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매체, 청소년폭력 조장한다
청소년의 폭력행위가 늘어나고 있음을 우려하는 소리가 높다. 그러나 우리의 사회문화 환경이 어떻게 청소년들을 폭력에 길들이고 있는가에 대한 자성의 소리는 별로 들리지 않는다. 가정과 학교와 사회 안에서 청소년의 교육을 책임 맡고 잇는 기성세대 중에는 도리어 폭력물로 청소년들을 유인하여 돈을 벌기에 여념이 없는 사람들이 있다. 몽매한 상혼이 미래 사회의 영혼을 병들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폭력영화의 수입이 그 대표적인 경우다. 날로 그 양이 증가하고 내용 또한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에 있다. 일반 청소년들은 이제 웬만한 폭력물은 시큰둥해할뿐더러 도리어 폭력을 「사내다움」과「영웅심」의 표상으로 동경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장사꾼들은 돈벌이 흥행을 위해 잔인성과 난폭성이 보다 심한 영화 들여 오기경쟁을 벌이고, 수입가격을 턱없이 올려 외화를 낭비하기에 바쁘다.
대중매체와 청소년문제의 전문가인 가톨릭대학교 사회학과 이영자 교수는「한국에는 청소년들에게 해가 되는 대중매체의 규제장치는 없고 폭력과 문화상업주의를 방치하거나 조장하는 사회문화적 여건만 널려있는 상태」라고 진단하면서「폭력영화와 같은 영상매체가 해악의 온상을 만드는 잠재성을 갖는다는 사실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이에 대한 규제와 감시가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더욱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분단과 전쟁, 군사문화로 인해 사회 전반에 폭력적인 정서가 배여있는 한국사회안에서 대중매체의 폭력성은 가치관의 혼돈기를 겪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쉽게 물들수 있다는 얘기다.
또 많은 사회학자들과 심리학자들은 날로 늘어만 가는 청소년문제의 원인을 대중 매체를 통해 무의식속에 자리한 폭력성 때문이라고 말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대중매체 중에서도 영상매체인 TV와 영화 그리고 비디오가 청소년들에게 끼치는 영향은 더욱 심각하다. 정보다원화 시대, 국민학생부터 컴퓨터로 많은 정보를 접하게 되고 친구들과 뛰어놀기 보다는 골방(?)에서 비디오와 컴퓨터 게임에 더 익숙해져 있는 우리 세대의 청소년들은 이들 매체에 완전히 사로잡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교회홍보매체에 종사하는 한 관계자는「비디오 테이프를 통해 폭력만능, 쾌락지상주의에 젖어 있는 일반 시민들이나 신자들이 교회 비디오물을 찾지 않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고 잘라 말하면서「건전한 영상 문화정착을 위해 중심이 되어 적극적인 운동을 펼쳐야 할 때」라고 촉구했다.
포르노테이프를 보고 그대로 해봤거나 해보고 싶다는 우리의 청소년들에게 바른 가치를 전달해 주는데 교회가 앞장서자는 얘기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비디오가 일반인들에게 보급되기 시작한 80년대부터 지금까지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저질 대중매체가 청소년 문제의 주범임을 지적해 왔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 청소년들은 대중매체의 역기능에 휩싸여가고 있다. 이제는 대중매체의 심각성을 지적하기보다 어떻게 이 문제로부터 우리 청소년들을 선도해야 되는지 구체적인 대책 마련과 아울러 그 실천이 중요하다.
물론 대중 매체의 폭력성과 선정성을 우려하고 이로부터 건전한 영상문화정착을 위해 가톨릭교회는 어느면에서 노력해 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앞에서도 지적했듯이 날로 늘어만 가는 청소년문제를 감안한다면 교회는 앞으로도 더욱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대중매체의 건전한 이용을 위한 노력을 경주해야된다.
서강대학교 언론대학원장인 최창섭 교수는「교회가 대중매체로부터 악영향을 받고 있는 청소년문제에 관심을 갖기 위해서는 먼저 교회지도자들이 매스미디어 환경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하고「이것이 전제됐을 때 전국의 지역교회가 중심이 되어 청소년들을 대중매체의 폭력성과 선정성으로부터 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교회와 세계교회는 홍보주일 때마다 교황의 담화문, 주교회의 매스컴위원회 위원장의 메시지 등 매스컴과 관련된 수많은 지침과 훈령을 내보냈다. 그러나 이것이 일선 사목자들의 무관심으로 인해 하나의 선언에 그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올해만해도 주교회의 매스컴위원회가 주축이 되어「영화와 가톨릭」이란 주제로 홍보주일 행사를 준비하고 있으나 이것이 한국교회의 풀뿌리 공동체인지 역본당까지 이어지지 목하고 있다. 교황이 영화를 통한 복음화에 대한 담화문을 발표했고 이갑수 주교가 홍부주일 메시지를 발표했지만 이들 내용들이 신자대다수에게 까지 전달되는 가는 미지수다.
결국 대중매체의 해악성으로부터 우리들의 청소년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선언이나 성명서만으로는 불가는 하는 얘기다.
따라서 YMCA의 건비연(건전한 비디오 문화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과 시청자시민운동분부 등과 같은 단체가 중심이 되어 건젆나 영상매체 보기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것처럼 가톨릭 교회도 전국의 교회조직을 통해 지역사회와 연대운동을 펼치는 작업이 필요하다.
매스컴위원회 총무 오세완 신부는 이에대해「각 본당이 중심이 되어 건전한 영상매체보기 운동을 펼쳐야 된다」고 촉구하고「이것은 사목자들이 어느정도만 관심이 있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지역교회는 지역 시민단체와 역대를 통해 건전한 대중매체이용을 위해 노력하고 부모와 함께 영화를 보고 토론회를 갖도록 하거나, 본당지역내에서 청소년들에게 해를 끼치는 영화를 상영하거나 비디오물을 보급하는 곳이 있다면 이를 감시하고 항의하는 운동을 지속적으로 펼치는 등 다각적인 노력을 해야 된다.
교회가 하고있는 성서공부, 신앙강좌 등도 중요하지만 본당 공동체 구성원들과 지역주민을 위해 매스컴에 대한 강연을 마련하거나 시민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어야 된다.
또 교황이 홍보주일 담화문에서「영화는 그 무한한 가능성으로 복음화의 강력한 수단이 될수 있다」고 강조했듯이 교회는 영상매체를 포함한 대중매체를 통한 복음화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된다. 이를 위해 교회는 대중매체 종사자들에 대한 교육과 그리스도교 정신이 깃들어있는 영상매체 제작 등에도 관심을 가져야 된다.
대중매체로부터 하루도 떠나 있을 수 없는 이들, 특히 대중매체의 해악성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기 일쑤인 청소년들의 건강한 내일을 위해 교회는 더이상 말뿐인 선언을 포기하고 구체적인 현장에서 그들과 함께 해야 된다. 그것은 곧 건강한 미래사회를 여는 길이기도 하다.
◆대중매체 관련 교회모임
「아이사랑 어머니회」불량도서 판매서점 항의방문
「책낭 꿈낭」 국민학교 취학전 아이들 지도
「밝은 세상」 신자 비디오가게 주인들 모임
「돈보스꼬 정보문화 센터」청소년에게 영상물 제작 교육
「시청각 종교교육연구회」 종교물 제작…선교에 적극활용
서울시 종로구YMCA 4층 5평 남짓한 사무실, 이곳에서는 최근 상영되고 있는 영화에 대한 폭력성, 선전성에 대한 신랄한 고발로 열띤 토론이 펼쳐지고 있다.
「어떻게 이런 영화가 백주대낮에 상영되고 있습니까」「어른이 봐도 낯뜨거운 장면들을 청소년들이 넋을 잃고 보고 있습니다」「이런 영화를 만든 사람들은 과연 자신들의 자녀에게 자신있게 자기영화를 소개할 수 있겠습니까…」’
건전한 비디오 문화를 연구하는 시민모임인「건비연」사무실의 풍경이다. 열심히 자신들이 모니터해온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이에대해 서로의 의견을 교환하고 있는 요원들의 두 눈에는 우리나라의 앞날을 짊어지고 나갈 청소년들의 미래에 대한 강한 책임감이 불타고 있었다.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비디오 또는 영화에 대해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청소년들과 일반인들에게 건전한 영상문화 정착을 위해 애쓰고 있는 단체로는 단연「건비연」을 꼽을 수 있다.
지난 89년에 창설된「건비연」은 그동안 영상문화 정착을 위해「시청자 옴부즈맨운동」등 수많은 활동을 펼치며 영상매체 환경의 변화를 주도해왔다.
「건비연」뿐 아니라 YMCA산하에는「시청자시민운동본부」, 「으뜸과 버금」등 영상매체와 관련된 수많은 단체들이 활동하고 있다.
이렇게 개신교의 활발한 활동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극적으로 보이는게 가톨릭의 관련단체이다. 가톨릭은 그동안 교황의 매스컴 관련 훈령과 담화문 등으로 관심을 표명해 왔다. 이는 개신교의 영상매체 관련 활동에 비해 선언적인 측면이 강할 뿐이다.
그러나 소극적이지만 나름대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가톨릭의 대중매체 관련 모임들도 최근 그 수가 늘어나는추세다.
92년 인천교구 부평4동 본당 교육관에서 창립, 아이들에게 건전한 도서를 소개하고 아이들과 함께 책 읽기 운동을 펼치는「아이사랑 어머니회」(회장=강은경)가 지역주민들에게 큰 호흥을 얻고 있다. 이 회는 부모와 아이들이 좋은 책을 함께 읽는 것 뿐아니라 불량도서를 판매하는 서점 등을 항의 방문하는 등 시민운동의 성격을 갖고 있다.
또 이 회에서 파생되어 나온 유아들의 그림책 동화책 보기운동을 펼치고 있는「책낭 꿈낭」(회장=우효순)역시 국민학교 입학전 아이들의 바른 대중매체 보기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가톨릭 영상선교모임의 기치를 내걸고 창단한「밝은 세상」은 가톨릭 신자로서 비디오 가게를 경영하는 이들이 모여 건전하고 그리스도교적인 내용을 담은 영상매체 보급에 주력하고 우량영화 보는 법에 대한 토론회를 여는 등 의욕적인 활동을 보이고 있다.
또한 살레시오회가 운영하고 있는「돈보스꼬 정보문화 센터」역시 청소년들에게 건전한 영상매체를 보다 적극적으로 이용하도록 교육하고 있다. 앞으로 영상매체 산업의 주역이 될 청소년들이 이 매체에 친근감을 갖고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있는 것이 이 센터의 중요한 업무다.
성베네딕도수도회가 운영하고 있는「시청각 종교교육연구회」는 영상매체의 소프트웨어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그리스도교적이고 건전한 영상매체를 제작하고 이를 통해 선교적인 측면을 담당하고 있다.
영상매체의 중요성이 부각되면 될수록 그 역기능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지 말아야 된다. 건전한 영상문화 정착을 위해 가톨릭 교회 안의 단체들은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대중매체를 통한 복음화 운동을 지금 바로 여기서 시작하는 것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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