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윤리란 용어는 오늘날 시대의 표지라 할 만큼 인구에 널리 회자되고 있다. 우리는 최근「생명」(vita, life)이라는 온 우주적 실재와「윤리」(etica, moral, ethics)라는 인간적 실재를 지칭하는 두 용어가 합성어가 되어 하나의 과학(science)적 실재로 변화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다.
물론 생명에 관한 자연법적 윤리규범은 윤리적 인간이 인간생명의 존엄성을 인식하고 그것을 보호하고 존중해야 한다는 대 윤리적 명제를 깨닫는 순간부터 원초적으로 인류와 함께 실천적으로 존재해 왔지만 과학적 체계를 가진 학문으로서의「생명윤리」(bioethica, bioethics)는 금세기 후반 70년대부터 비로소 새로운 학문분야 (new discipline)로 자리 잡기 시작하였고 우리 한국사회와 학계에서는 그보다 약 10년 정도 늦은 80년대부터 이에 관심을 보여 왔다.
지난 30여년간 우리 온 민족을 열화처럼 휘감았던 경제제일주의, 개발지상주의 및 그 가치관에서 조금씩 헤어나기 시작한 우리는 90년대에 이르러 다양한 모습의 실천적 생명운동들(예를 들면 각 계층의 민주화 운동, 여러 모습의 생태계 및 환경보호 운동, 인권운동, 다양한 생명보호운동 등)을 일으키며 부분적으로나마 인간중심의 가치관을 재고시키고 있다. 이러한 운동들과 새롭게 발전한 생명과학 (life science)의 여러 영역들은 과학적이고도 체계적인 윤리적 기초를 요청하고 있다.
차제에 생명의 성성 (聖性, sanctity)과 존엄성(dignity)을 선포하는 우리 한국교회는 그 선포하는 바가 계시 및 신학의 지평뿐 아니라 하느님의 자연적 모상인 모든 인간의 동의와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과학적, 철학적 지평의 그것이어야 함도 잊지 말아야 한다. 생명윤리의 주제들은 그 본성상 교도권과 신학의 영역을 벗어나 만인공유의 인간이성의 영역에 호소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느님은 인간 자신에 의해서, 인간의 이성적이고도 책임성 있는 보살핌을 통해서 자연세계뿐 아니라 인간세계까지도 인도하기를 원하신다」 (회칙「진리의 광채」3항).
교회가 생명윤리를 선포할 때 그것은 복음화라는 교회의 지상사명 수행의 일부가 된다. 그러므로 우리가 이 지상연재를 통하여 논하려는 생명윤리는 끊임없이 복음화의 전망(perspectives)안에서 이루어질 것이다. 복음화란 구원의 신비를 선포하고 교회를 부식(扶植)하는 데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성의 고양 (promozione umana), 윤리적 가치의 활성화(animazione valori morali) 역시 포함하며 따라서 교회의 윤리적 메시지와 그리스도인의 윤리적 삶은 복음화의 한 통합적 분야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생명윤리는 그 학문의 세계성과 더불어 우리 한국사회 우리 민족의 현실과 의식을 끊임없이 염두에 둘 것이다. 우리의 생명윤리가 공허한 이론과 함께 허공을 맴돌지 않고 우리 한민족의 구체적 삶의 자리 속에서 우리 모두를 살리는 삶의 윤리가 외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의 생명윤리 역시 복음화의 윤리 (morale dell’evangelizzatione)이어야 하는 이상 그것은 모든 문화의 그리스도인 실존에 있어 (따라서 우리 한국문화의 그리스도인의 삶에 있어서도) 살아 움직이는 역동적, 능동적 실재가 되어야 하고 도그마(dogma)선상에서 숨겨진 추상적 실재로 남아 있어서는 아니 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본 지상연재를 제1부와 제2부로 나누어, 1부에서는 생명윤리 (parte generaie)을 다루되 그 기원, 역사, 정의, 철학적 기초, 교회와의 관계, 생명윤리 관련 윤리이론 및 윤리원칙들, 과제 등을 포괄적으로 다룰 것이다. 2부는 생명윤리의 구체적인 문제들을 다루는 부분 (parte speciale)이 될 것인바 그것은 첫째, 생명의 시작과 관련된 각종 문제들, 둘째, 생명의 보존과 관련된 문제들, 셋째, 생명의 인위적 거부 및 죽음과 관련된 다양한 생명과학 및 의학상의 윤리적 문제들로 꾸며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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