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단에서는 아직 미개척분야라고 할 수 있는 판화전이 열린다.
판화가 허은영(안젤라. 35세. 한성대미대 전임강사)씨가「아름다움의 기능」이란 주제를 갖고 4월 17일부터 26일까지 서울 압구정동 갤러리 이콘에서 갖게 되는 작품전은 그렇기 때문에 세인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판화는 끈질긴 집념이 있어야만 그려낼 수 있습니다. 그만큼 타 분야보다 힘이 들기 때문에 전공자들이 적고, 끝까지 버티는 학생들이 드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열심히 하다 보면 판화 나름대로의 깊은 맛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한국에서는 첫 개인 작품전을 열게 되는 허은영씨가 아직 타 분야보다 발전이 늦은 판화분야의 미술학도들에게 당부하는 말이다. 판화의 종류나 기법이 회화나 조각보다 다양, 열심히만 한다면 그 세계가 무궁무진하다는게 허교수의 말이다.
회화나 조각보다 작품제작에 많은 것들이 필요하고, 비용도 배로 들어가는 판화는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초보단계다. 「미술의 해」을 맞아 예술의 전당에서 제1회 판화전을 열어 일반인들에게 관심을 끌고 있지만 아직도 판화는 개척분야라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이러한 면에서 허은영씨의 이번 개인전은 그 의미가 있다. 미술평론가 이용우씨는 이번 전시회를 보면서 허은영씨의 판화작업을 기법의 다양성과 목판을 뜨고 사진을 찍은 뒤 그것을 다시 동판으로 옮기는 복잡한 과정에 있다고 평하고 있다.
즉 허은영씨의 판화는 회화성이 돋보이면서도 이미지의 충실 성보다 테크닉의 다채로운 변화를 통해 색다른 성격을 창조하고 있다는 얘기다.
허은영씨는 이에 대해「남들과 구별되는 즉 나만의 독특한 세계를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하고「잎으로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겸손해 했다.
딸을 간병하면서 하느님과의 깊은 대화를 체험했다는 허은영 교수. 외롭고 가난한 사람들이 자신을 필요로 하면 언제든지 그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아름다운 마음을 갖고 살아가는 그녀는 한국판화분야의 선각자로서 앞으로 더욱 할 일이 많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허은영씨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도미, 매릴랜드대학과 오티스 판슨 미술학교, 캘리포니아주립 미술대학원 등에서 회화와 판화를 동시에 전공했다. 미국 화단에서 이미 네 번의 개인전을 열기도 했던 허은영 교수는 올 가을 고향인 부산에서도 개인전을 구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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