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류문인 7인이 펴낸 옴니버스형식의 창작집「황홀한 여름의 소멸」이 바로오딸에서 나왔다.
구혜영, 노순자, 박완서, 이규희, 이석봉, 이정호, 전옥주씨 등이 함께 펴낸「황홀한 여름의 소멸」은 인생의 강, 삶의 강줄기를 건너 헤쳐 가는 우리들이 때로는 고통으로 때로는 기쁨으로 흘려온 눈물 자국들을 보여준다.
「사는 게 죄」라듯이 아내로, 남편으로, 자식이나 부모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하는 쌉쌀한 삶의 상처들이 7편의 글속에서 배어난다.
구혜영(모니카)씨는「어느 화가의 아내」에서「선경」은 40여 년간 화가의 아내로서 생활이라는 고통의 강을 건너야만 했고 노순자(젬마)씨의「풀 향기」는 15년이 넘도록 뇌 정지 상태로 살다가 간 장애자 아들 요섭을 부둥켜안은 모성애의 절절한 사연을 담고 있다. 이석봉(바실라)씨의「꽃이 없는 정원」은 남편의 육촌 시동생과의 불륜으로 9년의 세월을 정신적 자학의 세월을 자초해온 한 여인의 죄의식을 들여다보기도 한다.
하지만 이 글들에서 사람들은 한결같이 어떤 형식으로든 또 다른 희망의 섬을 바라보며 마음을 추스르고 인생의 여정을 계속 걸어간다.
「꽃이 없는 정원」에서 오로지 아이들의 양육만을 위해 견딜 수 없는 생활을 받아들여야 했던 여인은 다소 통속적이기는 하지만 자신을 괴롭히는 것으로 배신을 보복하려 했던 남편으로부터 용서를 얻는다.
장애아들 요섭을 잃음으로써 절망에 빠질 수도 있었던 엄마는 자신의 기억과 「풀 향기」속에서 요섭의 모습과 체취를 간직하고 하느님과 주위의 사람들과 언젠가는 잃어버린 관계를 회복하리라 기대한다.
소아마비 딸을 감싸고도는 순복의 지나친 모성과 그를 돌보려는 숙경의 우정, 그리고 비인간적인 부자 혜림의 이야기를 다룬 박완서(엘리사벳)씨의「우리들의 부자」에서도 순복은 소아마비 딸이 건네준 2만원의 보람을 무 일품의 신세와 상쇄할 수 있는 여유를 갖는다.
이 책의 타이틀이기도 한 이규희씨의「황홀한 여름의 소멸」은 주미 할머니와 인애 할머니의 대비를 통해 저물어가는 노을 빛은 황홀함을 느끼게 하고 이정호(요안나)씨의 뚜깔리는 일제 시대 부전고원의 뚜깔리를 배경으로 한남지방 농민들의 애환과 진솔한 정이 감칠맛 난다.
희곡작가인 전옥구(가타리나)씨는 시나리오「우드와 직」을 통해 미국으로 입양된 한국인 2세의 혈육에 대한 그리움과 그를 둘러싼 갈등을 그리고 있다.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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