 식량은 난민 약 25만여명을 먹여 살릴 수 있는 양에 해당된다. 이밖에도 르완다로 향하는 구호의 손길은 동부 아프리카 주교회의 연합회, 케냐 까리따스, 탄자니아 까리따스, 예수회난민봉사 위원회, 르완다 화해분제를 다루는 민간단체, 유엔 난민위원회 등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중족간 화해위해 노력
특히 이들 구호단체들은 르완다에 단순히 식량을 원조하고 물자를 지원하는 데만 그치지 않고 르완다 내전이 일어난 원인을 풀고 참상을 거듭하며 표출된 후투족과 투치족간의 반목불식에도 많은 관심을 쏟고있다.
「르완다 국민들은 종족간의 분쟁을 겪는동안 이미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모든 국민들이 겪었기 때문에 이들을 정신적으로 치유하는 화해프로그램이 필요합니다. 집단 히스테리에 걸려있는 이들을 식량만 제공한다고 해서 결코 해결될 수 없습니다.」국제 까리따스 르완다 담당 이본 신부는 정신적인 치료를 위해서도 교회가 더 많은 관심을 쏟아야 할 것으로 지적했다.
예수회 난민봉사위원회에서는 화해를 위한 가시적 조치로 난민촌에 라디오 방송국을 설치하기로 하고 전파를 발사할 수 있는 지국과 프로그램을 제작할수 있는 건물을 난민촌 인근한 탄자니아 응가라지역에 세우고 있는 중이다.
물론 이들을 위한 사랑에는 한국교회의 사랑과 관심 또한 괄목할만했다. 이미 가톨릭신문 등과 함께 르완다 난민돕기 특별 모금운동을 펼친바 있는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는 지난해 8월부터 4개월만에 무려 12억여원의 성금을 모금한바 있다.
라디오 방송국 설립중
사회복지주일 2차헌금과 후원회원들의 성금 등을 합칠경우 20억원이 훨씬 넘는 사랑이 쏟아질 정도로 관심이 집중됐던 르완다 성금은 한국교회가 받는 교회에서 주는 교회로 그 위상을 바꾸어 놓은 쾌거를 이룩한 셈이다.
이것은 곧 담배 한갑의 성금이 죽어가는 엄마의 빈 젖을 빨고 있는 어린이 10명의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는 기적이 된 것이다. 그동안 한국교회는 국제 까리따스를 비롯한 여러 구호단체에서 수많은 구호금을 받아 왔었다.
물론 받았기 때문에 주어야 한다는 단편적인 생각은 금물이지만 이제는 우리도 경제성장에 걸맞는 도움을 주어야 할때가 됐기 때문이다.
시설이 낙후한 복지시설 등 국내에도 도와 주어야할 곳이 많은데 제쳐두고 국외로 많은 성금을 보내고 있다는 일부의 우려도 없진 않지만 사랑을 나누는데 국내외를 따져서는 곤란하다는 생각이다.
국경허문 사랑의 물결
아마 최악의 참상을 겪고 있는 르완다 현지를 방문해본다면 그러한 생각은 순식간에 불식될 수 있을 것이다.
오로지 인류애와 그리스도의 형제애를 발휘해 우리를 도와 주었던 서구의 여러나라들도 나름대로의 어려움속에서 사랑을 기꺼이 나누었고 지금도 그러한 상황은 별로 변한게 없을 것이다.
특히 세계 각국이 한해 평균 아프리카 전체를 지원하는 금액은 약1억5천만달러에 달할 정도로 막대한 성금이지만 이 금액도 아프리카의 빈곤에 비하면 바다에 물 한방울을 더 보태는 규모에 지나지 않는다고 국제 까리따스 관계자들은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관심은 그들에게는 그리스도인의 연대와 사랑을 느끼게 하는 국제사회에서의 상징성은 실로 엄청난 효과를 지니게 마련이다. 가톨릭신문에서 르완다 돕기 모금을 시작했을때 전국 각지에서 보내온 정성, 코흘리개 꼬마에서 팔순의 노인까지 자신의 몫을 나누겠다고 보내준 그 정성은 이제 아프리카의 최오지 르완다에서 새로운 생명으로 피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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