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꺼풀 수술에는 두가지 종류가 있단다. 하나는 절개법으로 돈도 조금 더 들고 눈두덩이 좀 더 오래 붓기 때문에 일상생활에 복귀하는 것이 늦은 단점이 있으나 쌍꺼풀이 확실하고 오래간다나. 그런데 비절개법은 덜 붓고 정상생활로 빨리 복귀할 수도 있고 돈도 좀 싸다고 하니 선택은 여성들이 알아서 할 일이고 요즘 의학도들 중에는 성형외과를 지원하는 사람들이 많은 모양이니 한 밤중에도 비상호출을 당하는 과들보다는 잠이라도 마음놓고 잘 수 있는 분야인 것 같다.
그런데 성형외과 하면 우리 같은 문외한은 쌍꺼풀 수술 생각부터하는데 실상은 성형수술의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면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크다고 한다. 화상환자, 신체일부분에 기형을 안고 사는 삶들에게 기능재건 성형수술은 다시 태어나는 환희를 안겨다 주기도 한단다. 삶의 의미를 되찾고 자긍심을 가질 수 있을때 다른 사람도 사랑하며 공동체의 일원으로 활기찬 삶을 살수 있으리라는 것은 쉽게 짐작이 가는 일이다.
이처럼 오늘날 의학의 할 일은 과거보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확대되었다. 과거와는 달리 건강의 개념이 무병(無病)에 만 있지 않고 인간의 육체적, 정신적 복지, 한 공동체의 평균수준의 삶의질 (quality of life)에 까지 확대된다면 자연히 의학적 사명과 역할도 그 복지수준의 향상과 삶의 질의 제고(提高)에 까지 확대되지 않을수 없다. 그런데 높은 수준의 복지와 삶의 질이 도대체 무엇이냐 하는 점에서는 당연히 많은 이들이 의견을 달리하고 있다.
행복이 무어냐고 묻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 대답은 각자의 가치관, 인생관에 따라 매우 상이하기 때문이다. 쌍꺼풀이 있어야 행복하겠다는 사람도 있고 성형이라는 현대과학에 의한 눈두덩보다는 부모로부터 받은 신체발부(身體髮膚)가 최고라는 자연주의자도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자연의 개발과 변용뿐 아니라 인간 자신의 형질(形質)의 개발과 그 변화까지도 의학기술 등 자연과학 기술의 힘으로 가능한 것을 안 이상 많은 이들이 그러한 것을 통해서라도 생활상의 필요성을 충족시키고 나름의 행복을 추구하려고 한다. 이러한 사람들을 꼬집어서 우리는 개발주의자, 간섭주의자(interventionist)라고 표현한다. 이들은 인체를 포함한 자연의 자연스런 진행과정을 그냥두고 보지 못하는 사람들로서 인체에까지도 꼭 손을 대서 과학의 힘을 만끽하려는 사람들이다.
플렛쳐(Joseph Fletcher)같은 개신교 윤리학자(그 유명한 사랑의 상황론(apapist situationism)의 대표자로서 우리말로도 번역되어 있는「상황윤리」(Situation Ethics)의 저자이다)가 그 대표적인 인사인데 이 사람의 말인즉 예를 들면 인공수정 또는 체외수정에 의한 출산은 자연적 성교출산보다 더욱 인간적인데 그 이유는 전자는 과학기술에 의한 출산이요 인간이성에 의해 계획되고 조절된 출산임에 반하여 후자는 인간의 조절되지 못한 성욕에 의한 동물적 행위의 결과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과학을 통하여 인체에 개입해 본 결과 정신적, 육체적으로 변화될 수 있는 부분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된 현대인들은 그렇다면 과연 인간은 무엇인가. 인간의 본질은 어디까지 가변적인 것인가. 인간 육체와 정시의 관계는 어떠한가. 죽음이란 무엇이며 과연 어떤 순간이 인생의 마지막 순간일까. 육체적인 죽음저편에서는 과연 어떤 종류의 삶이 계속될 것인가. 생물학적 생명의 가치는 사람에게 어느정도의 가치가 있을 것인가. 그 가치는 절대적일가, 상대적인 경우도 있는 가. 그렇다면 그에 따른 윤리적 의무는 어떠한가 등의 많은 철학적, 인간학적, 윤리학적 물음을 새롭게 던지게 되었다. 자연과학의 발전을 통하여 거꾸로 인생의 궁극적 문제로 되돌아온 셈이다.
우리는 의학과 여러 분야의 생명과학은 치료 뿐아니라 인간 삶의 전 영역에까지 그 역할이 확대되었고 그러다 보니 삶의 의미를 궁구하는 철학이 그 동반자적 역할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음을 알게되었다. 과거의 의학윤리가 오늘날 생명윤리라는 확대된 영역에 그자리를 내주지 않을 수 없게 되었고 생명윤리는 곧 철학으로 자리매김 되는 근거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