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이 오면 너희는 내가 아버지 안에 있다는 것과 너희가 내안에 있고 내가 너희 안에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성부와 성자의 상호내재성(相互內在性)은 신비신학에서 하느님의 사랑을 표현하는 말이다. 하느님의 이 사랑은 이제부터 제자들과 동참하게 된다.
『너희가 내 안에 있고 내가 너희 안에 있다』는 말씀은 제자들이 성령을 받음으로써 그 사랑의 불길을 체험하게 될 것이다. 아버지와 아들, 그리고 제자들이 상호 내재한다는 것은 제자들이 꼭 믿고 깨달아야 할 사안이기 때문에 예수께서는 이 말씀을 한 자리에서 여러번 되풀이 하셨다(요한 13,10,11,20).
「그 날이 오면」 제자들이 이 일을 체험하게 될 것이라고 하셨다. 「그 날이 오면」이라는 표현은 본래 성서에서 종말론적 또는 완세론적 뜻으로 쓰인다. 예수님 뜻에는 제자들이 성령을 받고 세상에 구원의 복음을 펴기 시작하면서 완세작업(完世作業)이 시작하며 세상이 끝나고 주님이 다시 오실때 완세작업은 끝나는 것으로 요한신학은 이해한다. 그런데 세상을 완전케 하는 일은 하느님의 사랑이 널리 퍼짐으로써 이루어진다. 이러한 뜻에서 『내계명을 받아 들이고 지키는 사람이 바로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은 내 아버지의 사랑을 받을 것이며 나 또한 그를 사랑하고 그에게 나를 나타내 보일 것이다』라고 말씀하셨다.
사랑과 계명준수(즉 순종)는 하느님을 닮은 생활의 양면이라고 할수 있다. 이 말씀 또한 극히 중요하기 때문에 앞서 15절에서 말씀하신 것을 여기서 다시 되풀이 하셨다. 사랑과 계명 준수의 관계는 구약성서 지혜서에 『지혜를 배우려는 갈망이 곧 지혜를 사랑하는 것이며 지혜를 사랑하는 것은 곧 지혜의 법을 지키는 것이다.』 (지혜 6,18)라고 하였고 『지혜를 사랑하는 사람은 지혜를 보게 될 것이다』(지혜 6,12)라고 한 대목이 오늘의 요한복음서 대목의 배경을 이루고 있다.
제자들은 이 심오한 교리를 알아 듣지 못한듯 그 중 한사람 유다스(이스카리옷 유다스가 아니다)는 주님이 『너희에게 나를 나타내 보이겠다』라는 말씀에 자기 의견을 덧붙여 질문하였다. 『주님께서는 왜 세상에 나타내 보이시지 않으십니까?』 이 유다스는 배반자 유다스와 구별하기 위해 우리말로는 유다라고 하는데 이 제자는 사도 야고보의 동기이며(대목99참조) 타데오 또는 레베로라고도 불리는 (대목96참조) 12제자 중 한 사람이다. 이 제자는 주님과는 인척관계에 있는 사람으로 (대목83참조) 요한 복음사가가 이미 「믿지 않는 사람들」 부류에 넣었던 친척들 (요한 7,2~5: 대목147참조) 중 한사람이었다.
예수께서 메시야이시라는 것을 세상에 크게 드러내라고 하는 것을 요한 신학에서는 「믿지 않는 사람들」의 표로 삼는다. 예수께서 『나를 나타내 보이겠다』라고 말씀하신 뜻은 아버지와 아들이 서로 내재(內在)하여 있고 예수의 분부 말씀을 잘지킴으로써 예수를 사랑하면 하느님이 아버지로서 제자들안에 계시게 될 것이고 예수께서도 아들로서 그들안에 늘 계시게 될 것이니 제자들은 늘 예수의 현존(現存)을 체험하게 될 것이라는 뜻이었다. 이 말씀을 유다가 유다인들의 국민적 염원이었던 빛나는 메시야의 출현으로 잘못 생각하고 세상에 도도하게 나타내 보이라는 요청을 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같은 맥락과 같은 어조로 다시금 되풀이 하여 말씀하셨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은 내 말을 잘 지킬 것이고 나의 아버지께서도 그를 사랑하시겠고 아버지와 나는 그를 찾아가 그와 함께 살 것이다.』 유다가 질문한 대로 왜 예수께서 세상에 드러 내보이지 않는가 하면 그것은 세상이 세상의 안목으로 예수를 보기 때문에 예수의 말을 듣지도 않고 따라서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랑은 생활의 뿌리이고 말씀에 대한 순종은 생활의 열매이다. 그러니 예수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하느님이 찾아가지 않는다. 그것은 그들은 하느님의 생명을 체험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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