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께서 제자들과 같이 있는 동안은 예수께서 맡은 하느님 나라건설 사명을 제자들에게 위임하기 위하여 그들을 교육하는 기간이었다. 그동안에 예수께서는 영원한 생명이 인생의 궁극목적이라는 것, 그 생명을 얻기 위하여는 예수를 구세주로 믿어야 하는 것, 그 나라에서의 생활규범은 서로 사랑하는 것, 그 나라에 들어 가기 위하여는 세속을 극복해야 한다는 것들을 가르쳤고 특히 수난을 앞두고 마지막 만찬석상에서는 하느님 아버지와 그 아들 예수 그리스도와 제자들은 하느님 생명안에서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는 심오한 말씀을 하셨다. 그 어느 때보다도 예수 그리스도께 대한 믿음과 사랑이 요구된다는 것을 가르치셨다.
하느님 나라가 이 세상에 임하는 것은 하느님의 생활이 이 세상에 실현되는 것이고 그 생명은 예수께서 떠나가신 후에도 제자들이 주축이 되어 영위해 나아가야 한다. 그러나 이 심오한 묘리를 제자들은 깨달을 리가 없어서 예수 자신이 하느님의 능력을 세상 사람들에게 여봐란 듯이 나타내 보여 달라는 부탁할 정도였다. 자기들 힘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자신이 없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수께서 조금 전에도 말씀하셨듯이 앞으로의 하느님 나라 운영은 성령께서 직접 영위하실 것이다. 그래서 제자들에게 또 다시 성령을 약속하며 용기를 북돋아 주셨다. 『아버지께서 내 이름으로 보내 주실 보호자-성령께서 너희에게 모든 것을 가르쳐 주실뿐 아니라 내가 너희에게 한 말을 모두 되새기게 해 주실 것이다』. 「나의 요청으로」약속된 성령을 하느님 아버지께서는「나의 이름으로」 보내 주신다고 말씀하셨다. 예수께서「나의 이름으로」라고 하실때 당신이 하시는 일이 아버지와의 일치에서 이루어진다는 뜻으로 말씀하신다. 예수께서는「아버지의 이름으로」제자들을 지키셨고 (요한 17, 21) 아버지께서는「나의 이름으로」성령을 보내시어 그들을 보호하고 그들을 가르쳐 주신다. 그러니 성령은 예수의 사명을 이 세상에서 완성하실 것이다. 성령은 예수께서 가르쳐 주신 모든 것을 일깨워 주실 것이며 제자들에게 한 예수의 말씀을 되새기게 할 것이다. 그래서 예수를 믿는 모든 사람은 성령의 도움을 받아 예수의 이름으로 기도하고 예수의 이름으로 살게 될 것이다.
「되새긴다」고 했는데 그것은 단순히 과거를 회상한다는 것이 아니고 예수의 말씀을 받아 들이고 그 말씀대로 산다는 뜻이며 하느님의 생명을 산다는 뜻이다. 예수께서 이 세상에 이룩하시고 선포하신 하느님의 나라는 바로 진리의 나라이며 생명의 나라이다. 그러니 하느님의 생명과 일치되어 이 나라에서 사는 예수의 모든 제자들은 진정한 평화를 누릴 수 밖에 없다. 그들은 어떠한 악의 세력에 부딛쳐도 무서워할 것이 없다. 하느님의 생명이신 성령께서 도와 주시기 때문이다. 이러한 뜻에서『나는 너희에게 평화를 맡겨 두고 가며, 내 평화를 너희에게 준다』라고 말씀하셨다.
제자들은 이제 걱정할 것도 없고 두려워할 것도 없다. 그들도 주님이 이 세상을 떠나 간 다음「주님의 이름으로」세상에 평화를 주게 될 것이다. 주님의 평화는 진리와 빛과 생명을 토대로 하였고 삶의 기쁨을 주는 주님의 선물이다.
이제 예수의 고별의 말씀은 매듭을 지울 때가 왔다. 그것은 예수의 메시야적인 생애를 총결산하는 뜻깊은 말씀이기도 하다. 예수께서는 제자들에게 모든 것을 가르쳤고 필요한 제도를 세워 주셨다. 그리고 이제는 아버지께로 돌아 가셔야 한다. 모든 사람도 할 일을 다하고 세상을 하직해야 한다. 그러나 이 떠남은 다시 만남을 약속한다. 예수께서 떠나심은 당신보다 더 훌륭하신 아버지께로 돌아 감이니 제자들은 기뻐해야 한다고 하셨다. 성자와 성부는 본성적으로 높고 낮음이 없이 똑 같은 분이시지만 그 하시는 사명으로 볼 때는 성자는 예수라는 사람으로 나셔서 아버지의 지시를 따르는 종의 신분이라고 당신 자신을 낮추셨다. (요한9, 34:5, 19:6, 38:7, 16:8, 28:12, 49).
예수께서는 죽겠지만 부활과 승천과 성령강림을 통하여 다시 오실 것이고 그 일들이 일어 날 때에 제자들의 믿음은 커지고 믿음을 통하여 사랑도 뜨거워 질 것이다.
『자, 저기 세상의 권력자가 가까이 오고 있다. 그러니 같이 이야기 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들이 나를 잡아 죽이겠지만 그것은 내가 아버지를 사랑한 나머지 아버지의 뜻을 따르는 큰 길일 뿐이다. 이것을 세상은 알아야 한다. 자, 일어나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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