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의과대학 교수가 이런 질문을 해왔다. 「신부님, 어떤 처녀가 아기를 가져 제가 제왕절개 분만을 시켜주었습니다. 낙태를 하지않고 낳은 것은 가상한테 저한테 곤란한 요청을 해옵니다. 자신의 장래를 위해 진단명을 다른 것으로, 예를들면 cystectomy(낭종절제)같은 것으로 해달라는 것입니다. 그렇게 해도 괜찮겠습니까? 허위진단서 발급이 되는데요?」
결혼하면 수술자국이 드러날 것이고 그 수술자국은 제왕절개때문이 아니란 것을 증명해야 하니 처녀의 입장으로서는 의사의 진단서가 일생의 행복을 좌우하는 중요한 문건이 된다. 이런경우 거짓증언을 하지 않아야 하는 객관적인(즉 누구나, 어떤 상황에서든 지켜야 하는) 윤리규범과 한 개인의 처지를(그것도 일생의 행복을 좌우할 수도 있는 중요한 상황에서) 동시에 고려해야하는 갈등상황이 벌어진다. 이 의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요즈음 여자아이가 한 가정의 세번째, 네번째 아기로 태어나기란 하늘의 별따기란 말이 있을정도로 여아 낙태가 심각하다. 법으로도, 의사선생님들의 자체규정으로도 태아성감별을 금하고 있는데 7공주를 연속으로 낳은 집에서 아들인지 딸인지 미리 알려달라고 돈보따리 안겨주며 눈물공세를 해 온다면 의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여아인 것이 드러나면 낙태를 해 버릴 것이 뻔한데 그래도 그 집의 사정도 봐주고 내 돈벌이도 할 겸 살인공모를 해야할 것인가?
어떤 남자가 에이즈(AIDS)에 걸린 것이 확실한데 자기 부인에게는 제발 비밀로 해달라고 간청한다면 의사는 환자의 비밀을 존중해야 한다는 의사의 윤리원칙만 생각하며 그의 요청을 들어주어야 할 것인가?
식물인간 상태의 아버지에게 들어가는 엄청난 경비나 가족들의 참기 힘든 희생을 생각 할 때 일찍 퇴원시켜 음식이나 수액을 끊어버리고 빨리 돌아가시게 하는 것이 차라리 아버지를 위해서나 가족들을 위해서나 더 낫지 않을까? 만약 한 순간만이라도 의식의 돌아 올 경우 「아버지 도대체 어떻게 할까요?」하고 여쭈어 보면 틀림없이 「차라리 빨리 죽여다오」라고 하실 것이란 가정과 함께.
뇌사를 법적으로 인정할 때 이식용 장기들을 많이 확보하기 위해 뇌사를 가장해서 생사람을 잡는 일들이 벌어지지 않을까? 의사들도 판정이 모호할 경우 가능하면 뇌사쪽으로 판정할 것이고, 장기를 팔아먹기 위해 한 밤중 취객들의 뒤통수를 갑자기 쳐서 병원으로 끌고 가거나, 사형수는 기왕 죽을 사람이니 망치로 치는 사형법을 이용, 순간적인 죽음을 일으켜 살아 움직이는 장기를 이용하려는 생각은 들지 않을 것인가?
돈없는 수재가 서울에서 학교를 다니자니 너무 힘들어 정자은행에 가서 무한정 정자를 팔아(일류 대학생들의 것은 값이 더 나간다니) 연명을 한다면 이 학생에게 과연 돌을 던질 수 있을 것인가? 던질수 있다면 그 이유는?
생명의 시작, 보존 및 종말(죽음)과 관련된 윤리문제들은 오늘날 그 극에 달한 듯 하다. 인간 생명을 둘러싼 과학 기술의 발전과 그에 기인한 몰가치의 현상이 오늘날처럼 심각한 때가 일찌기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상 생명윤리의 문제들은 의학만의 문제가 아니라 철학의 문제, 가치관의 문제, 인간관의 문제, 법의 문제 및 윤리도덕과 종교의 문제들이기 때문에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든 인간과 함께 있어온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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