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부는 그물을 잘 던져야 합니다. 사실 아무나 고기를 잡는 것이 아닙니다. 고기떼가 어디를 지나가고 있는지 또 어디에 잘 모이는지를 알아야 하며 그리고 그물 던지는 기술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아무렇게나 던지는 것이 아닙니다.
인생은 하나의 그물질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누구는 평생을 수고하지만 빈 그물을 끌어 올릴 수도 있으며 또 누구는 단 하루를 수고해도 그물이 터질 듯이 많은 고기를 끌어올리기도 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고기 잡는 법을 잘 배워야 합니다. 그것이 또 세상을 잘 사는 비결이 되기도 합니다.
오늘 복음에 보면 제자들은 이상하게도 부활하신 주님의 현존을 깨닫지 못합니다. 그분이 부활하신 지 벌써 여러 날이 되셨건만 예수님의 존재는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습니다. 바로 그와 같은 어리석은 신앙 때문에 3년 동안 자신들을 열광시켰던 예수님의 놀라우신 업적과 그 말씀들이 헛되게 사라지고 있었습니다.
사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세례를 받고 난 뒤에 예수님의 놀라우신 업적과 그 말씀을 팽개치고 자신들의 어두운 과거로 되돌아가는지 모릅니다. 육적인 것에만 매달리고, 끼니 걱정에만 묶여 삶의 보람과 의미는 내던지고 있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을 바라보지 못하고 부활하신 예수님의 현존을 체험하지 못하면 신앙도, 인생도 의미없는것이 되고 맙니다.
그런데 오늘 제1독서(사도 5,27~32,40~41)에서 사도들은 놀라운 증거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유다 인들이 사도들을 잡아다가 옥에 가두며 매를 때려도 악착같이 예수님의 이름으로 가르치며 그리스도의 복음을 담대하게 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얻어맞고 박해 받는 것을 오히려 특권으로 생각하며 기뻐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아주 놀라운 변화입니다.
예수님이 십자가에 매달렸을 때 그들은 모두 도망을 갔던 비겁한 자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의 부활을 믿지 못하고 엉뚱한 곳에 마음을 빼앗기고 있던 어리석은 자들이었습니다. 바로 그 사도들이 오늘 말합니다. 「사람에게 복종하는 것보다 하느님께 복종해야 한다」뿐만 아니라 유다 인들이 아무리 때리고 박해해도 자기들은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겠다는 것입니다. 어디서 이 놀라운 지혜와 용기가 나왔는지 모릅니다.
우리도 달라져야 합니다. 오늘 사도들처럼 그렇게 우리도 우리 삶 안에 주님을 모시고 그분의 현존을 바라봐야 합니다. 우리가 보다 쇄신되지 않는다면 예수님의 부활은 아무 의미없는 것이 되고 맙니다.
베드로와 그의 동료들은 사실, 고기잡이에 있어서는 아주 전문가 들이었습니다. 이들이 밤새 고기를 잡지 못했다면 다른 어떤 사람도 잡을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도 목수 일밖에 모르시던 예수님이 그러십니다. 「그물을 배 오른편에 던져라」그렇습니다. 예수님은 그물질뿐만 아니라 모든 것에도 뛰어난 전문가이십니다.
여기서 우리는「그물을 배 오른편에 던지라」는 의미를 잘 깨달아야 합니다. 그것은 비단 방향을 지칭하는 것보다는 우리 뜻 대로가 아니라 바로 주님 뜻대로 그물질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신앙의 은혜를 얻는 비결이며 또 인생을 슬기롭게 사는 지혜이기도 합니다.
어떤 형제가 자기 개성이 너무도 뚜렷해서 가정에서 부인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천성은 어쩔 수가 없었으며 그리고 남편의 성질에 같이 대항하다 보니 서로 상처의 골만 깊어지고 있었고 치유의 길은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이었습니다.
본당 사순절 피정에 두 사람이 참석했다가 은혜를 받게 됩니다. 그때 신부님이 그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개성이 강한 것은 실제로 강한 것이 아니라 약한 것이로다. 병든 개가 쓸데없이 자주 짖어 대듯이 뭔가 치유받아야 할 상처를 크게 가지고 있기 때문에 바로 그 사람을 위해 기도해 주어야 한다」고. 마치 그 남자를 두고 한 말 같았습니다.
비로소 눈을 뜬 부인은 진정 남편을 위해 기도를 했으며 남편도 역시 자신이 어딘가로부터 받은 아픔을 찾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을 모질게 키운 어머니를 용서하고 사랑함으로써 그 가정에 평화가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그런걸 보면 세상 모든 것이 별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눈을 떠서 주님의 방법을 찾으면 해결하지 못할 일이 없습니다.
신앙은 내 고집과 내 성질대로 그물질 하는 것이 아니라 주님 말씀대로 주님께서 원하시는 대로 그물을 던지는 것을 말합니다. 예수님의 부활을 믿는 다면 그분의 뜻에 따라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신앙의 삶이요 부활의 삶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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